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인해 국내 건설업계의 제2의 중동 붐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그동안 ‘올스톱’ 됐던 이란 내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 및 인프라·토목·건축 프로젝트도 대거 발주될 것으로 보여 침체된 해외건설시장에 힘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공사 발주 ‘뚝’…플랜트 및 인프라 공사 발주 확대 전망

이란은 국내 건설업계의 전체 국가별 수주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1975년 현대건설(동원 훈련 조선소 공사)와 대림산업(이스파한 군용시설 공사)이 이란 시장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국내 건설업계가 이란에서 수주한 공사는 총 91건(12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는 대림산업과 GS건설, 현대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이후 이들 건설사의 이란 수주액은 △대림산업 18억달러 △GS건설 28억달러 △현대건설 22억달러에 달한다. 이들 업체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개발 공사인 ‘이란 사우스파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이란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혔다.

하지만 2006년 유엔안보리가 이란의 핵개발 관련 개인과 기업에 해외자산동결 제재를 가했고, 2010년부터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본격화하면서 공사 발주가 중단되며 국내 건설업계의 수주실적도 급락했다. 실제 국내 건설업계는 지난 2009년 이란에서 24억9201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하며 정점을 찍은 후 2010년 –1675만5000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며 이후 연일 내리막길을 걸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건설 수주 기준으로 이란은 2000년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이라크에 이은 4위 규모의 시장이었지만 경제제재 이후 8위까지 밀렸다”며, “이번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이란의 에너지 건설시장 개방 시 현재 침체된 중동건설시장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계도 이번 이란 경제 제재 해제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이 세계 3위이며, 천연가스 매장량은 2위, 그 밖에 광물자원도 풍부해 자원개발 관련 프로젝트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이란 석유부 차관은 향후 6년간 에너지 부문 투자금액이 200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으며, 10억달러 규모의 병원사업을 비롯한 철도, 도로 등 건축·토목부문의 프로젝트도 국내 건설업계에게는 매력적인 먹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란 경제 제재 해제 조치로 국내 건설업계가 활기를 되찾는 새로운 도화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국제 석유회사들이 벌이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모니터링하면서 신규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꾸준히 모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출처=해외건설협회

재정부족으로 PF 형태 공사 발주…선진건설사 상대로 고전 가능성 ↑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인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경제 제재로 인한 이란의 재정 부족과 최근 저유가 추세로 이란 내 건설 프로젝트가 실제 발주로 현실화 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재정 부족으로 이란 정부 발주 프로젝트 상당수가 금융조달을 전제로 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PF방식에 약한 국내 건설사들은 중국 및 서방 선진 업체들에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경제 제재 해제로 이란이 2010년 제재 이전의 수준으로 원유 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급과잉에 따른 국내 건설업계의 수익성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동은 유가 움직임에 민감하다”며, “이란이 2010년 제재 이전의 원유 생산량을 회복할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가스 플랜트 발주량이 줄어 국내 건설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