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세 가격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6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승 추세는 2016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이유는 우선 전세 물량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집값 상승이 제한적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많아지면서, 집주인이 돌려줘야 하는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시중 예금금리가 2%대에 못 미치는 데 반해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환율은 6~8%대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지역적인 이슈도 있다. 2015년에는 서울 강남 재건축 분양 시장이 활기를 보이고 아파트 분양가 수준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 좋아져 재건축 추진하는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이주 수요가 나타나고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 강남에 이어 뉴타운·재개발 시장에서 나온 분양 물량도 호황을 보이는 점을 감안할 때 2016년에는 재개발 이주 수요도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상황도 점검해 봐야 한다. 2015년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 진입하면서 전세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리 하락으로 시중금리가 내리면서 집주인들은 돈을 빌리기 쉬워졌다. 이에 비해 집 보유로 인한 수익을 내기는 힘들어졌다. 반면 임차인들은 저렴한 은행금리를 이용해 비싼 월세보다는 전세로 거주하기를 희망하면서 수급불균형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11년 연 3.25%였던 기준금리는 2012년 7월부터 하락행진을 시작해 올 6월 사상 최저치인 연 1.5%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경기활성화를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해마다 대폭 인하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서민들에게는 주거비용 가중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2016년에는 오른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국내 시중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금리 상승폭에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소폭 오르더라도 당분간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2015년 9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4.8% 상승하며 2014년 연간 상승률(4.4%)을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상승세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9월까지 7.5% 상승했으며 2014년 연간 상승률(4.9%)을 뛰어넘었다.

지역별 전세 시장 특징을 살펴보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서울이 7.5%, 인천 6.0%, 경기 6.0% 등이다. 지방 전세 가격은 대구(7.2%)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은 연간 2~3% 내외의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서울은 강남 재건축과 강북 재개발 사업지에서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세 가격이 크게 뛴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강남권에서는 가락시영, 개포주공2단지, 반포한양아파트 등의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들이 이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시장이 요동쳤다. 또 강북에서는 미아뉴타운 3구역, 행당6구역, 장위 1·5구역 등이 이주를 했다.

서울 주요 지역 전세가 변동을 살펴보면 성북구는 길음뉴타운과 장위뉴타운, 미아뉴타운 등에서 이주 수요가 늘면서 올해 전세 가격이 10.7% 상승했다. 이로 인해 성북구의 전세가율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81.6%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는 마곡지구의 입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세 가격이 제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격이 10% 이상 급등했다.

서울 전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의 연쇄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강남권과 인접한 하남시의 전세 가격이 10.5% 오르며 경기권역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어 군포시 9.2%, 광주시 8.4%, 남양주시 8.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도 화성시는 동탄2신도시의 입주 물량(2만819가구)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전세 가격이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방에서는 대구가 7.2%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구는 대구신서혁신도시 및 대구 테크노폴리스, 대구국가산업단지 등이 개발되면서 인구 유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구의 뒤를 이어 광주 3.6%, 경북 3.0%, 부산 2.7% 순으로 올랐다.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세종시가 전세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종시에 중앙행정기관의 이주가 거의 완료된 데다가 2015년 입주 물량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충남과 충북은 2014~2015년에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전세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다. 대전시는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가 지난해 입주 물량(1만527가구)이 많아 전세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서울 및 수도권 전세 시장 전망

서울 지역의 전세 가격은 2016년에도 강남권과 인접 지역으로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인 2만여 가구 수준에 머물지만 2016년에는 서울 강남 중심의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올해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는 6만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전세 가격 변화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강남4구의 전세 가격 강세가 전망된다. 강동구에서는 2016년에는 둔촌주공(1~4단지, 5930가구)과 고덕주공(3·5·6·7단지 5270가구)의 이주가 대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 이주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본격화됐다.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의 이주를 시작으로 개포시영아파트는 올해 초쯤 이주할 계획이다. 송파구에서는 거여뉴타운(2-1구역·2-2구역)이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이주를 시작하게 된다.

서울 강북도 재개발 사업 추진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세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3695가구), 은평구 응암제3구역(2234가구), 동대문구 이문1재정비촉진구역(1808가구)등의 대규모 뉴타운이 이주가 예정돼 있다. 강남재건축과 강북재개발에서 비롯된 이주 수요가 결국 서울 전 역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 전세 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의 전세 가격은 2015년보다 1~2% 높은 수준인 8~9% 내외의 상승이 예상된다.

인천 지역 전세 가격도 오름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인천 재개발·재건축 이주 이슈는 없지만 오랜 기간 동안 분양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아파트 신규 공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인천의 입주 물량은 2015년(1만2127가구)보다 37.2% 줄어든 7618가구 수준이다. 이는 2001년(4648가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게다가 인천 지역 전세 시장 안정화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영종지구 및 청라지구의 분양 물량도 2014~2015년에 해소되면서 인천 전세 가격 상승요인이 커졌다. 2016년 인천 지역 전세 가격은 6~7% 대의 상승이 전망된다.

반면 신규 아파트 공급이 활발한 경기 지역은 지난해 6만9254가구의 새 아파트가 입주를 한 데 이어 올해에도 8만3355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어 수도권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동탄신도시와 미사강변도시 등의 입주 물량이 몰린 화성시(1만2777가구)와 하남시(1만5505가구)에서 아파트 입주가 쏟아지며 전세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울 지역의 전세난에 따른 이전 수요 등을 감안하면 서울 지역보다는 낮지만 6%대 이상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