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오큘러스VR

마크 주커버그의 보물은 무얼까. 잘 알려진 대로 그는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다. 모르긴 몰라도 아내 프리실라 첸과 작년에 태어난 딸 맥스를 아끼는 마음이 가장 크지 않을까.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은 페이스북 그 자체를 자식마냥 아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최근에 주커버그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대상이 있다. 바로 가상현실(VR)이다.

주커버그는 공식과 비공식 자리를 넘나들며 자신이 VR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강조하고 다닌다. ‘홀딱 반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겠다. VR을 체험하며 어린아이처럼 흥분에 젖어있는 주커버그의 표정이 담긴 사진을 보면 누구든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개인적인 관심으로 치부할 순 없다. 주커버그가 개인적인 관심에 매몰되어 앞뒤 분간 못하는 어린아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VR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안에 희미하게 보이는 미래의 ‘돈줄’을 자신은 분명히 봤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VR은 소통 증폭장치?

“앞으로 10~15년 뒤 컴퓨터나 스마트폰 대신 VR 기기를 착용하고 컴퓨팅을 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지난해 콜롬비아에 가서 주커버그가 남긴 말이다. 그는 사람들이 마우스나 키보드처럼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하고 PC 환경을 즐기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본다.

HMD는 VR을 즐기기 위해 필수적인 장비다. 머리에 쓰는 3D 디스플레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아직까지는 컴퓨터와 같은 기기와 연결해 사용해야 하는 주변 기기다. 다만 앞으로 컴퓨터와 HMD가 결합된 디바이스가 주류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주커버그는 VR의 핵심이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으로 문자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소통한다. 향후 VR이 차세대 소통 방식이 될 것이라고 주커버그는 믿는다. “VR은 사람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쉽게 납득이 가는 주장은 아니다. 아직까지 VR 환경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극히 소수이기 때문이다. 마이크 슈뢰퍼 페이스북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부연 설명해준다.

“VR은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한 방식 중 하나입니다. 자녀와 떨어져 있는 부모나 친구 생일 파티에 못 간 이들이 ‘공간이동’을 하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그가 지난해 F8 2015 개발자 회의에서 남긴 말이다.

소통이 돈이다

왜 페이스북은 항상 소통을 강조하는가. 구글이 검색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통과 검색은 다름 아닌 광고 매출과 연결된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으로 더 많은 소통을 할수록 페이스북은 확보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더 많은 광고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구글도 검색량이 늘어나야 광고 매출이 오른다.

페이스북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2014년 전체 140억 달러의 매출에서 130억2000만 달러가 광고수익이다. 비율로 따지면 93%에 달한다.

VR은 소통의 질을 끌어올려준다. 상대와 마주보고 앉아 대화하는 것 같은 경험도 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없던 프리미엄 소통 방식이다. 너도나도 VR 소통을 즐기려고 페이스북을 떠나지 않기를 주커버그는 바란다. 이용자가 북적여야 광고 플랫폼이 죽지 않으니까.

▲ 출처=오큘러스VR

오큘러스, 위대한 첫걸음

주커버그가 “VR이 좋다” 말만 하는 건 아니다. 2014년 3월에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VR 기술을 지닌 스타트업 오큘러스VR을 인수했다. 인수를 위해 약 2조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았다. 오큘러스VR은 인수 후 독자 운영되면서 페이스북 VR 전략의 중추로 자리를 잡았다.

페이스북은 VR 외에도 증강현실(AR)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에서 AR 전문 연구원을 영입했다. 한 행사에서는 페이스북 관계자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AR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기술 발전에 따라 VR과 AR이 한 지점에서 만날 것이라는 지배적인 전망을 염두에 둔 셈이다.

또 예고된 대로 HMD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예약판매하기 시작했다. VR 원년이라고 불리는 2016년 첫 시작을 장식한 것이다. 예약판매는 일본을 비롯한 20개국에서 먼저 시행된다. 차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한국은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예약판매 시작과 함께 가격이 공개됐다. 599달러(약 72만 원)으로 책정됐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고가다. 그간 이 제품 소비자 버전을 300달러 수준으로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소비자는 배신감을 느꼈다.

그렇다면 VR 대중화에 차질이 생길까. 아직까진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예약판매 시작 하루 만에 3개월 치 물량이 팔렸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시작이 나쁘지 않다. 향후 생산량을 늘리면서 적정 가격을 찾게 된다면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VR 원년이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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