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구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미국 ICT 기업에 날리는 견제구가 날이 갈수록 묵직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구글의 반독점 혐의를 본격적으로 재조사하는 상황에서 소수 기업의 빅데이터 활용 반독점 위반 혐의도 적극적으로 조사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17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미국 기업투자회의 연설을 통해 "몇몇 기업이 빅데이터를 선점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EU 경쟁당국은 기업 인수합병의 반독점 혐의에 빅데이터가 관련될 경우 반드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출처=위키미디어

이는 EU가 반독점을 넘어 빅데이터 활용까지 넘나드는 광범위한 개념의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럽에서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빅데이터 활용까지 논의의 개념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EU의 행보에 깔린 '의도'를 두고 '불안감'을 지목하고 있다. 미국 ICT 기업에 대한 위기감의 발로에서 반독점에 빅데이터를 더했다는 뜻이다.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는 정보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국가와 기업의 관계에서는 정보공조를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지점이 단서다.

이는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불안감도 존재하지만 정치 및 안보적인 측면에서의 공포감도 포함된다. 실제로 구글이 미국 정부의 든든한 민간 정보 파트너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18일 한국의 미래창조과학부가 비식별 개인정보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열어 눈길을 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개인정보 관련 법령에 비식별 정보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고 비식별 정보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을 두고 EU는 '견제'의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고 후발주자인 한국은 가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기업에 몰아주는 것에 집중하는 셈이다. 정치집단이 각자의 상황에 따라 빅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