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경제는 불황과 호황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이러한 상황이 진행되면 경제와 산업구조는 재편되고 새로운 기업의 등장과 기존 기업들의 몰락이 이어진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불황’으로 묘사된다. 시계추의 한쪽으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나 경제 및 산업의 재편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인구구조변화와 맞물리면서 소비구조도 바뀌고 있다. 그 상황을 자세히 보면 ‘불황’은 모든 산업에 붙는 수식어가 아니다. 불황속에서 유통산업의 구조는 재편되고 있다.

▲ 출처=국토교통부

경기 불황 속에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 일명 불황형 소비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소비자들은 소비에 대해 소유한다는 가치를 이용한다는 쪽으로 옮겼다. 특히 O2O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제품을 공유하는 공유경제 분야가 커진 것이 대표적이다. 자동차·가전·가구 등을 공유하거나 임대·렌탈 해주는 사업들이 인기를 얻은 이유다.

얇아지는 지갑 때문에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는 제품을 찾게 된 것이다. 아울렛·SPA 브랜드·저비용항공의 인기가 꾸준히 오른 것이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를 늘리고 있다는 증거다.

▲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또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대량구매보다는 소량구매를 하게 되고 빠르고 간편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었다. 신선식품보다 가공식품이 더 많이 팔리고 백화점보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성장률이 더 높아졌다. 편의점이 앞 다퉈 다양한 1인 가구 저격 상품들을 대거 쏟아낸 탓이기도 하다. 음식점들도 이제 1인용 메뉴를 개발해 내놓기도 하는 실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휴식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오락·문화에 지출을 늘리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숙박 어플리케이션이 성황을 누리고 있다. 스트레스와 불안·고독을 다스리기 위한 정신적·심리적 위로를 줄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가족 규모가 줄고 1인가구가 늘면서 애완동물을 통해 위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키덜트(kid+adult, 어린이와 어른의 합성어)족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소비자 잡으려면 어떻게?

백화점에 와서 오랜 시간을 머물러도 사가는 물건은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저렴한 PB상품이나 할인상품으로 고객들을 끌어 모아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소비를 노리는 마케팅을 아무리 해도 영리한 소비자들은 할인된 품목만 골라 사가니 기업 마케팅 전략이 더욱 어려워졌다. 가장 맛있는 체리만 쏙 골라먹는다는 '체리 피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유통업체들은 기존과 다른 소비자 패턴에 O2O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유망투자 분야 조사 결과에서 1위에 선정된 것이 바로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이다.

O2O사업은 온라인 소비자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기기 사용률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구매가 늘어나는 것도 O2O 사업 확장에 한 몫 하고 있다. 다양한 페이 시스템까지 등장하면서 모바일 소비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으로 채널을 확장하는 동시에 O2O사업을 활용,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점을 차츰 넓혀가고 있다. 합리적 소비를 하려하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모바일로 선 구매한 뒤 오프라인으로 찾아가도록 하거나,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지나갈 때 모바일로 할인 쿠폰을 보내는 식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유통업 키워드, ‘효율성’과 ‘채널경쟁’

각 유통업체별 돌파구 찾기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띤다. 백화점의 경우는 사후면세점 사업이 올해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공항에 가지 않아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관광객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만큼 올해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 추이가 어느 정도까지 회복되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흥국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사후면세점 시장은 2016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시행하는 즉시 환급제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항에서만 환급해주던 세금을 즉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사후면세점은 2013년 5500여개에서 현재 1만 여개로 급증했다. 현재는 개인 사업자 위주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향후 기업화를 거쳐 유통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후면세점이 활성화 된 일본처럼 국내도 편의점, 드러그스토어, 화장품 브랜드 샵 등이 면세점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1년 사이 사후면세점 수가 3배 이상 늘었으며 면세 매출도 200% 증가했다.

대형마트는 소매점과 온라인에 밀려 올해도 성장률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온라인 및 모바일 채널의 활용과 창고형 매장 등으로 탈출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2016년 모바일, 인터넷, 홈쇼핑 등을 통한 온라인 유통 판매액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쇼핑은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형마트는 온라인 사업을 구축하며 O2O 사업을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다.

O2O와 함께 주목할 것은 옴니채널이다. 옴니채널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의 특성을 결합해 소비자가 어떤 채널에서 쇼핑을 하더라도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롯데 그룹이 옴니채널의 선두에 있다고 보여 진다. 롯데그룹은 모바일로 구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하는 '스마트픽' 서비스 취급점과 취급 품목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 출처=아이투자, 통계청, 메리츠 종금증권

1~2인가구의 증가로 편의점은 올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흥국 증권은 올해 편의점이 7~8%의 성장대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0년 15.6%였으나 올해 26.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수혜를 톡톡히 본 것은 편의점의 간편식이다. 2010년 7747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간편식 시장이 2014년에는 1조 3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혜자 도시락", "백종원 도시락" 등 싸지만 실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올해에는 CU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면서 편의점에서 계좌 개설, 카드신청, 소액대출 등의 업무를 볼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소비자들의 지갑은 점점 얇아진다. 저출산 고령화로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싸지만 질은 어느 정도 괜찮은 제품을 잡는 합리적 소비, 1~2인 가구에 적합한 소량제품 소비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은 최대의 ‘효율성’을 누리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잡기 위해서 유통업계는 ‘채널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어떤 업체가 정확하게 소비자 니즈를 타겟팅한 채널을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올해에는 지난해에 이어 편의점이 지속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생필품까지 소량 제품들을 가장 잘 배치하고 있는데다 택배부터 은행업무까지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편의점이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다.

유통산업의 구조재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각 업체들은 새로운 유통채널을 통해 또 다른 구조재편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