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mm 티타늄 케이스의 L.U.C 8HF. 사진 제공/ 쇼파드

시계 브랜드마다 예닐곱에서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하는 컬렉션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긴 세월 사람들 뇌리에 남아있는 스테디셀러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다. ‘브랜드보다 더 유명한 컬렉션’을 살피는 것은 좋은 시계에 대한 안목을 기르는 첩경이다. 또한 갖고만 있어도 돈과 명예가 따르는 확실한 시테크이기도 하다. 브랜드보다 더 유명한 시계 컬렉션의 일곱 번째 이야기, 쇼파드 L.U.C(Chopard L.U.C).

L.U.C 컬렉션은 1860년 회사를 세운 창립자 루이-율리스 쇼파드(Louis-Ulysse Chopard)의 이니셜을 딴 시계로 부품에서 무브먼트까지, 최고 수준의 자체 기술로 제작된다. 기술력과 디테일, 예술성 등 모든 면에서 쇼파드의 자부심 그 자체인 컬렉션인데, 이것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까다로운 시계 애호가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은 비결이다.

 

▲ 현재의 쇼파드 매뉴팩처. 사진 제공/ 쇼파드

1990년대 초반 쇼파드는 매뉴팩처의 자체적인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었다. 루이 율리스 쇼파드의 비전을 계승한 칼 프레드리히 슈펠레는 먼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길 원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다시 만인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시계를 만들고, 매뉴팩처의 몸집을 부풀리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슈펠레 가문의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쇼파드의 사업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쇼파드의 아카이브를 보게 된다. 1973년 파소도블레(Pasodoble), 1976년 해피 다이아몬드와 캐스케이드 컬렉션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쇼파드 하우스에 ‘노블레스’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쇼파드의 야심 찬 프로젝트는 뉘샤텔 플뢰리에의 사무실에서 20년간 거침없이 질주했다. 그리고 1996년 쇼파드는 플뢰리에에서 그들의 첫 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시계 제작자로서는 최고의 영예라 할 제네바 홀 마크를 받은 L.U.C 1.96을 통해 슈펠레 가문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 L.U.C 무브먼트 조립 과정. 사진 제공/ 쇼파드

L.U.C 컬렉션은 정교한 다이얼 구성, 모던한 케이스 디자인 등 기술과 디자인의 밸런스가 돋보이는 쇼파드의 대표적인 남성 컬렉션으로 주얼리 시계의 대명사이자 화려하고 여성스런 시계 회사로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01년에는 진일보한 무브먼트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L.U.C 콰트로 모델을 선보였고, 2003년에는 투르비용을 도입한 컴플리케이션 모델로 급성장한 기술력을 과시했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L.U.C 컬렉션은 최고의 크로노미터 무브먼트에 부여되는 COSC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 모델은 최고 품질의 시계에 부여되는 제네바 씰(Geneva Seal)이나 플러리에 퀄리티 파운데이션(Fleurier Quality Foundation) 인증을 보유하고도 있다. 쇼파드 L.U.C를 생산하는 스위스의 플러리에 매뉴팩처는 1996년, 단 3명의 직원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140여 명 이상의 직원과 지속적인 R&D의 결과 10개의 베이스 무브먼트를 보유하는 등 하이엔드 워치 매뉴팩처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1996년에 출시된 L.U.C 1860은 L.U.C 1.96 칼리버와 필립스사의 터미널 커브 밸런스-스프링, 22캐럿 골드의 마이크로 로터를 써서 제네바 씰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시켰다. 이 시계는 출시 이듬해 업계 언론인들과 시계업체 관계자들이 뽑는 ‘올해의 시계’가 되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00년 바젤 페어에서 처음 소개된 L.U.C 1.96 칼리버는 세계 최초로 4개의 배럴(두 개의 겹쳐진 배럴 2세트)을 채택해 2건의 특허를 받았다. 이 칼리버는 9일 동안의 파워 리저브 기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확한 진동 주기로 업계의 큰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COSC 인증을 받았으며 L.U.C 콰트로 라인에 장착되었다. 2001년 쇼파드는 L.U.C 3.97 칼리버를 출시하며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2캐럿 골드의 마이크로 로터, 2개의 배럴(L.U.C 트윈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이 칼리버는 65시간의 파워 리저브 기능을 가진 L.U.C 토너(Tonneau) 컬렉션에 이식되었다. 2003년 쇼파드는 핸드-와인딩 타입의 L.U.C 1.02 투르비용 칼리버를 출시했다. 이 칼리버는 중력에 따른 오차를 방지하기 위해 쇼파드 매뉴팩처에서 독자 개발한 배리너 밸런스를 장착했다. 배리너 밸런스는 4개의 축과 블록으로 구성되어 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수정할 수 있게 설계했다. 4개의 개별 블록은 밸런스 림 내부에 위치해 밸런스 스프링의 운동 시 공기역학적인 영향을 최소화하여 안정적인 프리퀀시를 유지시킨다.

