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해 저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 있다고 해서 사양산업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최근 패션 업계의 변화는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패턴이 변화한 것으로 진단된다. 이에 소비 수요 변화에 맞춤형으로 탈바꿈하는 기업들이 차별성을 보이며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소비는 어디로 움직이고 있을까?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 '포미(for me)족'의 등장,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 패턴, 온라인으로의 플랫폼 이전,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이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나타낸다.

패션업체들은 소비의 흐름을 따라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고 온라인 플랫폼 적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라이프스타일 숍과 같은 의류 이외의 사업영역 확장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패션업계 어디까지 왔나?

2012년~2013년은 해외 패션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여기에 SPA브랜드까지 합세하며 내수에 기반을 둔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온라인, 아울렛, 해외직구와 같은 유통채널 확대로 국내 패션 시장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패션 브랜드 시장 규모는 2014년 약 44조 6400억원에 이르며 2015년에는 전년 대비 1.8% 성장한 약 45조 44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가장 큰 폭으로 성장세를 보인 것은 스포츠의류로 2010년 7조원 규모에서 2014년 1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해외직구시장은 3년 사이 1조 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 중 40%는 패션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의류기업들은 저성장 추세가 이어지는 국내 경제와 소비자들의 절약형 소비 패턴 때문에 꾸준히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해외 진출에 인해 수혜를 보는 기업들은 주로 OEM기업들이며, 국내 시장에서는 다양한 채널을 보유한 유통형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포화상태라고 평가받는 유아동복이나 여성복 업체들의 해외 진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까운 나라 중국에서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의 1자녀 정책 전면 폐기로 중국 영유아용품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유아동복 시장은 2014년 약 28조원 규모로 이미 한국의 6배 수준에 도달했다.

국내 패션 업체들이 해외 OEM 수주를 노리고 성장 가능성이 큰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소비 트렌드의 이동에 맞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저성장국면에 들어선 패션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소비 양극화 시대, 차별화 조건은?

소비자들이 똑똑해졌다. 이제는 합리적으로 '가치'를 소비하려 한다. 이런 생각의 변화는 소비의 변화로 이어지며 소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최근의 소비 양극화는 단순하게 소득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가치를 브랜드에 두느냐 가격에 두느냐에 따른 기준이 생겼다. 이는 브랜드처럼 감성적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렴한 경쟁 제품에 비해 높은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닌 중가 제품에서 소비자가 이탈하는 현상에서 나타난다.

소비양극화 시대에 소비자를 잡으려면 ▲유통망 보유 ▲고가 제품의 브랜드력 제고 ▲고가와 저가 라인업 구축 ▲패션 이외의 사업 확장 등 네 가지 부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으려면 유통망 확보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온라인 몰을 통한 판매가 주가 되는 듯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광고 효과도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다양한 유통망을 가지고 채널을 넓히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유통형 기업이다. 국내 아동복 시장의 경우 베이비 페어, 할인점, 아울렛, 직구, 남대문 등의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더욱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 지갑을 신중하게 여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성향도 함께 보이고 있다. 고가 제품에 대한 소비 심리는 생각보다 견조하다. 고가 브랜드력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는 고가와 저가를 모두 노리는 방법도 있다. 양극을 향해 이동하는 소비자들을 모두 잡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를 통해 고가 수요를 흡수하고 저가형 캐주얼 브랜드 등을 통해 저가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 유명브랜드 수입MD를 통해 고가 수요를, 이마트 기반 캐주얼브랜드 데이즈 등을 통해 저가 수요를 흡수했다.

신 성장 동력의 확보도 또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경험을 원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라이프스타일 숍 등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의 'JAJU'가 대표적이다.

가치 없는 소비는 더이상 없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가 소비 주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서 15세~34세의 소비층을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계 비슷한 또래의 세대 소비 성향을 대변하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들은 '가치'가 없는 것에 소비하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과 전자기기에 매우 익숙해 모바일에 특화된 세대다. 또한 세계 금융위기 영향을 받아 경제력은 약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반면 '포미족'이라 불릴 만큼 자신에 대한 투자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쇼핑의 빈도도 높고 쇼핑 규모도 크다. 또한 라이프스타일과 자신의 행복지수에 관심이 크다.

