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원년으로 불리는 병신년(丙申年)에 구글은 어떤 활약을 할 수 있을까. 구글은 촘촘한 접근으로 총체적인 VR 생태계를 독자 구축하고 있다. 더 많은 사용자가 VR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저렴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적극 보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VR 콘텐츠 개발 생태계까지 다지는 중이다.

여러 요소가 맞물려야 견고한 VR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업체들의 경우 역할을 분담해 VR 생태계를 함께 꾸리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반면 구글은 그 차원을 넘어 VR 생태계에서 차지할 지분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출처=구글

카드보드 보급 ‘질보단 양’

일단은 HMD 대중화가 키워드다. HMD는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디바이스다. VR 콘텐츠를 소비하려면 HMD이 필수적이다. 구글은 일찍이 간이 HMD인 ‘카드보드’를 선보였다. 두꺼운 종이와 렌즈로 이뤄진 조립식 기기다. 조야한 모습에 보잘 것 없는 VR 경험을 제공하지만 일단은 최대한 보급해 VR 경험을 확대하는 데 치중하겠다는 전략이 이 기기에 담겨 있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여타 HMD와는 달리 카드보드는 10달러 이하에도 구입할 수 있다. 극강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를 자랑하는 셈이다. 더욱이 지난해 4월 ‘워크 위드 구글 카드보드’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대중화에 박차를 가했다. 카드보드의 도면을 대중에 공개하는 일종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디바이스 부문에서는 구글 글래스를 빼놓을 수 없다. VR이 아닌 증강현실(AR) 디바이스이지만 구글은 VR 생태계와 육성과 함께 AR도 놓지 않는 이중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1세대 버전이 기술적인 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판매중단된 바 있다. 구글은 지난해 연말 2세대 제품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등록하며 출시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렸다.

유튜브로 VR 영상 플랫폼 선점

HMD만 구입했다고 VR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360도 영상 등 VR 전용 콘텐츠가 필요하다. VR 경쟁사인 소니와 HTC 등이 VR 게임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구글은 VR 영상에 강하다. 유튜브라는 강력한 동영상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출처=유튜브

지난해 3월 구글은 유튜브에 360도 영상 시청 기능을 추가했다. 360도 영상이란 무엇인가. 사용자가 카드보드와 같은 HMD를 착용하고 사방을 둘러보면서 시청 가능한 영상이다. 지금까지 동영상이 카메라가 주시하고 있는 방향만 볼 수 있었다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다.

구글은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 스트리트뷰에 ‘VR 모드’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간 스트리트뷰를 통해 거리를 360도로 둘러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우스 조작이 아니라 HMD를 착용하고 고개를 돌리는 행위를 통해 간편하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거리 모습은 생생한 영상이 아니라 정지 화면이라는 점이다.

촬영 장비부터 개발툴까지 챙긴다

그렇다면 VR 콘텐츠는 무엇으로 제작해야 할까. 유튜브에 등록 가능한 360도 영상의 경우 360도 카메라를 통해 제작할 수 있다. 구글은 심지어 액션캠 강자 고프로와 제휴를 통해 VR 콘텐츠 제작을 위한 360도 카메라를 선보였다.

지난해 열린 ‘구글 I/O 2015’에서 공개한 이 카메라의 이름은 ‘어레이’다. 고프로의 액션캠 ‘히어로’ 16대를 둥글게 이어붙인 형태의 이 장비를 이용하면 360도를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촬영물은 구글 렌더링 기술을 거쳐 VR 영상으로 탄생한다. 어레이는 지난해 7월부터 일부 비디오 제작자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 출처=구글

구글은 다른 개발 툴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가전박람회 CES 2016에서 중간 결과물을 공개한 ‘프로젝트 탱고’도 이목을 끌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에 모션 트래킹·공간 인식 센서 등을 탑재해 세상을 스캔하는 기능을 넣겠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도 VR 콘텐츠 제작 장비가 될 수 있다. 특해 개인용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면서 VR 콘텐츠 제작의 대중화까지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구글은 VR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제작도구(SDK)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엑스페디션’이라는 VR 애플리케이션(앱)도 공개했다. 스마트 기기로 VR 콘텐츠를 공유해 다른 사용자가 카드보드로 함께 볼 수 있도록 해주는 툴이다.

VR 사업부 신설 ‘전력질주’

구글은 사회공헌 활동과 VR 생태계 확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 카드보드를 미국 일부 학교에 무료로 보급해 VR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통해서다. 향후 구글은 남극부터 열대 우림지대까지 120개 지역 학교에 카드보드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구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VR 사업부를 신설하는 데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기초적인 부분부터 VR 생태계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해왔다. 이제는 VR 원년을 맞이해 시장 패권을 가져오기 위해 전력 질주할 채비를 하는 것으로 읽힌다.

VR 사업 수장으로는 클레이 베이버 제품 관리담당 부사장을 선임했다. 지메일, 드라이브 등의 서비스를 총괄해오던 인물이다. 또 카드보드 개발도 진두지휘했다. 외신들은 이번 개편에 VR을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구글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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