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회사채 발행에 목말랐던 기업들이 속속 회사채 발행을 통해 운전자금을 조달하거나 기존 차입금을 차환하는 자금으로 CB(Convertible Bonds,전환사채)BW(Bonds with Warrant,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등 연초부터 역동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발행시장과 융통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자금시장에서도 상장기업임에도 우량기업의 자금 조달 모습과 비우량기업의 자금 조달의 양상이 판이하게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우량기업의 회사채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반면 비우량기업은 회사채를 발행해도 투자자들이 받아주지 않으므로 시장에서 소화조차 못하고 어쩔 수 없이 CB나 BW를 발행하여 자금을 수혈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량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이자율을 낮게 발행하여 은행 대출이자보다도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로 활용하지만 비우량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는 전환사채(CB) 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동원되고 채권 금리도 상당히 높게 지불해야만 조달이 가능하다. BW제도는 지난 2013년에 발행이 금지됐었으나 지난해 7월 공모형에 한해 다시 허용됐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일정한 이자를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발행한 채권(Bond)과 일정 가격에 자사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Warrant)를 붙여 발행되는 회사채의 일종이다.

안정적으로 채권 이자를 확보하다가 주가가 오르면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행사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으며 신주인수권만 따로 분리해 팔 수도 있다.

나중에 워런트를 행사해 주식을 인수할 때는 회사에서 기발행한 주식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 주식을 발행하여 인수하게 한다.회사에서는 새로 주식을 발행한 만큼 전체 상장주식 수도 증가한다.

채권이자에 주식인수권이라는 매력적인 권리까지 얹어주기 때문에 발행기업 입장에서는 평범한 회사채에 비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수월하고, 발행 금리도 조금 낮춰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투자자들은 채권 이자도 받고 주식도 인수할 수 있어 발행기업과 투자자가 다 유용한 상품이다.

<신주인수권(W)만 따로 떼어내 거래>

분리형 BW는 앞에 ‘분리형’이란 조건이 붙은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리형이라는 말은 이자 받는 채권(Bond)과 신주인수권(Warrant)을 따로 떼어서 거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채권은 채권만기 때까지 보유하다가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고 신주인수권(워런트)은 먼저 매도하거나, 반대로 채권은 팔고 워런트만 갖고 있다가 나중에 주식(신주)을 인수할 수도 있다.

현재 시장에는 워런트만 사거나 채권만 사는 사람들도 있고, 이들이 채권과 워런트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도 별도로 형성되고 있다.

 < 만기 전 상환 요구도 가능 >

예를 들어 발행수익률이 연 7.0%이고 연 이자율(표면금리)은 3.0%인 채권을 BW로 발행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채권을 통해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3개월마다 지급하는 채권이자이다. 예로 든 채권의 경우는 발행일로부터 원금 상환일까지 매 3개월마다 연 3.0% 이자율로 채권이자를 주되, 채권 만기 때 지급되는 원리금을 모두 더하면 총 수익률이 연 7.0%가 된다는 뜻이다.

채권 금리가 결정되는 과정에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반영된다. 보통 채권발행 전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평가한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채권금리가 결정된다.

채권의 또 하나 장점은 채권만기일이 도래하기도 전에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Put-Option)도 있다. 조기 상환을 청구해도 처음에 약속한 연 7.0%가 적용된다.또한 조기상환청구권과 상관없이 HTS (홈트레이딩시스템:Home Trading System) 소매채권시장에서 바로 매도할 수도 있다.

이렇게 중간에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해서 채권 원리금을 돌려받았다 해도 W(신주인수권)에 대한 권리는 변함없이 그대로 살아있다.

<시장주가가 발행가 보다 높으면 주가 차익 발생>

신주인수권(W)에 따른 이익도 투자자들이 기대할만한 매력이 있다. 채권에는 W를 행사해서 신주를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 인수권을 행사해야 한다.

최종 확정된 행사가액은 보통주 1주의 가격 5000원이 일반적이다. W가 있으면 주당 5000원을 내고 발행기업의 주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 발행기업의 주가가 5000원 아래로 떨어진다면 W에 대한 권리는 포기하면 된다. 현재 발행기업의 주가가 4000원이라면 굳이 5000원을 주고 신주를 인수 받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면에 발행기업의 주가가 현재 7000원이라면 투자자에게는 별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가가 인수한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어 채권발행 후 한 달 동안만 이 주가가 유지될 수 있다면 W를 행사해  현재 주가 7000원에서 신주 인수가격 5000원을 차감하면 투자자는 1주당 2000원의 주가 차익을 얻게 된다.

실제로 지난 해 BW를 발행한 현대상선의 경우 당시 시장의 주식가격이 8000원으로 형성되어 투자자들은 인수가격 5000원보다 3000원이나 많은 주당 순이익을 얻었었다.

 

 <채권(B)과 신주인수권(W) 의 미묘한 관계>

BW는 기업과 투자자에게 모두 매우 유익한 상품이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좋기만 한 상품은 없다.

언제나 기업의 내밀한 정보를 알아야 이익도 얻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확인해야 한다.

먼저, 발행기업의 리스크가 있다. BW발행 기업은 신용등급이 BB등급 수준이다.때문에 신주인수권에서 부가되는 수익이 기대되더라도 회사채 상환능력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발행기업이 우량기업이면 당연히 시장의 주가가 발행가격(신주인수가격)보다 높게 형성되겠지만 비우량기업인 경우에는 반대로 인수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는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비우량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이자율을 낮게 하면 자금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고금리로 이자를 약속하고 신주인수권까지 부여해서 BW를 발행한다.

물론 자산과 재무구조가 양호한 기업도 BW를 발행할 때가 있지만 이런 기업은 채권금리를 매우 낮게 책정해서 채권을 발행한다.

둘째는 주가와 행사가액의 상관 관계다. 기본적으로 워런트 매매가격은 해당 기업의 미래가치가 반영되어 가격이 형성된다. 이론적으로는 ‘워런트가격+행사가액=현재주가’가 맞다.

그러나 워런트를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있고, 그 사이에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기대가격이 플러스 되어 워런트 가격이 이론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BW의 W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은 발행기업의 미래 주가가 상승할 것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 채권(B)에서 더 큰 기회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전문가들은 색다른 조언을 한다. 일반적으로 공모청약에서 BW를 배정받으면 신주인수권(W)만 남기고 채권(B)은 바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로 인해 일시적으로 채권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와 액면가보다 싸게 거래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럴 때 채권을 싸게 매수해서 만기까지 보유하면 액면가와의 차액은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채권(B)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권유한다.

또한 나중에 신주인수권(W)을 행사해 신주를 인수할 때도 인수대금을 현금 대신 보유한 채권으로 납입할 수도 있는데 이 때는 채권의 가격을 액면가로 쳐주기 때문에 채권을 싸게 산 만큼 이익을 낼 기회가 또 생긴다고 한 차원 높은 조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