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갑자기 가상현실(VR)에 관심이 생겼다. VR을 즐길 수 있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구입하고 싶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삼성전자 기어VR이 적당할 것 같다. 중국산이 저렴하지만 품질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에 기어VR을 검색해본다. 상단에 위치한 한 가지 연관검색어가 눈에 들어온다. ‘기어VR 우동’이다. 정체가 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호기심에 검색창에 ‘기어VR 우동’을 넣어본다.

사실 ‘우동’은 성인동영상(포르노)을 의미하는 인터넷 은어다. 야한동영상의 줄임말인 ‘야동’을 포털에서 사용하면 필터링에 걸리고 만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어감이 비슷한 ‘우동’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기어VR 우동’을 검색해보면 쉽게 그 말의 뜻을 알기가 어렵다. 누리꾼들이 다양하게 응용해서 교묘하게 필터링을 피해가기 때문이다. “저도 기어VR로 우동 먹어봤어요!”, “참 다양한 우동이 있네요.”, “우동을 감상하시려면 우동집을 가셔야죠.”

그렇다면 왜들 ‘VR 우동’에 관심을 보이는 걸까. 일단 ‘VR 우동’은 일반 포르노랑 큰 차이를 보인다. ‘VR 우동’은 기본적으로 1인칭 시점이다. 시점이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 마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출처=삼성전자

일반 영상은 카메라가 비추는 곳만 볼 수 있다. 반면 ‘VR 우동’은 고개를 돌리는 대로 시선이 따라간다. 전방 180도 화면 중 내가 보고 싶은 곳을 택해 응시할 수 있으니 현장감은 배가된다.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 같고, 두 걸음 더 걸으면 다가가 옆에 앉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한 사용자의 체험기다.

보통 ‘야동’은 남성의 시선에서 촬영된 것이 많다. 반명 ‘VR 우동’은 남성용과 여성용이 비등비등하다. 남성용을 선택하면 남성의 시점에서, 여성용을 선택하면 여성의 시점에서 영상을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적지 않은 ‘우동 감상기’를 찾아볼 수 있다. ‘신세계’나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제법 많이 보인다. ‘VR 우동’을 두고 ‘신세계’라고 말한 한 누리꾼은 “그냥 현장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정보를 찾다보면 ‘VR 우동’ 커뮤니티도 제법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은밀하게 ‘좌표 교환’이 이뤄진다. ‘좌표’란 ‘VR 우동’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 주소를 의미한다. 커뮤니티를 비롯해 일부 블로그에는 ‘VR 우동’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 있다.

‘VR 우동’은 대부분 서양에서 제작한 것들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이 주로 출현한다. 영상 유통도 해외 VR 포르노 사이트에서 주로 이뤄진다. 이런 사이트들은 대개 유료 운영된다. 정액제로 운영되는 한 사이트는 8000원을 내면 15일 동안 모든 콘텐츠를 다운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포르노 콘텐츠와 게임이 VR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용자를 VR 생태계로 이끄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어VR 우동’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관심은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일부 사용자는 ‘기어VR 우동’이 궁금해서 기어VR을 구매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기어VR은 페이스북에 인수된 오큘러스VR과 협력해 2014년 첫 공개한 HMD다. 360도 파노라믹 뷰와 96도 넓은 시야각을 지원해 사용자가 마치 영상 속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느낌을 주는 기기다.

소비자 버전 정식 출시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뤄졌다. 해외 출시 가격은 99달러, 국내는 13만 원이다. 최근 예약 판매에 돌입한 HMD인 오큘러스 리프트 가격이 599달러라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기어VR은 국내·외에서 판매 시작과 함께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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