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현대자동차

자동차 기술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작지만 강한 녀석이 나타났다. 내연기관 차에 시스템만 결합해 제작된 기존의 하이브리드와는 다르다. ‘친환경 전용차’를 표방, 전용 플랫폼으로 새롭게 태어난 차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가 국산 최초의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을 시장에 내놨다. 개발 콘셉트는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미래 모빌리티의 시작’. 주행성능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모델이라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명불허전’ 압도적 연비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직접 만나봤다. 최상위 트림인 ‘Q’ 모델이었다.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경기도 파주 헤이리 인근까지 약 45㎞ 구간을 달렸다. 운전석에 앉아 익숙하게 시트 위치를 조절했다. 기존 현대차 모델과 실내 분위기와 인터페이스 등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친환경 전용차로 개발됐다는 이유만으로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것 보다는 훨씬 낫다는 평가다.

▲ 사진 = 현대자동차

하이브리드 전용차답게 계기판 왼쪽에는 rpm 게이지 대신 배터리 상태가 표시된다. 차선이탈방지시스템, 사각지대경보시스템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눈에 띈다.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자동차와 비교해 내장재의 질감이 고급스러운 편이다. 손이 닿는 도어 부분이나 센터펜시아 등에 천연소재를 대폭 적용했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일까. 실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다만 가볍게 풍기는 본드 냄새는 숨길 수 없었다.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아봤다. 차가 미끄러지듯 출발한다. 그랜저·K7 하이브리드에서 느껴지는 묵직함과는 사뭇 다른 가벼운 초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전기모터와 엔진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에너지 흐름도를 계속 지켜보며 도로를 달렸다. 전기 모터의 활용 폭이 상당히 넓게 느껴졌다. 시속 60㎞ 정도로 달리며 작은 언덕을 오를 때도 가볍게 페달을 밟으면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터리가 2칸 이하로 남으면 모터 사용이 강제로 중단됐다.

▲ 사진 = 현대자동차

연료 효율성은 압도적이었다. 그야말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연비를 끌어올려봤다. 도심 구간에서는 최대한 모터로만 주행하고 고속 구간에서도 속도를 70㎞/h 이상으로 올리지 않았다. 계기판에는 30㎞/ℓ에 육박하는 실연비가 표시됐다. 경제운전 98%, 일반운전 2%의 운전 습관을 지녔다는 통계가 나왔다. 시승이 진행된 1월20일은 오후에도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가 계속됐다.

배터리 성능에 제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 것이다. 이 차의 공인복합연비는 20.2㎞/ℓ다. 차에 함께 탑승한 동료 기자는 같은 구간을 연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달렸다. 차량 테스트를 위해 차를 거칠게 몰았음에도 17,5㎞/ℓ 수준의 실연비를 기록했다.

▲ 사진 = 현대자동차

운전의 재미, 기대를 뛰어넘다

이 차의 최대 장점은 운전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돼온 부분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아직까지 많은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차는 힘이 없다’는 선입견을 지니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달랐다. 운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한 현대차의 노력이 엿보였다.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신형 카파 1.6 GDi 엔진을 품었다. 최고 출력 105마력, 최대 토크 15.0kgf·m의 힘을 낸다. 이와 함께 최대 출력 43.5마력(32kW 환산 시), 최대 토크 17.3kgf·m를 내는 고효율 영구자석형 모터 시스템을 결합했다. 6단 듀얼클러치트랜스미션(DCT)를 장착했다.

▲ 사진 = 현대자동차

DCT의 직결감은 예상보다 뛰어났다. 다이나믹한 주행을 위해 변속기를 ‘스포츠(S) 모드’로 놓고 페달을 밟자 작은 차체가 튕겨져 나가듯 반응했다. 운전의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5단 상황에서 시속 160~170㎞ 수준까지 속도가 치솟았다. 이 상황에서도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했다. 저중심 설계와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핸들이 약간 가볍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뛰어난 연료 효율성과 운전의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킬만한 성능을 지녔다는 총평이다. 20~30대의 엔트리카뿐 아니라 패밀리용 세컨카 용도로도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격 경쟁력도 상당히 높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2295만~275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