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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막는 규제] '침대에 다리 맞추기' 우(愚)를 놔둘순 없다대한상의 '신사업 장벽 개선과제' 6개 부문 40개 제시

#1. 서울에서 교량 및 고압전선 등 위험시설물의 안전진단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업체를 운영 중인 A씨. 최근 1~2년 새에 국내외로 급속히 개발 보급되고 있는 드론(drone:무인비행체)을 고위험 시설의 안전진단에 활용하면 인명피해 우려도 줄이고, 사업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 같아 한껏 기대감을 품고, 관계 기관에 드론 도입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기대는 곧바로 큰 실망으로 돌변했다. 국내 항공법에는 드론의 용도를 사진촬영, 농약살포, 측량탐사, 관측 등으로 제한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드론을 산업 측면에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해 놓은 세부 가이드라인이 국내에는 없었던 탓에 A씨는 씁쓸하게 드론 활용 사업의 꿈을 접어야 했다.

#2. 화석연료인 기름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자동차의 배출가스가 기후변화의 한 원인으로 꼽히면서 친환경차인 전기차와 수소연료차(수소차)에 대한 인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수소차의 경우, 국내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수준의 기술로 선도하고 있으며, 일본 미국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들도 앞다퉈 수소차 확대 보급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수소차 보급을 위한 인프라 관련 설치 및 운영 기준이 없어 상용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주유소나 LPG충전소에 수소충전시설을 병설할 경우, 각 설비간 이격거리를 줄여주고, 충전소에서 수소가스 직접 제조도 허용하며 수소차 대중화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현행법상 수소충전소 설치기준이 불충분하고, 충전소 병설이나 수소가스 제조 관련 안전기준이 부재하다. 즉, 수소차 제조 기술력은 토끼 뜀박질 수준이나, 관련 인프라설치 및 규정 등 병행 조치는 거북이 느림보 수준에 머물고 있어, 산업과 행정의 엇박자 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3. 해외에서 각광받는 한류상품 가운데 최고 효자 중 하나는 화장품이다. 중국을 위시해 동남아 등 한국을 방문하는 아시아권 관광객들은 한국 화장품 구입 선호도가 절대적이다. 이들 나라의 현지 시장에서도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K-뷰티 제품의 인기는 매우 높다. 그러나 화장품업계는 이같은 K-뷰티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선 기능성 화장품의 연구개발(R&D)이 필수적인데, 국내 법제도가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현재 국내 화장품법에 따르면 기능성 화장품은 주름개선, 미백개선, 자외선차단 등 3종만 인정하고 있어,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재생, 비타민C 등 다양한 영양성분을 함유시킨 고기능성 화장품 개발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장품업계는 기능성 화장품의 인정범위를 대폭 넓혀 글로벌 뷰티시장에서 한국이 주도할 수 있도록 R&D 문호를 개방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위의 3가지 대표 사례에서 보듯 국내기업이나 기업인들이 미래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드론, 메디컬푸드, 사물인터넷(IoT), 3D프린터 등 신사업 연구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국내의 경직된 규제들이 사업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서명운동본부 현판식 모습. 사진=대한상의

2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신사업의 장벽, 규제 트라이앵글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사전규제-포지티브규제-규제인프라 부재의 삼각축에 갇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6개 부문의 40개 신사업들을 소개했다.

물론 예시된 신사업 관련 규제들이 제조기업의 이해관계 측면에서 반영된 내용들도 있고, 아직 상용화단계도 아닌데도 미리 앞질러 선행적 제도 개선을 요구한 성격도 없지 않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 경쟁국들이 해당 신사업의 시장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 및 보급확대를 가로막는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적 특성만 고집하며 기득권적 규제를 기업에 강요하는 모습은 마치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해 쇠침대에 눕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손님의 다리를 잡아늘이거나, 침대보다 길면 다리를 잘라버리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의 가혹하고 어리석은 행위와 진배 없다는 점에서 경제계의 규제 해제 호소를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많다.

[ 국내 신사업별 규제 장벽 내용 ]

1. ICT융합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규제인프라 부재

최근 서비스산업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O2O 서비스에 종전의 유사사업에 적용하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가령, 온라인 자동차 경매업체에 주차장, 경매시설 확보 같은 오프라인 경매업에 적용하는 기준을 동일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는 배달앱에 택배업 허가를, 숙박공유에 숙박업자 등록 등을 요구하는 형태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관련규제:자동차관리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공중위생관리법)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의 위치정보 자동수집 금지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스마트기기의 위치정보도 개인정보로 간주, 자동수집을 금지하고 있다. 즉, 수집 때마다 사용자의 동의를 요구하도록 해 사용의 편의성 및 접근성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관광가이드앱이나 부동산앱 같은 위치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스타트업 기업들의 사업활동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관련규제:위치정보법)