▲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전자기기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온라인 쇼핑에도 거리낌이 없다. 고품질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성향이 있으며 단기간 정보 습득력도 빠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의류·패션 상품군의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해 2014년에는 약 7조 3500억원에 달하는 규모에 도달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SNS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단순히 한 브랜드에 충성도를 가지지 않는다. 각 기업 고유의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라이프스토어샵 형태를 선호하는 현상을 만들어 냈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가치'다. 브랜드보다 질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브랜드 로고 같은 상징성보다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 포인트를 더 중요히 여긴다. 따라서 이들은 PB상품을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오히려 브랜드 로고가 작게 새겨진 제품들을 구매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해질 때는 2020년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성향을 살펴보면 소비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볼 수 있다. 일단 온라인 채널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이다. 또한 삶의 질을 중요시 여기는 이들이 확실한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운동인데 운동을 하면서도 패션 감각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 이에 애슬레저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단순 상품 판매도 더 이상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스토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라이프와 관련된 라이프스토어, 편집 숍 형태의 매장이 선호된다.

이런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은 소비양극화 시대에 소비자를 잡기위한 포인트와도 맞물린다.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에게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고가 브랜드에 스토리를 강화하거나, 고가와 저가 모두를 잡거나, 라이프스타일 숍 등을 통한 사업 확장도 필요하다.

'경험'은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다

최근의 소비자 성향을 앞서 짚어봤듯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지 밀레니얼 세대 때문만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면서 베이비부머라 불리는 65세 이상의 세대들도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시대가 왔다.

▲ 출처=하나금융투자증권

사실상 밀레니얼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가 사용하는 전자기기의 개수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나투자증권이 맥킨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가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는 3.9대, 베이비부머 세대는 3.2대다. 또한 인터넷 사용시간도 큰 차이가 없다. 업무시간을 제외하고 주에 사용하는 인터넷 시간은 밀레니얼이 15.4시간, 베이비부머가 14.7시간이다.

온라인 플랫폼과 모바일을 통한 쇼핑 채널 변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꽤 이전부터 언급돼 왔지만 생각보다 패션 업체들이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이전에는 온라인 판매 상품은 저가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온라인 제품이라고 해서 저가에 저품질 제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도 고품질에 원하는 제품이라면 가격을 지불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에 발맞춰 저렴한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선보이며 온라인만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들도 생기고 있다. 

하나투자증권에 따르면 럭셔리 시장만 두고 봐도 지난 5년간 오프라인 채널에서의 성장률은 연평균 7%에 불과했지만 온라인 채널은 연평균 27%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샤넬과 같은 고가 브랜드들도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100세 시대, 삶의 질을 생각할 때, 애슬레저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을 가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확실한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이들은 운동을 하면서도 일반 츄리닝 바람이아니라 몸매를 드러낼 수 있고 패션 감각을 보여줄 수 있는 의류들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에 부각되고 있는 것이 애슬레저다.

애슬레저(Athleisure)는 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일상생활에서도 착용 가능한 스포츠웨어를 말한다.

▲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애슬레저는 웰빙 바람과 함께 성장한 것도 있다. 100세시대가 도래하면서 건강한 삶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고, 생활체육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의류는 필수소비재이지만 스포츠 의류는 선택소비재로 분류되며 자연스러운 활동성과 스타일을 두루 갖춘 애슬레저룩에 대한 관심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하나투자증권은 애슬레저 시장이 확대대면서 최대 수혜는 OEM 업체들이 누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스포츠의류 시장은 2014년 270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5.2% 성장한 366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의 애슬레저 시장만 보면 2009년 이후 연평균 7.2% 성장을 거듭, 2014년에는 359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2018년에는 789억달러로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글로벌 OEM 업체들이 애슬레저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 OEM업체인 한세실업의 경우는 스포츠 의류를 따로 담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주요 거래 업체로부터 애슬레저 의류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서 관련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