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시장의 만년 꼴찌 LG유플러스가 변했다. 4세대 이통통신망(LTE)을 앞세워 선두 탈환을 노리고 있다. 거센 풍랑과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이통 시장에서 항해를 시작한 LG유플러스의 앞날엔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통신전문가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LTE로 1등 승부수를 던졌다.

배는 물길을 따라 밀어야 한다. 반대로 아무리 노를 저어봐야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물길을 읽어 내는 것은 ‘선장’의 몫이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시류(時流)에 맞는 경영전략을 펼쳐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쟁이 심한 분야일수록 파도는 거세고, 곳곳에 소용돌이가 똬리를 틀기 마련. CEO가 어떤 경영전략을 펼치는지에 따라 성과가 결정된다. 이런 의미에서 LG유플러스는 지금보다 미래가 밝다.

“1등을 못할 이유가 없다. 같은 선상에서 뛰기만 한다면. 준비는 이미 끝났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그리고 있는 목표는 명쾌하다. 4세대 이동통신망(LTE)이 도입되는 시점부터 선두를 향한 승부수를 던지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동안 시장 선점을 하지 못해 SK텔레콤과 KT에 밀려 만년 꼴찌를 했지만, LTE시장 경쟁력에선 우위에 있다는 게 이유다.

LTE서비스는 기존 3G WCDMA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75Mbps(다운로드)로 5배 빨라진 기술이다. 이통3사는 지난 1일 동시에 LTE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부회장이 말한 LG유플러스의 반란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지난 1일 LG유플러스가 4G LTE 상용 전파를 쏘아 올리며 국내 통신사업자 최초로 본격적인 4G LTE 시대 개막을 알렸다.

LG유플러스는 실제 국내 최초로 LTE를 출시했다. 이통사 중 가장 먼저 서울, 부산, 광주 등에 LTE망 구축을 마쳤다. 전송 속도도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빠르다. 하반기에는 800MHz 대역과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2.1GHz 대역을 사용하게 된다.

LTE 발빠른 대응 시장선점 자신감
이를 카능케 한 주역은 이 부회장이다. 시류를 미리 예측한 발 빠른 투자가 있어 가능했다.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통신전문가다. KT와 KTF 사장을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덕에 LG유플러스로 영입되기 전까지 광운대 총장을 지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의 이 같은 능력을 눈여겨보다 지난해 LG유플러스 대표로 영입했다. 통신계열사 통합을 계기로 이통시장의 선두로 우뚝 서겠다는 복안에서다. 구 회장의 제안을 수차례 고사한 끝에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수락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오너경영인 못지않은 권한을 부여한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일까. LG유플러스의 LTE 서비스 준비는 이 부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급물살을 탔다. 기존 2G 및 3G 장비를 설치할 때 LTE 기술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멀티모드 기지국 및 뱅크 기지국, 디지털 중계기 등의 장비를 설치했다. 바로 활용 가능한 경쟁력보다 미래 대비를 위해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일화 한 토막.

이 부회장은 취임 첫날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LG U+, 버림의 미학으로 새로운 전설을 만듭시다.” 미래를 위해 지금 집착하고 있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스티브잡스가 휴대폰의 키패드를 버려 편리한 화면의 아이폰을 탄생시킨 것을 예로 들었다. 또 틈만 나면 ‘탈통신’을 주장했다. 기존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과 KT를 상대로 경쟁할 수 없다면 새로운 통신기술을 만들어 낼 것을 주문했다. 이 결과 LG유플러스가 LTE시장에서 가장 앞선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바둑에서 흔히 쓰이는 ‘이대도강’전법을 구사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바둑 마니아로 유명하다. 실력도 수준급이다. 아마 6단으로 앞을 내다본 한수가 일품이다.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결정적 한수로 대마를 잡는 실력이 탁월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 부회장은 황금 주파수인 2.1GHz 대역 경매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자사의 약점을 가감 없이 밝혔다. SK텔레콤과 KT는 자사의 시장 경쟁력만을 부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LG유플러스의 승. 치밀한 LG유플러스의 전략이 적중했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경쟁에서 자사의 약점을 감추는 게 일반적인데 반해 (LG유플러스는) 부족한 점을 들어 의견을 피력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과감한 설비 투자 “준비는 끝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LTE 서비스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1조1483억원을 설비투자에 사용했다. 올해엔 1조7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006년 통합되기 전 LG 통신 3사의 설비투자 비용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액수다(표 참조).

