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미약품이 8조원에 달하는 기술 수출에 성공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제약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바이오의약품 특허 만료가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 2012,2013년에 엔브렐, 레미케이드 같은 주요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됐고, 지난해에서 리툭산과 같은 의약품 특허가 만료 됐으며 2016년에는 휴미라 특허가 만료 되고 2019년에도 몇 개가 더 남아있는 상황이다.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돼야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가능한데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7일 처음으로 FDA(미국 식품의약국)자문위원회가 뉴포젠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만장일치로 승인을 권고했다.

2019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약 2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상위 10대 의약품목 중 7개 이상이 바이오의약품일 정도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고속으로 성장, 같은 흐름을 타고 바이오시밀러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지난 2012년 램시마(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허쥬마(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브랜시스(엔브렐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다. 다국적 제약사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노리기는 마찬가지다. 화이자는 다수의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하고 있는 호스피라를 인수했고 오리지네이터(바이오의약품)를 개발하던 회사 암젠 역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바이오시밀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다. 예상보다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고 있는데 각국 의료 예산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어 바이오의약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인이 많아지면 의료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각종 약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텐데 환자 개인의 부담금도 만만치 않지만 국가가 보장해야하는 의료비 역시 갈수록 지출이 커지는 상황이니 효능은 같으면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재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44%는 유럽이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바이오시밀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약가인하 계획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오리지널의약품의 약가를 낮추고 저렴한 제네릭 사용을 늘려 약 처방에 관한 정부 지출을 줄이자는 것이 힐러리 전 국무장관의 주 요지다.

물론 아직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다 이 정책이 실제 실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약가 규제 정책이 실제로 법제화 된다면 해외 수출을 노리고 있는 국내 업체에게는 호재라는 평가다.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이런 정책을 제시한 것은 오바마 정부가 의료 보험적용 인원을 2000만명 이상 늘린데다 고가의 바이오의약품 처방이 전년대비 30% 이상 늘어 약 처방비가 늘어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가 주목 받는 이유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그런데 바이오시밀러의 미래는 정말 장밋빛이기만 한 걸까? 대중에게 바이오시밀러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꽤나 최근의 일일지 모르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이미 그동안 많은 주목을 받아온 분야인 것이 사실이다. 주요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다가오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바이오시밀러 미래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바이오시밀러를 뛰어넘는 차세대 유망 의약품으로 '바이오베터'가 언급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장밋빛 전망?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과열경쟁'이다.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한 이상 가격경쟁은 당연히 일어날텐데 가격경쟁에서 결국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들은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적절한 원가 확보가 가능한 기업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은 바이오시밀러 승인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어서 본격 가격경쟁은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간의 가격 격차가 그리 크지도 않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램시마의 매출액은 지난해 100억원을 넘지 못했다. 증가 추세이기는 하지만 오리지네이터인 존슨앤존슨이 개발한 레미케이드의 절반도 안 된다. 더구나 레미케이드는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 출시 이후에도 매출 증가는 이어지고 있다.

약품의 경우 사실 효능이 비슷하거나 같을 경우 아주 큰 이점이 없는 이상 기존에 사용하던 약을 쓰려는 관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램시마 가격이 37만 892원이고 레미케이드 가격이 39만 412원이니, 바이오시밀러의 최대 무기인 가격 차별화가 되지 않고 있다. 약가 차이는 고작 5%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존슨앤존슨이 램시마 출시 이후 바로 레미케이드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브랜시스를 출시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오리지네이터인 엔브렐과 가격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약가 차이가 35%정도 나는데 엔브렐 제작사인 MSD가 조만간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혀 30%로 좁혀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은 해외시장을 겨냥해 제품 개발을 했기 때문에 지금 가격을 낮추게 되면 해외 판매 시 높은 약가를 책정할 수 없게 된다.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오히려 가격이 하락해 제약 업체들의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와는 다르게 바이오시밀러 약품들의 가격이 오리지네이터 약품 가격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내리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에 가격 이점이 없고 기존에 쓰던 바이오의약품의 가격이 오히려 떨어진다면 업체들이 굳이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될 것이다.