▲통신사업자의 사물인터넷(IoT) 설비 제조금지

단말기 제조에 따른 통신사업자의 통신시장 독점 예방을 위해 통신설비제조를 사실상 금지시켰다. 이는 1990년대 후반 2.5세대 휴대폰 PCS시대에 도입된 규제로, 5G 이동통신기술을 선도하는 국내 이통사들이 사물인터넷 분야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스마트센서, 소형기기 등 IoT설비까지 자체개발을 막는 것은 산업 및 기술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관련규제:전기통신사업법)

▲ 출처=대한상공회의소

2.무인사업

▲인공지능(AI) 무인엘리베이터 운행 불허

해외에선 병원 및 공장의 물류, 환자 이동 등에 ‘물류 로봇’을 활용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에선 무선제어·무인운전의 엘리베이터는 사람의 직접조작만 규정해 운전자 미탑승 시 운행을 금지시키고 있다. 따라서 무선제어 무인제어 방식의 물류 로봇은 국내에서 활용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관련규제:전기용품안전기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기준 부재

현행법상 자동차 안전성은 제조사가 스스로 기준 적합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경우 자동차 및 부품의 성능 기준에 관련 규정이 없어 안전성을 입증할 방법이 없는 상태이다.(관련규제:자동차관리법)

▲ 출처=대한상공회의소

3.에너지

▲전기저장장치(ESS)를 비상전원으로 불인정

전기의 체계적 관리 및 효율적 사용을 위한 스마트 그리드 사업의 한 실행안으로 전기저장장치(ESS)가 급속히 떠오르고 있지만, 현행법은 대형건물에 비상전원으로 ESS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비상발전기 설치 지침에서 디절과 가스터빈식 발전기만 비상전원으로 인정함으로써 비상에너지원 기능을 가진 ESS의 대형시설물 내 도입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대형 시설물에선 현행법상 비상발전기와 함께 ESS를 병행 설치하는 이중비용을 감수하고 있다.(관련규제:전기설비기술기준)

▲히트펌프를 신재생에너지로 불인정

히트펌프는 공기, 하수, 하천수 등을 열원으로 이용하는 자연에너지 및 에너지 재활용 발전방식이란 점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념에 부합하지만, 관련법규는 수소, 연료전지, 석탄액화, 태양, 수력, 풍력, 해양, 지열, 바이오 등으로만 국한시켜 규정하고 있다.(관련규제: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 출처=대한상공회의소

4.바이오·헬스

▲3D프린터 및 출력물 인증기준 부재

가발, 의족의수, 인공장기 등 3D 프린터의 활용범위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국내에는 국산 3D프린터는 사무용 프린터와 동일한 안전기준을 적용해 전기적 안전성만 확인하는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안전성은 물론 원재료와 출력물의 성능까지 검증받은 외국산 3D프린터의 제품 경쟁력이 뛰어나 국내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외국산에 의존하는 있는 실정이다. 국내의 관련 인증기준 미비로 국산 3D 프린터의 신뢰도와 활용도가 실추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특수의료용 식품 8종만 인정, 메디컬푸드 활성화 저해

현행 특수의료용도식품을 환자용 균형영양식, 당뇨환자용식품, 신장질환자용식품 등 8종으로 제한시켜, 의약품과 식품이 혼합된 다양한 메디컬푸드 개발 및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열거식 나열에서 탈피, 질병 및 환자 상태, 시장상황에 맞춘 다양한 제품의 개발과 도입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관련규제:식품위생법, 식품공전)

▲ 출처=대한상공회의소

5.의료서비스

▲보험사 제공 헬스케어 서비스에 법적기준 부재

미국, 일본 등에선 보험사가 건강관리, 치료관리, 식단관리, 상담 및 모니터링 등을 접목해 ‘토털 헬스케어 서비스’사업을 확대 발전시키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 관련 기준이 없어 서비스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즉, 의료법상 의료인 이외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고,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 같은 정의 및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관련규제:의료법)

▲의료용앱에 의료기기와 동일한 허가기준 적용

스마트폰용 의료앱은 질병 예방, 치료법 등 정보제공이 주목적이다. 한 예로, 당뇨환자용 앱은 직접 혈당측정이 아니라 의료기기로 측정한 수치를 기록, 관리, 분석하는 게 목적임에도 일반 의료기기와 똑같은 허가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의료관련 정보 제공과 무관한 임상시험 요건을 요구함으로써 의료앱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관련규제: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규정)

▲ 출처=대한상공회의소

6.기타

▲사설탐정 관련법령 부재

해외에선 탐정소설 <셜록 홈즈> 주인공처럼 민간범죄, 법률, 기업, 재정, 보험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탐정사업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사설탐정 근거법령이 부재하며, 입법추진도 17년째 무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중 사설탐정 법령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대한상의측은 전했다. 황당하게도 1997년 국내 탐정시장은 개방돼 외국의 탐정업체는 버젓이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웃픈 현실이 빚어지고 있다. 국내 사업자가 운영하는 사설탐정, 심부름센터 등 탐정관련 활동은 일체 불법행위로 간주되고 있다.(관련규제:경비업법 개정안, 민간조사업법안)

▲ 출처=대한상공회의소

이진우 기자  |  jinulee@econovill.com  |  승인 2016.01.20  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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