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다른 건 다 필요 없구요. 일단 손님이 많이 오는 게 중요합니다. 파워 블로거 아는 분 있으세요? 전단 문구는 어떻게 해서 몇 장을 돌리면 좋을까요?”

“특허를 받은 상품입니다. 상품은 기가 막히니 판로만 있으면 됩니다. 백화점에 아는 분이 많으시죠. 백화점에 들어갈 수 있게 작업 좀 해주세요.”

“올해에 광고 예산을 많이 잡았습니다. 특히 신문광고에 집중하고 싶습니다만, 어느 신문에 어떻게 광고를 하면 될까요?”

“직원들이 너무 속을 썩입니다. 정말 괜찮은 직원 없습니까?”

“가맹점 모집만 잘되면 다 해결됩니다. 창업 컨설턴트시니까 가맹점 모집이 잘되는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 방법을 제시해 주세요.”

현장 컨설팅을 하다 보니 사업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질문들과 마주친다. 현장에서 만나는 질문들은 그렇게 고상하지 않다. 큰 회사도 있고, 작은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라 조급하고 절박한 질문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마케팅을 고민하고, 어떤 사람은 판로를 걱정한다. 물론 조직 운영을 묻는 질문은 단골 메뉴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질문들이 표피적이다. 다시 말해, 진짜 원인이 아닌 것들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건 필요 없고 판촉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업자의 진짜 문제는 상품이나 가격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파워 블로거에 투자해도 마케팅할 때만 반짝 인기를 얻을 뿐, 결국 시간이 지나면 원점으로 돌아간다. 실제로 수많은 블로거들이 과거의 전단 대용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본질적인 경쟁력 없이는 그런 노력이 허사라는 걸 경험하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

기가 막힌 특허 제품이라고 말하는 상품이,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허점투성이인 경우도 허다하다. 특허받은 신발이라고 하는데 막상 신어보면 불편해서 몇 시간 이상 신고 있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기능을 강조하는 특허품이 부족한 디자인 때문에 고객들에게 외면당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신문광고를 퍼부어 큰돈을 벌고 싶어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장이 사기성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케이스도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마케팅 수단이 해당 회사의 상품 특성에는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가맹점을 많이 모집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지만 뒤로는 새로 개설되는 숫자만큼 가맹점이 문을 닫고 있어, 이 같은 나쁜 소문 때문에 더 이상 가맹점이 개설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을 모집하고 싶어 하지만 사업 모델이 창업자들이 원하는 형태가 아닐 때도 있다.

더 나은 조건의 직원을 찾고 있지만, 회사의 기업문화가 우수한 인재를 포용할 수 없는 여건일 때도 있다.

비즈니스에서는 성공 기업보다 실패 기업이 더 많다. 그리고 성장 기업보다 정체 기업들이 더 많다. 기업이 실패하거나 정체되는 진짜 이유는 경영자들이 생각하는 단기적인 과제들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려야 해결된다.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기존의 직원을 전부 내보내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할 때도 있다. 상품은 좋은데 가격 전략이 바뀌어야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가격경쟁력은 있지만 그 상품력으로는 2~3년 뒤 실패가 훤히 내다보이는 경우도 있다.

컨설팅을 의뢰 받을 때마다 ‘이거 다 하는 데 얼마 듭니까’라고 묻는 상담자들이 많다. 실제로 많은 컨설팅 회사들이 ‘이거 저거 다 하는 데 00입니다’라고 가격을 제시한다.

우리 회사는 그런 컨설팅을 하지 않는다. 본 컨설팅을 받기 전에 반드시 가벼운 진단 프로그램을 거치도록 한다. 진단을 통해 살릴 방도가 없으면 컨설팅을 맡지 않는다. 진단을 해보면 치료 방법이 나온다. 컨설팅 비용은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서, 현재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인력 구조나 자원, 시장 여건에 따라서 달라진다. 마치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엑스레이나 CT 촬영, 혈액 검사 등으로 병의 원인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창업자 상담을 할 때도 창업자가 스스로 창업자금을 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자신은 3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은 절대로 3억원을 투자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5000만원만 투자하겠다고 해도, 현재 아이템의 사업성과 창업자의 능력 및 자산을 고려했을 때 2억원 이상 투자해도 무방하다면 자금을 높여서 권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컨설팅해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진짜 원인을 찾아 해결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처럼 창업자나 경영자들도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가 근본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가정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올바른 답은 질문이 바로 될 때 찾을 수 있다. 잘못된 질문을 던지면 엉뚱한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