차세대 유망 의약품은 바이오베터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이제 태동하고 있는데 벌써 다음 먹거리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시밀러에 이어 제약시장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은 '바이오베터'다.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를 개량한 약품을 말한다. '슈퍼 바이오시밀러'라고도 불리는데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더 낫다는 의미로 베터(better)라고 불린다. 바이오시밀러는 기존 바이오 신약을 복제한 것을 말하며 바이오베터는 효능, 투여 횟수 등이 더 차별화 된 약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바이오시밀러와는 다르다. 이미 시장에서 안정성을 인정받은 바이오의약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바이오베터 역시 안전성은 보장받게 되며, 오리지네이터보다 더 효능이 좋은 약품 개발도 가능하다. 바이오시밀러처럼 복제가 아닌 개량신약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 특허도 인정받을 수 있어 특허분쟁에 휘말릴 걱정도 적다. 가격도 오리지네이터보다 더 높게 책정할 수 있고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기 이전에 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당뇨병 치료를 위해 기존의 약품이 일주일에 한 번은 주사를 맞아야 했다면 바이오베터는 이 효능을 개발시켜 한 달에 한 번만 맞아도 되도록 한다. 바이오베터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암젠은 지난 2001년 주사 횟수를 줄인 빈혈 치료제 '아라네스프'를 출시, 한 해 3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제넥신, 녹십자같은 기업들이 바이오베터 개발을 이끌고 있다. 한미약품은 2003년부터 바이오베터 개발에 들어갔다. 지난 2006년 자체개발에 성공한 '랩스커버리'라는 바이오베터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이 기술은 약효 시간이 짧아 매일 맞아야했던 주사 횟수를 최대 월 1회로 늘려준다. 이를 토대로 한미약품은 당뇨병 치료제, C형간염 치료제, 성장호르몬 등 6개 바이오베터를 임상 중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C형간염 치료제인 '한페론'과 경구용 성장호르몬제 '비타트로핀'을 개발 중이다. 한페론 역시 약효를 높여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된다. 지난 2013년 미국에서 임상 2상을 마치고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으려 하고 있다. 임상 3상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의 C형간염 치료제 '페가시스'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만약 한페론이 출시되면 페가시스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벤처인 제넥신에서도 빈혈 치료제, 성장호르몬제, 백혈구 감소증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며 녹십자는 유방암 치료 바이오베터를 개발 중이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바이오베터가 본격 출시된다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부분에서 업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지금보다 더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얼마나 크게 성장할 것인가 하는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 바이오베터와도 경쟁을 해야하는데다 가격경쟁에 지친 화학합성의약품 업체와 제네릭 업체들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면서 그들과도 경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렇다면 '왜' 바이오시밀러인가

가격경쟁으로 인해 매출 부진을 걱정해야하고, 경쟁 업체들도 많은데다,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베터에게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는데도 ‘왜’ 지금 업체들은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하고 있을까?

이는 시기의 문제인 것으로 보여진다. 아직까지는 바이오베터의 완제품이 시판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그런 와중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 됐으니 지금 현재로서는 바이오시밀러가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앞서 언급했지만 바이오시밀러가 얼마나 큰 규모로 성장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시장이 성장할 것이고 앞으로 의약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미래 제약업을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가 이끌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바이오베터의 경우 거의 신약 개발과 비슷하기 때문에 기술력이 없으면 아예 시장에 진입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많은 제약 업체들이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먼저 기술적 노하우를 쌓는다는 설명이다. 그 이후에 바이오베터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 또한 바이오시밀러 대비 바이오베터가 기술 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이 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따라가면서 바이오베터는 우선적으로 기술 수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약업계에 불어온 ‘바이오’ 바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바이오시밀러가 순풍을 맞고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바람이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는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