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회사에 다니는 김 과장은 회사에 수년째 총무팀 소속으로 무보직 대기발령 상태에 있는 이 차장을 일반 해고할 수 있는지, 절차와 소요 시간에 대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난 1월 22일 정부(고용노동부)에서는 노동시장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 취업 규칙 지침)을 발표한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은 2대 지침 폐기를 위한 대규모 무기한 총파업과 결의 대회를 선포한 바 있고, 반대로 경영계에서는 어려운 해고 지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대 지침의 주요 내용이 무엇이고, 업무수행 부진자 통상해고가 정당한 해고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핵심적인 기준

2대 지침 중 ‘공정인사 지침’의 핵심 내용은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 통상해고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이다. 지침에서는 단체협약·취업 규칙에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 통상해고 사유가 규정되어야 하고, 근무성적 부진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에 의해야 하며, 근로자의 해고에 앞서 업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거나 업무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배치 전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진행했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거나 업무의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 한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는 주관적이고 임의적인 평가가 아닌 근로자의 업무능력, 근무성적 등을 구체화 ․세분화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평가 기준 도입 시에는 노사협의회 등 근로자 참여가 필요하며, 평가 방법에 있어 계량평가·절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되(상대평가는 소위 해고하고자 하는 인원을 임의로 배분할 수 있어 부적절) 불가피하게 비계량, 상대평가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계량·절대평가로 보완해야 한다. 또한 평가 시에는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평가의 신뢰성을 높여야 하며, 업무수행능력, 근무성적 부진자 선정은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2대 지침 중 ‘취업 규칙 지침’에서는 취업 규칙의 정의(취업 규칙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도 전체 근로자의 근로 조건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취업 규칙에 해당함), 불이익 변경 판단 기준(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시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해당 노조의,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전체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함)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지침에서는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 여부와 상관없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단, 불이익 변경이라 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동의 없이도 시행이 가능하다. 여기서 사회 통념상 합리성 판단 기준은 (1)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 정도 (2) 취업 규칙 변경 필요성과 내용 (3) 변경 후 내용의 상당성 (4) 대상 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상황 (5)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와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6)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이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근무성적 부진자 해고 시 공정한 평가 절차 거쳐야

이번 정부 2대 지침은 기존 판례 등의 사례를 정리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즉 근무성적 부진자 통상해고에서는 근무성적 부진자를 해고하고자 한다면 판례에서 제시하는 공정한 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권고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회사별로 사회 통념상 합리성 유무를 판단하여 과반수 동의 없어도 도입이 가능한지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 설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노동계에서 반대하는 이유 중에는 정부의 지침이 그 자체로 효력을 발생한다는 것보다는 지침이라는 형태로 유형화하는 것 자체가 쉬운 해고, 임금삭감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데에도 있다.

 

무보직 상태의 근로자 해고에는 객관적 평가 있어야

2대 지침 중 ‘공정인사 지침’에 의한 통상해고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성과 부진자에 대한 해고 규정화되어야 하고, 업무성과를 기준으로 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에 의해 근무성적 부진자로 평가되어야 한다.

만약 수년째 무보직 상태에 있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에 의한 것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업무 부진자로 평가한 근거가 부족하다면 업무 부진자 평가 자체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업무부진자로의 평가가 업무 성과를 중심으로 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에 의해 이뤄졌다면 업무 수행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부여하거나 타 보직으로의 배치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교육기회 또는 타 보직 배치 전환 이후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지금 곧바로 해고는 무리가 있다. 업무부진자 통상해고는 공정한 인사제도 시행을 위한 한 가지 제도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결코 쉬운 해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