 

▲ L.U.C 콰트로와 칼리버 1.98. 사진 제공/ 쇼파드
▲ L.U.C 루나 트윈. 사진 제공/ 쇼파드

역대 L.U.C 컬렉션을 대표하는 시계는 핵심적인 테크놀로지가 함축되어 있다. 2010년, 브랜드의 150주년을 맞은 쇼파드는 브랜드 매뉴팩처의 걸작인 L.U.C 1.98 칼리버를 품은 새로운 L.U.C 콰트로 라인을 선보였다. 핸드 와인딩 방식의 L.U.C 1.98 칼리버는 4개의 배럴이 장착된,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무브먼트로 9일간의 파워 리저브와 COSC 인증을 받은 정확성을 자랑한다. 캘리버의 브릿지들은 고급스러운 코트 드 제네브(Côtes de Genève: 반복되는 원형으로 만든 줄무늬 패턴) 장식으로 마감되었다. L.U.C 콰트로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새로운 바늘을 포함한 다이얼 파트다. 핸즈의 기본 디자인은 기존 컬렉션의 도핀(dauphine: 두 개의 면으로 된 삼각형 핸즈)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L.U.C 콰트로의 기술적 우위를 보여줄 수 있도록 리디자인되었다. L.U.C 컬렉션의 활자체도 1960년대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전통 로마 숫자로 변경되었다. 케이스 사이즈는 39mm에서 43mm로 4mm 더 커졌다. 이와 함께 절제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피니싱의 L.U.C 루나 트윈(Lunar Twin)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시계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L.U.C 칼리버 96.21-L에는 쇼파드가 자랑하는 트윈 테크놀로지가 적용되었고, 덕분에 65시간의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시간당 28,800회 진동하는 이 무브먼트는 투명한 케이스백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지구를 구성하는 2개의 반구의 모습을 표현하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1시 방향으로 우아하게 틀어져있고, 중앙에 위치한 시침과 분침, 4시 방향의 날짜창과 잘 어울린다. 18캐럿 화이트 또는 로즈 골드 소재를 쓴 직경 40mm의 케이스에 L.U.C 컬렉션의 새로운 미적 코드들을 과감하게 적용했다. 선버스트 새틴 브러시드(Sunburst Satin-brushed) 다이얼은 은은하게 빛을 담아내며, 로듐으로 처리된 도핀 핸즈는 섬세한 톤온톤으로 세팅된 로마자 인덱스 위를 지나간다.

 

