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2O 시장에서 스타트업들이 충돌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초창기 시장이 완전하게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만큼 진흙탕 싸움도 심해지는 분위기다. 직방과 다방의 신경전과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같은 배달앱 분쟁을 비롯해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법적 소송등이 대표적이다. 이 지점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모델인 옐로모바일과 모바일 기업 버즈빌도 이름을 올릴 기세다.

▲ 출처=버즈빌

버즈빌과 쿠차의 주장은?

버즈빌은 21일 입장자료를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쿠차에서 출시한 쿠차 슬라이드가 자사 기술의 특허를 침해했으며, 지난 11일 검찰에 형사고소했다고 밝혔다.

버즈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월 자사는 모바일 잠금화면 광고 앱 서비스 ‘허니스크린'을 런칭했으며 현재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600만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삽입만으로 기존 앱에 잠금화면 기능을 활성화해주는 잠금화면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버즈스크린을​​ 출시해 지금 OK Cashbag, BC카드, 11번가 등 잠금화면 광고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옐로모바일 O2O 그룹에 속한 쿠차가 쿠차 슬라이드를 출시하며 불거졌다. 현재 버즈빌은 잠금화면 서비스 출시 초기인 2013년 4월 '어플리케이션 잠금화면을 탑재하여 광고 및 컨텐츠를 노출하고 리워드를 생성 및 앱 내 사용을 가능케 하는 광고 모듈 삽입형의 잠금화면 광고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즉, 버즈빌은 쿠차 슬라이드의 기능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보고 있다.

게다가 버즈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옐로모바일이 자신들과 2개월 이상 제휴 협의를 진행하며 각종 자료를 수집한 후 바로 서비스 런칭에 들어갔다. 해석하기에 따라 전형적인 거대기업의 기술력 빼가기다.

버즈빌은 입장자료를 통해 일각의 주장이라는 전제로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으로 몸집은 커졌으나 계속된 영업 손실로 인한 옐로모바일의 실적 악화가 핵심 대표 계열사인 쿠차에게도 실적 압박을 주며 쿠차가 무리수를 두게된 것이 아니냐며, 과거 피키캐스트 저작권 침해 사례부터 이번 특허권 침해 소송 사례까지 옐로모바일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안일함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실상의 강력한 비판이다.

이에 버즈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분명히 특허를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사업을 하고 있으며, 특허 권리범위확인심판도 받았다”고 전제하며 “지난해 9월 미팅 당시 버즈빌의 특허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이후 쿠차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형사고소를 한 후 지난 19일 쿠차와 따로 미팅을 가졌지만 후속조치가 없어 입장자료를 발표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쿠차의 반론은 어떨까? 옐로모바일을 통해 확인된 바에 의하면, 버즈빌의 특허 권리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다소 복잡해진다. 옐로모바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버즈빌이 주장하는 특허에 대해 선행기술 무효심판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옐로모바일에 따르면 버즈빌의 특허권리는 부당하다. 캐시슬라이드가 관련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오픈소스의 형태로 풀어낸 상태에서 이를 버즈빌이 특허로 취득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옐로모바일은 “버즈빌이 특허를 냈다고 해도 신규성과 진보성이 결여된다고 보기 때문에 특효 무효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팀과의 공조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개월간의 업무협의 후, 버즈빌의 노하우를 빼갔다는 비판에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옐로모바일은 “쿠차는 당시 미팅에서 영업설명서와 제휴제안서 수준의 문서만 받았다”고 밝혔다. 버즈빌이 쿠차 슬라이드 자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기술적 이슈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곧 버즈빌에서 제기하는 ‘도의적 책임’을 부정한다는 뜻이다.

▲ 출처=쿠차

 

포인트는 무엇인가

버즈빌과 쿠차의 분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먼저 법적인 문제다. 캐시슬라이드가 우선적으로 서비스가 되던 상황에서 그 기술력을 오픈했고, 이를 바탕으로 버즈빌이 해당 기술에 대해 특허권을 취득한 것은 사실이다. 이후 쿠차가 쿠차 슬라이드를 준비하며 버즈빌과 접촉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논의가 소득없이 종료되자 문제가 터진 셈이다. 버즈빌은 자사의 특허권을 강조하고 있으며, 쿠차는 이를 부정한다.

여기서 버즈빌의 입장은 단호하다. 버즈빌 관계자는 “우리가 특허를 취득한 것은 단순히 잠금화면 앱 서비스가 아니다”며 “사용자가 존재하는 앱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모바일 광고를 가능하도록 모듈을 심고, 광고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유발하고 그 리워드를 통해 다시 앱을 가동하게 만드는 프로세서 전반에 대한 특허”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캐시슬라이드라는 선행기술과 비교해 신규성과 진보성이 떨어진다는 쿠차의 주장은 재반박된다. 실제로 캐시슬라이드는 B2C 모델이다. 하지만 버즈빌은 이를 응용해 B2B 모델로 만들어 현재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다. 버즈빌 관계자는 “쿠차라는 서비스가 없는 상태에서 쿠차 슬라이드를 만들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관건은 행위 자체에 대한 특허의 범위에 달려있다.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전쟁, 삼성과 애플의 트레이드 드레스 논쟁과 결이 비슷하다. 다만 이러한 측면에서 버즈빌과 쿠차의 사례를 비교하면 버즈빌의 의견에 중론이 쏠린다. 최근 저작권에 대한 추세는 범위가 넓고, 추상적인 디자인에까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의 사정이 글로벌 분위기와는 약간 다르다는 전제로 현안을 살피면 쿠차의 입장에도 설득력은 있다. 캐시슬라이드의 기술력과 버즈빌의 기술력이 일맥상통하다는 법적인 판단이 서면 쿠차의 특허 무용론이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법조계 한 인사는 “버즈빌이 특허침해에 대한 형사소송을 제기한 이상 상황을 여유있게 봐야한다”는 전제로 “영업모델에 대한 특허권은 자세하게 살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장기적인 분쟁으로 흐를 수 있다”고 밝혔다.

법적인 문제 외 도의적인 측면도 살펴야 할 지점이다. 지난해 2개월간 쿠차와 버즈빌이 만나 협의한 단계에서 과연 ‘쿠차가 노하우를 탈취했는가’가 핵심이다. 이는 상황에 따라 도의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는 핵심적인 문제며, 기업윤리적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일단 쿠차는 일관되게 “노하우를 습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버즈빌은 입장자료에서 이 대목을 날카롭게 비판했으나 본지와의 통화에서는 “쿠차가 그렇게 (노하우를 습득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사실 이번 분쟁은 쿠차, 더 나아가 옐로모바일과 버즈빌 모두에게 상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옐로모바일은 쿠차로 대표되는 O2O 전략에 힘을 불어넣고 있으나 쿠차의 영향력이 조금씩 상실되고 있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옐로모바일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여기서 특허나 지적 재산권에 대한 담론이 일렁이면 지금은 잠잠해졌으나 한 때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던 피키캐스트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버즈빌도 마찬가지다. 옐로모바일과의 관계악화는 차치한다고 해도 현재 가동하고 있는 서비스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현재 일단락됐으나 거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분쟁으로 여겨지던 네이버페이와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논쟁과도 닮았으며, 넓게는 특허권 전반에 대한 분쟁을 상기시키고 있다. 심지어 직방과 다방,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충돌과 같은 O2O 스타트업 업계의 신경전도 연상시킨다. 소모적인 충돌일까. 미래를 향한 각축전일까.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