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보인 시기였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극적으로 희망의 불씨를 지핀 분양시장은 2000년 이후 최대 물량인 50여만가구를 공급하며 그 어느 때보다 알찬 한 해를 보냈다.

여기에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반영한 주택 상품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기업형 임대주택(이하 뉴스테이)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폭발적 관심을 받았으며, 테라스하우스 열풍도 거셌다. 특히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일반 아파트처럼 3룸·판상형·4베이 설계가 적용된 오피스텔인 ‘아파텔’도 실거주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최근 베이비부머(55~63년생)와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인 에코부머(79~97년생) 세대가 급증하며 올해 역시 새로운 주거 트렌드 도입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갤럽과 피데스개발이 미래주택 설문조사와 세계 각국의 주거 트렌드 조사를 토대로 미래 주거 트렌드에 대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2016년~17년 주거공간은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른 세대 현상을 중심으로 주택의 상업시장 진입, 강남발 재건축, 세계 경제와 소비심리 등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진화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변화하는 주거 트렌드에 맞는 주거상품들이 개발돼 주거 공간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6~2017년 주거 공간 주요 트렌드’를 예측해본다.

◆사물인터넷 하우징 단순한 스위치 조절과 에너지 절감의 홈오토메이션을 넘어 진정한 홈네트워크,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하우징 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일례로, 집의 벽이 TV가 되고, 투명한 거실 유리칸막이가 스크린이 되고 커튼은 첨단 스피커가 된다. 나아가 스마트폰, 시계로 건강과 심리 상태를 확인해 집의 온도, 조명을 맞춰두고, 일정을 자동 확인해 손님 방문에 맞춰 거실을 넓히고 음악을 틀어준다. 이와 함께 집안에서의 행동패턴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 주거환경을 만드는 사물인터넷 하우징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스테이케이션 공간 각광 집 근처에서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공간과 저렴하게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도심 여가공간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 내 실내체육관, 산책로, 오솔길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며, 온 가족이 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트리트몰, 라이프스타일 센터형 상가도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특히 오랫동안 운전하기보다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입지, 역세권 입지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주택시장 본격화 임대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월세 시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주거공간이 상업공간으로 거듭나며 월세 주택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수요에 비해 투자수요가 커지며 수익형 부동산이 부동산 시장에서 주연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월세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점차 사라지고, 기업형 뉴스테이, 준공공 임대주택, 민간 임대사업이 활성화되고, 관광과 주거가 합해져 홈스테이,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주거공간으로 파고들며, 실거주와 투자를 병행하는 콜라보가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거 공간 ‘핏사이징’ 가속화 최근 주택 다운사이징(Downsizing)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올해는 무한정 다운사이징이 아닌 ‘인당십평(人當十坪)’의 형태로 일정한 핏사이징(Fit Sizing)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인 이하 가구는 전체 가구의 75.1%를 차지했지만 향후 2025년에는 83.1%, 2035년에는 88%로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109㎡(33평) 이하의 ‘주거 공간 핏사이징’ 현상이 발생된다.

◆외국인 식구(食口)시대 도래 외국인 200만 시대를 맞으며 외국인들이 주거 공간 주체로 다가오는 ‘외국인 식구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실제 2014년 기준 체류외국인 약 180만명, 외국인 입국자 1426만명을 기록하는 등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남은 방을 외국인들에게 빌려주는 홈스테이, 게스트하우스가 일상화되고, 외국인 니즈에 맞춘 공간, 서비스제공 상품이 경쟁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非 아파트의 진격 아파트 선호 속 틈새 非 아파트 상품이 인기를 끄는 ‘非 아파트의 진격’이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선호되던 마당과 테라스가 있는 집뿐만 아니라 아파텔, 서비스드레지던스, 고층 주거복합, 상가주택 등의 인기가 높아질 전망이다. 택지 부족이 심화되는 도심은 주거, 상업, 레저, 휴식, 문화가 혼합된 공간효율을 높인 역세권 초고층 복합시설이 인기를 끌며 교외, 시골에서는 대지 지분이 높은 전원주택, 마당 테라스가 있는 집의 인기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주거형 오피스텔, 쉐어하우스/코하우징, 협동조합 주거상품이 주목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