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살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집.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요소지만 그 주거 형태도 다양해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한 번쯤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요즘 전세살이하는 세입자들의 최대 고민은 ‘지금 집 사도 좋을까’다. 전셋값이 한 주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이 과거에 비해 줄었고, 대형건설사들도 유명 브랜드 아파트를 쏟아내며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집을 사려고 하기엔 집값 하락에 대한 공포가 크다. 이에 시장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실거주용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라면 지금 집을 사도 괜찮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아직 집 살 시기가 아니라는 ‘신중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세 vs 월세 vs 자가… 유리한 주거 형태는?

자가, 전세, 월세를 놓고 볼 때, 자금만 여유롭다면 사람들은 분명 자가를 선호한다. 전세나 월세보다 자가가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경우 ‘내 집 마련’이 인생의 목표일 정도로 이들의 자가 보유 의식은 타 선진국에 비해 유독 강하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경우 교육상 부동산에 대한 니즈(Needs)는 상상을 초월한다. 부동산이 주식, 채권과 같은 무형의 금융자산과는 달리 실물자산이라는 것도 자가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다. 이러한 영향으로 우리나라 가계 자산 중 75%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

하지만 이들 주거 형태별 장·단점도 명확하다. 자가의 경우 전셋값 걱정 없이 안정된 주거가 가능하고, 개발 호재 시 자산 증식효과도 누릴 수 있는 반면, 전·월세에 비해 목돈이 많이 들고, 연간 지출되는 세금도 상당하다.

일례로 2억원을 가진 사람이 3억원짜리 집에 빚 없이 전세를 살 때와 연 3.2% 금리로 1억원을 대출 받아 집을 산다고 가정할 때 연간 주거비용을 비교(취득세, 부동산 복비, 이사비용 등 일회성 경비 제외)해보면, 자가의 경우 57만원의 재산세와 대출이자 320만원 등 연간 총 377만원의 주거비용이 지출된다. 반면 전세의 경우 주민세 5000원만 내면 된다.

전세의 경우 천정부지로 뛰는 전셋값 부담과 이로 인한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고, 월세는 매달 월세를 지출해야하기 때문에 돈을 모으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임대차 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전월세 총 거래량은 147만2398건으로, 이 중 월세(확정일자 미신고 제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2%로 전년(41%)보다 3.2%로 전체 거래량보다 8배 이상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임차유형별로 보면 전년 대비 전세는 5.1% 하락했으나, 월세는 8.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의 월세비중은 38.7%로 3.2%, 아파트 외 주택은 48.8%로 1.7% 각각 뛰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탈(脫)전세’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는 재건축으로 인한 멸실 가구 증가 요인 등으로 수도권의 경우 전세의 월세화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여기에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과 과잉공급 논란으로 소비자의 주택구매욕구가 떨어진 점도 월세시대의 장기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요자가 관망세를 타면 전세난이 심해지고 결국 세입자들의 주거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올해에도 전셋집을 찾는 세입자들의 고통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 사야 하나 버텨야 하나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이 미국의 금리인상, 대출규제 강화, 공급과잉 등 3대 악재로 인해 지난해보다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내 집 마련을 앞두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실거주자는 불안한 시장 분위기 속에 내 집 장만을 예정대로 해야 할지 아니면 전세금을 올려주고 전세살이를 계속해야 할지 선뜻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리서치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지금이 집을 구입하기에 좋은 시기인가’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4%가 ‘좋은 시기’, 57%는 ‘좋지 않은 시기’로 응답했으며, 19%는 의견을 유보했다. 50대 이하에서는 ‘지금이 집을 구입하기에 좋지 않은 시기’라는 의견이 대체로 우세했고(△2030세대 약 75%, △40대 60%, △50대 49%), 60세 이상은 ‘좋은 시기’(30%)와 ‘좋지 않은 시기’(33%)라는 응답이 비슷했다.

지난 2013년 9월 ‘8·28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 발표 직후 조사에서 ‘지금이 집을 구입하기에 좋은 시기’ 34%, ‘좋지 않은 시기’ 42%, 의견 유보 24%였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집 구입 적기’라는 응답은 10%포인트 감소했고, ‘좋지 않은 시기’는 15%포인트 증가했다.

 

전세가율 80%시대… 내 집 마련 고민 깊어져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먼저 “올해 주택을 구입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최근 거침없이 상승 중인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을 근거로 든다. 최근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의 격차가 크게 줄고 있고, 임대차 시장이 월세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전세 급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구조적으로 전세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전세난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주택 구매를 계획하고 있었던 실수요자들은 주택 매수를 꺼릴 필요가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전세가율을 보면 전세와 매매의 가격차가 크지 않다”며, “전세가율이 80% 수준에 사는 것은 매매가와 비교해 조금 더 비용이 줄 수 있겠지만, 리스크를 고려할 경우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집을 샀다가 매매 가격이 폭락할까봐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전세 가격도 비싸서 임차인의 부담도 커졌다. 결국 매매와 전세의 리스크가 같이 증가했기 때문에 올해 내 집 마련 후 가격 상승기에 매도를 하고 집을 갈아탄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강산 아스타엠피엘 투자이사는 “재건축 등에 의한 멸실 수요와 소득 증가에 따른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수요까지 고려하면 집값이 단기간에 폭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1%대인 대한민국 역사상 초저금리 시대에서 투자 목적이 아닌 실거주 목적이라면 현재 주택을 구입해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올해 대출 규제 강화…“빚 내서 집사는 건 아니올시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김수연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와 주택 매매 가격이 어깨까지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지금 집 사는 것은 필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 매입 의사가 있는 경우 주택 매입자금을 대출로 조달한다면 살림살이에 무리를 주지 않을 정도의 선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주택 취득에 따른 세금 등도 고려한 후에 매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현재 주요 주택 구매 수요자 층이 30대로 젊어진 가운데 과연 이들이 집을 살 정도로 대출이자를 부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올해 정부의 대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공격적으로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살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