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새해를 알리는 설 명절이 이제 코앞이다. 명절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건 단연 고운 한복이다. 한복을 맵시 있게 입기 위해서 중요하게 갖춰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속옷이다. 한복의 은은하고 고운 자태를 드러내는 데 속옷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한복을 명절 또는 대소사가 있을 때만 입기에 속옷을 특별히 갖춰 입지 않지만, 예전에는 한복 안에 입어야 할 속옷만 해도 종류가 매우 많았다. 우선 여자는 상의 안에 속적삼과 가슴가리개를 입었다. 속적삼은 저고리와 같은 형태로 된 홑겹의 상의로, 저고리 밑에 입었기 때문에 저고리보다 약간 작게 입었으며 고름 없이 매듭단추를 달아 여몄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조선시대에는 저고리 길이가 계속 짧아지면서 저고리와 치마 사이의 속살이 보일 정도가 됐다. 이 민망한 노출을 가리기 위해 착용하게 된 것이 바로 가슴가리개다.

여성 하의의 경우는 치마를 풍성하게 연출하기 위해 단계가 더욱 복잡했다. 우선 현대의 팬티에 해당하는 다리속곳을 입는 것이 시작이다. 다리속곳은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부드럽고 흡수성이 좋은 옷감으로 만들었다. 그 위에 통이 넓고 면이나 명주, 모시 등으로 만든 속속곳을 착용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그 위에 흔히 고쟁이라고 부르는 속바지와 단속곳이라는 속옷을 더 입었다.

상류층 또는 궁중의 여성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단속곳 위에 하체를 풍성하게 보이기 위한 속바지의 일종인 너른바지를 입고, 서양의 패티코트에 해당하는 대슘치마 또는 무지기치마 라는 속치마를 갖춰 입었다. 남성의 경우는 여성보다는 훨씬 간단했는데, 러닝셔츠와 같은 역할을 하는 속적삼과 속바지에 해당하는 속고의를 입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요즘에도 이런 전통속옷을 모두 챙겨 입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상시에 입는 속옷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써도 한복의 맵시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

한복을 입을 때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것이 맵시를 좋게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속옷을 안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통 여성들의 저고리는 가슴 앞부분이 뜨는 현상이 있는데, 가슴이 클수록 그 현상이 심하다. 때문에 한복을 입을 때는 가슴의 볼륨감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볼륨감을 더하는 패드는 피하고 컵 두께가 얇은 브래지어나 아예 한 겹으로 되어 있는 홑겹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복의 소재와 원단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겨울에는 보온성을 위해 양단이나 공단 등의 비치지 않는 두꺼운 소재를 사용하지만, 요즘은 겨울이 크게 춥지 않아 봄‧가을에 사용하는 좀 더 얇은 소재로 된 한복을 그대로 입기도 한다. 이런 한복은 자칫하면 브래지어 등의 속옷이 비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속옷 안에 캐미솔을 받쳐 입어주는 것이 안전하다. 색상은 피부톤과 비슷한 스킨색에 무늬가 없는 심플한 스타일이 가장 무난하다.

또한 한복의 원단은 계절에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땀 흡수성이 매우 낮다. 그래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러닝셔츠를 속옷으로 받쳐 입는 것이 좋다. 소재는 흡수성이 좋은 면 소재를 선택하자. 또 한 가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네크라인이다. 한복의 깃이 V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안에 받쳐 입는 캐미솔과 러닝셔츠가 밖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도록 네크라인이 깊게 파여 있거나 V자로 된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 남성의 경우, 간편하게 라운드넥으로 된 일반적인 티셔츠를 안에 입곤 하는데, 이런 경우 목 부분이 밖으로 드러나 깔끔하지 못하다.

가족과 친척이 한 자리에 모이는 정겨운 명절을 앞두고 있다. 평소보다 불편한 한복 차림과 명절 준비까지, 벌써부터 예상되는 힘든 일에 짜증부터 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일상복만큼 편하지는 않더라도 따뜻하고 흡습성 좋은 속옷과 함께 편안한 명절을 준비해보자. 짜증에 앞서 밝은 미소와 넘치는 웃음으로 명절을 맞이할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