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성장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 하락과 더불어 중국경제의 불확실성 확대 등 대외여건과 더불어 내수경기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져 금리인하의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와 더불어 가계부채 문제로 금리 인상 압력 또한 만만치 않기에 당분간은 동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3.0%로 하향 조정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전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1.5% 선으로 동결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4%로 하향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세계경제 및 교역의 전년대비 개선 가능성, 유가하락에 따른 실질구매력 상승 등을 감안한 수치”라며 “2015년 성장률 2.6% 감안하면 올해 3.0%의 성장률이 낙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이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불확실성 확대와 같은 경기 하방 요인이 성장률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는 2%대 중후반대 성장률 전망을 내놨다.

특히 부동산 시장 둔화와 고령화 영향으로 국내 저축률이 구조적으로 높아지면서 민간소비 활성화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전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2016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조사’결과 응답자 440명중 43.9%가 부동산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락 원인으로는 전체의 32.1%가 ‘주택수요 대비 공급물량 증가로 인한 수급불균형의 지속’과 ‘경제성장률 둔화 등 경기불확실성 지속’을 꼽으며 공급과잉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실제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아파트 물량을 축소했다. 시공능력 평가순위 상위 10대 건설사들은 포스코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8곳이 내년 공급물량을 줄인다.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지난해 1분기 17년 만의 최고인 36.5%를 기록한 이후, 2분기(35.3%)에 다소 주춤하다가 3분기에는 다시 0.5%포인트 올랐다. 특히 가계 순저축률은 지난 2011년 3.39%에서 2014년 6.09%로 급증했다. 반면 평균소비성향은 지난2010년 77.3%에서 2014년 72.9%로 하락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령화의 영향으로 국내 저축률이 구조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작년보다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가처분 소득의 증가가 이연되서 발생한다는 것은 올 한해 투자와 자산시장이 매우 활력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이며, 가계부채에 대한 긴축적 태도를 취하는 이상 가계소비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기존 2%에서 1.4%로 하향조정한 점에서 미루어 보아 앞으로도 금리인하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업 생산 및 수출량 또한 2015년 말에 이르러 모멘텀을 잃은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향후 실제 경제지표가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위와 같이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증가율 모두 저조한 가운데, 올해 3월에 50bp 금리인하를 필두로 2분기에 재차 금리인하가 단행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 중국 둔화와 더불어 올 1분기 정책 공백으로 인한 내수둔화, 1월 수출 감소세 지속 등이 지표로 확인된다면 기준금리는 1분기에도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변수’…7월 이후가 분수령

다만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인상과 더불어 경기 회복 속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이는 결국 국내 외화이탈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만일 미국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도 외화 이탈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박정우 연구원은 “다음번 4월 혹은 7월에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은 또 한번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며 “4월보다는 7월에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과 물가는 각각 2%대 후반과 1%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이후 금리인하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