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공자가 입주자대표회의의 하자 보수 요청을 받고도 그 보수 의무를 불이행하면 하자 보수 보증인이 그에 대해 시공자와 공동해 하자 보수비를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는 점과 하자 보수 보증인의 구체적인 보증 책임의 범위와 관련된 논의는 지난번에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하자 보수 보증금 채권의 소멸 시효 기간과 그 소멸 시효의 기산일에 관해 간략하게 논해 보기로 한다.

우선 하자 보수 보증인 중, 건설공제조합에 대한 보증금지급채권의 소멸 시효 기간은 건설산업기본법(2011. 5. 24. 법률 제10719호로 개정되어, 2011. 11. 25.부터 시행된 것) 제67조 2항에 따라 2년이며(종전에는 5년이었다), 그 채권의 소멸 시효는 보증 기간 만료일부터 시작된다. 이와 같은 규정은 ‘소멸 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우리 민법 제166조 1항의 특칙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위와 같은 규정이 없는 주택도시보증공사(변경 전 명칭: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와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하자 보수 보증금 채권 내지 하자 보수보험금 채권의 소멸 시효 기산일이다. 관련해 일부 하급심 판례는 위 민법 규정이나 상법 제662조 등의 규정을 들어 보증사고나 보험사고가 발생한 날이 소멸 시효의 기산일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12. 선고 2013가합530929 판결(확정)은 “위 보증금 채권의 소멸 시효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진행되는 것이지 주택법상의 하자 보수 책임 기간이나 보증 기간의 만료일로부터 곧바로 개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 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2013. 7. 9.로부터 역산해 2년 이전에 ‘원고 등의 하자 보수 청구에도 불구하고 피고 건설회사에 의한 하자 보수를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된 사정’이 발생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피고 서울보증보험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소송 실무상 그 보증 사고 등이 언제 발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증명하기가 현저히 곤란해 보증 기간 등의 만료일로부터 소멸 시효 기간이 상당 부분 경과된 이후에 소제기가 이루어지더라도, 그 보증금 등 청구권이 시효로 인해 소멸되었다고 판단받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시효 기산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이고(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2다8748 판결 등 참조), 하자 보수 보증보험계약의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자가 하자 담보 책임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한 보수 또는 보완 청구를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므로, 이 경우 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시효는 늦어도 보험 기간의 종기부터 진행한다. 이 사건 제1보증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청구권은 보험 기간의 종기인 2007. 12. 29.부터 상법상 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시효기간인 2년이 경과한 2009. 12. 29. 소멸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시해(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25432 판결),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하자 보수보험금청구권의 소멸 시효는 보험 기간의 종기부터 진행한다고 보아 그 소멸 시효 기산일을 건설공제조합에 대한 경우와 동일하게 보았다. 이러한 법리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대한 보증금지급청구권에 그대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의 판시로서 이제 하자 보수 보증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서울보증보험인 경우 그들에 대한 보증금 등 청구권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설공제조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각 보증 기간 등이나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의 종기로부터 2년 또는 5년의 소멸 시효가 진행되므로 그 기간을 넘겨서 하자 보수 보증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가 제기되고 상대방이 위 대법원 판시를 들며 소멸 시효 완성의 항변을 할 경우 보증 사고 등이 언제 발생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명 없이도 그 소는 소멸 시효가 완성된 이후에 제기된 것으로 판단되어 해당 보증 계약에 근거한 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것이다. 이와 같이 보는 것이 보증 사고나 보험 사고의 발생 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을 보증금 등의 채권자에게 귀속시키고 있는 보증 약관 등의 규정과도 모순이 없는 해석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