지난 1월, 한국에서는 제주도에 내린 폭설로 섬에 묶인 관광객들이 곤혹을 치르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뉴욕을 포함한 동북부에 눈 폭풍이 몰려와 기록적인 적설량을 보였다.

동북부 지역에 눈이 내리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과거의 기록에 맞먹는 폭설이 온다는 소식에 며칠 전부터 신문과 TV 등에서는 폭설에 대비하라는 안내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주말인 토요일에는 폭설이 예정되어서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전날인 금요일부터 일부 회사에서는 일찍부터 사람들의 귀가를 재촉했다.

사람들은 슈퍼마켓에 몰려가 생필품을 사재기하기도 했다. 도시인 뉴욕시보다는 슈퍼가 멀고 주택이 드문드문 있는 외곽 지역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우유, 화장지, 물, 빵, 계란 등을 잔뜩 구매해서 혹시나 도로가 막히거나 고립될 경우에도 집에서 며칠간 버틸 수 있도록 식량을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방송이 나가면서부터는, 이들 유통업체를 향한 소비자들의 발길은 뚝 끊긴다. 도시의 레스토랑들은 문을 열지만 손님은 거의 찾아오지 않고 슈퍼마켓이나 커피점도 한산하다.또 눈에 대비해서 삽과 모래, 소금 등을 구입하고 눈에 젖지 않는 장화를 구입하는가 하면 잊지 않고 자동차에 기름도 넣는다. 눈 폭풍이 오기 전 며칠간은 이렇게 눈에 대비한 수요들로 인해서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평소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유통업체가 한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바쁘게 움직이는 곳은 바로 온라인 상점들. 쇼핑몰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상거래업체들은 눈 폭풍이 예정된 며칠 전부터 이메일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마케팅으로 소비를 끌어낸다.

음식배달 서비스업체인 심리스닷컴은 눈 폭풍이 예상되는 전날에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10% 할인 쿠폰을 첨부하면서 음식을 주문한 뒤 따뜻한 방 안에서 기다리라고 고객들을 유혹했다. 또 다른 음식배달 서비스인 델리버리닷컴도 역시 10% 쿠폰과 함께 눈이 오는데도 배달을 와야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고려해서, 이날만큼은 배달원에게 두둑이 팁을 주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여성복업체인 앤테일러는 이메일 마케팅을 통해서 눈이 올 때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이유는 바로 앤테일러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폭의 할인쿠폰을 첨부해 쇼핑을 유도했다. 부동산웹사이트 스트리트이지는 눈 폭풍으로 인해서 집을 직접 방문해서 볼 수는 없지만 인터넷으로는 충분히 집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면서, 비디오가 첨부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집들을 이메일로 소개했다. 의류업체들은 대체로 눈이 올 때 필요한 파카나 코트 등의 옷을 내세우면서 할인쿠폰을 보내고 레스토랑 등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라면서 할인쿠폰을 제공했다.

다양한 할인 혜택도 있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이 집안에 갇혀 있으니 온라인 쇼핑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지만 지난해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 눈 폭풍으로 인해서 잠시 반짝 매출이 있고 온라인 쇼핑이 늘어난 듯도 하다. 하지만 실상은 전기 공급이 끊긴 곳도 있고 밖에 나가 눈을 치우는 경우도 있어서 온라인 쇼핑의 매출이 높지 않다.

어도비 디지털 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눈 폭풍으로 인해서 발생한 온라인 매출 감소액은 무려 3500만달러나 됐다. 사람들이 온라인쇼핑을 주로 이용하는 장소는 집이 아니고 사무실이라는 점 때문이다. 많은 온라인 쇼핑객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주중 근무시간에 회사 컴퓨터를 이용해서 쇼핑을 하는데, 눈으로 인해 집에 있게 되면서 오히려 쇼핑이 줄어든 것이다.

또 도로 사정이 나빠지면서 주문한 상품이 제때 도착할지가 불분명한 점도 소비자들이 쇼핑을 주저하게 만든다. 한편 올해 미국 동북부의 눈 폭풍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약 10억달러로 예상된다.

 

맨해튼 컬처기행

1910년대 미국 최고의 극장 ‘아메리칸 에어라인 극장’

아메리칸 에어라인 극장의 본래 이름은 셀윈 극장으로, 지난 1918년 10월 셀윈 형제에 의해서 세워졌다. 셀윈 극장은 셀윈 형제가 지은 3개 극장 중 하나로, 나머지 두 곳은 아폴로 극장과 타임스퀘어 극장이다.

처음 세워질 당시에는 상당히 혁신적이어서 남성용과 여성용 흡연실이 각각 만들어졌으며 배우들을 위한 분장실에는 샤워실과 전화가 설치됐다. 본래 뮤지컬과 연극을 위해서 만들어진 이 극장은 콜 포터의 노래들로 만들어진 레뷔 뮤지컬인 <웨이크 업 앤 드림>의 초연이 열리기도 했다. 극장은 영화관으로 바뀌었다가 1990년대에는 일시적으로 타임스퀘어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센터로 운영되기도 했다.

뉴욕시와 뉴욕주가 1990년 극장을 소유하게 됐는데 이후 오랫동안 빈 채로 방치되었다. 1997년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최대 스폰서의 하나였던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칸 에어라인 극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2000년에 극장을 재오픈했다. 이후 <뉴욕행 열차 20세기>, <파자마 게임>, <피크닉>, <윈슬로우 보이> 등의 작품이 공연됐다.

현재까지 이 극장에서 공연된 작품 중 가장 흥행이 높았던 것은 <파자마 게임>으로, 극장은 2006년 47만4000달러를 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