▲ 고진동 이스케이프먼트(위)와 L.U.C 8HF 파워컨트롤. 사진 제공/ 쇼파드

L.U.C 8HF는 고진동 이스케이프먼트를 가진 최초의 무브먼트 L.U.C 01.06-L를 탑재해 시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정확히 말하면 기계식 무브먼트의 2배에 가까운 시간 당 약 57,600회의 고진동(8HZ)이다. 시계를 논할 때 고진동수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정확한 시간 측정, 특히 무브먼트의 안정성에 기여한다는 데 있다. 무브먼트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요소들로부터 그만큼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셈. 57,600회라는 고 진동을 견디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는데, 싱글 배럴에 의해 생성된 60시간 파워 리저브는 L.U.C 8HF이 가진 놀라운 기술을 보여준다. L.U.C 8HF는 42mm의 티타늄 케이스로 뛰어난 무브먼트를 탑재하기에 제격이다. 4시 방향에 위치한 용두의 L.U.C 로고는 L.U.C 컬렉션의 클래식한 면모를 강조한다. 날짜는 포인터 타입으로 5시 30분 방향에 표시되며 7시 30분 방향에 자리한 스몰 세컨즈 창의 레드 컬러 핸즈는 고진동 이스케이프먼트를 통해 다른 어떤 시계보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티타늄 러그와 매트하게 처리 된 케이스는 과감한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보여주며, 반쯤 닫힌 케이스 백에 내장된 확대경은 고진동 이스케이프먼트 바로 위에 위치해 섬세한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L.U.C 8HF 파워컨트롤은 수심 100m 방수 기능을 갖췄고, L.U.C 로고가 새겨진 세라믹 소재의 용두가 (3시가 아닌) 4시에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케이스는 DLC 코팅 티타늄로 구성되었으며, 일체형인 매트 블랙 세라믹 러그와 케이스백, 같은 소재의 스크류다운 크라운 가드를 채택했다. 5시 30분 방향에 날짜창이 있고, 6시 방향에 위치한 붉은 색 초침이 고진동 이스케이프먼트의 영향으로 부드럽게 작동한다. 250점 한정판으로 출시되었다.

 

▲ L.U.C 크로노 원. 사진 제공/ 쇼파드

L.U.C 크로노 원(Chrono One)은 아름다운 시계다. 18캐럿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 소재로 만든 직경 44mm의 케이스는 부드러우면서 볼륨감 있는 곡선을 이루고 있고, 러그는 폴리싱 처리와 새틴 브러시드(Satin-brushed) 피니싱을 거쳤다. 다이얼의 인덱스가 1960년대에서 영감 받은 로마자로 세팅되어 우아함을 더한다. 핸즈는 도핀 스타일로 변형되었는데, 마치 시계의 심장에 해당하는 무브먼트 L.U.C 11CF의 정확성을 강조하는 듯하다. 이전 모델은 2006년, 쇼파드 매뉴팩처 설립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역대 다섯 번째 칼리버로 출시한 L.U.C 10CF이었다. 쇼파드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였다. 로즈 골드 또는 화이트 골드로 제작되는 용두에는 L.U.C 로고가 인그레이빙이 되어있다. 인체공학적인 설계를 따르면서도 다른 모델보다 더 날렵한 모습이다. 새틴브러시드 처리가 된 실버 톤의 다이얼과 다크 그레이 컬러의 큼직한 크로노그래프 창이 근사한 대비를 보여준다. 이 시계의 새로운 면모는 뒤쪽에서도 발견된다. 스타디움의 관람석처럼 사선 형태로 제작된 아레나 백케이스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정보들이 표시되어 있다. 이 특별한 모델은 수심 100m 방수 기능, 60시간의 파워 리저브는 물론, COSC 인증까지 획득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L.U.C 칼리버 11CF는 가장 특별하고 복잡한 기술 중 하나인 통합형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다. 하이엔드 크로노그래프의 중추 신경과도 같은 컬럼 휠이 설치되어 있고, 이는 플라이백 기능에 동력을 전달한다. L.U.C 칼리버 11CF는 쇼파드가 특허를 받은 4개의 혁신적인 시스템을 자랑한다. 일단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작동이 시간의 정확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고안되었다. 리셋 기능은 3개의 유연한 해머를 회전시키는 레버에 의해 작동한다. 따라서 크로노그래프 창의 핸즈가 원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기능이 최적화될 수 있다. 또한 버티칼 커플링 클러치를 활용한 스몰 세컨즈 리셋 기능으로 정확한 시간을 세팅할 수 있다. 셀프 와인딩 기능은 한쪽 방향이 아닌 양쪽 방향으로 가능한데, 에너지의 손실을 줄이고 골드 소재 진동추를 이용해 스피드를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