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바꿔서라도 스타트업 지원해야죠, 팍팍 밀어줘야 합니다! 중국 보세요. 기업들 하는 일에 정부가 손대지 않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취재차 우연히 알게 된 스타트업 업계 대표가 한 말이다. 솔직히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그럼요. 창조경제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죠”라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마음은 내심 불편했다.

 

이 세상에 스타트업이 아니었던 기업이 존재할까? 이런 측면에서 최근 불어닥치는 스타트업 전성시대는 당연히 두 팔 벌려 환영이다.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일도 스타트업이 할 수 있다. 전반적인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꿈을 쫓는 모험가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스타트업은 당연히 발전하고 성장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스타트업들이 겪는 제1호 공적은 무엇일까? 바로 규제다. 구시대의 악습에 사로잡혀 파격적인 실험을 원천봉쇄하는 규제가 도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분위기는 민감한 금융의 영역, 주로 핀테크 지대에서 극적으로 표출될 것이며 대기업이 패권을 잡고 있는 영역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다. 단언하건데, 이러한 규제는 모두 사라져야 한다. 비겁하다.

하지만 모든 규제가 독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헤이딜러와 콜버스 논란을 보자. 중고차 매매와 심야 콜버스 서비스를 내세우는 이들은 각각 자동차관리법 개정안과 택시 사업자들의 문제 제기로 좌초 위기를 겪었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쓸데없는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났고, 결국 지난 12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미래산업 조찬 간담회를 열고 이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기로 약속했다.

얼핏 보기에 해피엔딩이다. ‘스타트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사라졌다!’ 그러나 여기에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모든 규제가 과연 치워야 할 장애물인가다. 헤이딜러와 콜버스의 문제는 이러한 의문에 화두를 던지는 단서일 뿐, 작금의 문제 해결 국면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잘된 일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두고 분명 곰곰이 생각해야 할 지점이 있다.

경제 영역의 규제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로 해석된다. 이 지점에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치밀하고 냉정한 상황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일련의 내용들을 보면 모든 논의의 방점은 무조건 ‘스타트업을 살려야 한다!’에만 맹목적으로 쏠려있는 분위기다.

맞다. 물론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규제를 없애는 게 좋은 일일까?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이 등장해 ‘우리가 펀딩하려고 하는데 방식이 너무 복잡하다. 그냥 금융당국 승인 없이 우리가 알아서 돈 모으게 해줘라. 규제를 철폐하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냥 규제를 풀어줄 것인가?

물론 이 사례는 가정일 뿐이며, 스타트업 규제 철폐를 외치는 사람들도 이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스타트업 규제 철폐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헤이딜러와 콜버스는 살려야 한다. 지금 이 규제의 결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논의에 나서는 우리의 태도다. 무조건적인 스타트업 육성에만 홀려 감정적으로 ‘밀어주자’라고 외치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쓸데없는 규제는 날리고 필요한 규제마저 날려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규제는 무조건적인 악마가 아니라, 깐깐하고 복잡한 게임의 법칙일 뿐이다. 그리고 이 법칙을 바꾸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다. 우버택시를 가로막던 그 패기로, 조금 냉정한 상황판단이 선행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