투자 금액은 충분하다. 그룹 차원의 지원과 자사 내부 유보금을 통해 마련이 가능하다. 부족한 부분은 회사채 발행으로 채운다.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4일 발행했다. 지난 3월과 5월 각각 1000억원과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세 번째다.

조달 자금은 모두 설비투자와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2012년 상반기까지 서비스 커버리지 및 가입자 용량을 담당하는 LTE 기지국과 소형 기지국을 각각 6200개, 5만개 구축할 예정이다. 또 건물 내부 및 지하 공간의 서비스를 위한 인빌딩 중계기와 일반중계기 11만개를 설치, 지역은 물론 군읍면 지역까지 완벽한 전국망을 확보하는데 사용된다. 이렇게 될 경우 LTE 서비스는 인터넷 망들과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100Mbps 유선망의 경우 퀼리티도 높고 보안성이 뛰어나는 등 LTE와 궁합이 맞다”며 “그 둘이 만났을 때 화학적 결합을 한 것처럼 새로운 서비스들이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며 이것이 최대의 장점이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LTE는 영상의 시대로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영상을 보게 되고, 영상 통화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영상회의가 보편화 될 것”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LG유플러스가 LTE 단말기의 수급을 원활하게 맞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LTE 전용 스마트폰을 공급하는데 걸림돌이 있어선 선두 탈환이 힘들다.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물량 공급에서 경쟁사에 비해 뒤쳐진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은 “올 10월부터 LTE 전용 스마트폰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2년부터는 CDMA와 LTE를 함께 지원하는 싱글칩 탑재 단말기가 상반기에 출시되고, 하반기에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음성도 지원하는 VoLTE가 가능한 싱글모드 단말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단말기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종을 포함, 총 2~3종의 LTE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단말기 모두 음성과 데이터를 지원한다는 면에서 SK텔레콤보다 앞선다는 평이다. HD급 해상도와 NFC(근거리통신), 해외로밍이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존 최대 LTE 사업자인 버라이존 역시 CDMA LTE를 제공하는 등, 과거 CDMA 시절과 달리 LTE부터는 단말기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글로벌 시장도 눈독 “애플, 구글 넘는다”
LG유플러스는 LTE 서비스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유무선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구글과 애플을 뛰어넘는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IT를 선도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통사의 만년 꼴찌 LG유플러스의 화려한 비상은 이미 시작됐다.

이 부회장은 “네트워크 문제와 브랜드 의식 때문에 경쟁사에 밀려 만년 3위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2만개의 와이파이와 LTE를 통해 유무선 네크워크를 구축, 구글과 애플을 뛰어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IT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LTE프리미엄’ 서비스 엄청난 속도감 영화 한편 2분, MP3 100곡 40초 뚝딱

LG유플러스는 LTE서비스의 승부수를 프리미엄에서 찾고 있다. 3G 대비 빠른 전송속도와 응답시간의 획기적 개선 등 LTE 속성을 활용할 예정이다. 4G LTE는 기존 3세대(하향 14.4Mbps) 서비스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5배 빠른 75Mbps(하향)다. 1.4GB 영화 1편 다운로드 시 2분, 400MB MP3 100곡 다운로드 시 40초면 가능하다. 기존 3G 서비스의 경우 각각 15분, 5분이 걸린다.

빠른 전송속도를 활용해 HD급 VOD,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솔루션 등의 대용량 서비스, UCC, 원본전송(사진/파일), 웹하드 등 빠른 업로드 서비스, 네트워크 게임, 고화질 영상 진료(진단/치료), 다자간 영상전화, 원격교육 등 실시간 서비스에서 탈통신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나가기로 했다. 핵심 서비스로는 ▲HD비디오 컨퍼런싱 ▲스마트 에듀케이션 ▲ 네트워크 게임 ▲개인방송 ▲HD 실시간 방송 ▲ HD CCTV 등이 있다.

李 부회장 말속에 숨은 촌철살인 경영철학

사막에선 물 한 잔이 귀하지만 물이 많은 지역에선 물 한 잔의 가치가 없다.
고객 한 사람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동시에 특별한 서비스는 필수다.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와 고객이 선호할 만한 서비스의 제공이 경쟁력이다.

허물을 다 벗고 죽어야 봄에 다시 필 수 있다.
만년 꼴찌는 없다. 개혁을 통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
안 된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내부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외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좋다.

시장은 S라인이다.
현재 통신시장이 S라인의 정점에 위치해 있어 하강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상승곡선으로 바꾸기 위해선 기대감이 필요하다. 탈통신, 컨버전스 등의 이름으로 나타날 것이다. 좋지 않을 때를 항상 대비해야 한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