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더샵’ 계약은 98% 진행됐어요. 전용 161㎡(구 65평)만 남아있습니다. 웃돈은 오픈하고 한달만에 1억5000만원까지 붙었는데, 지금은 1억 미만이예요. 급매물은 웃돈이 더 적죠.”(‘엘시티 더샵’ 분양관계자)

“부산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보면 썩 좋지 못해요. 부촌인 센텀시티쪽은 경기가 괜찮고, 고급 아파트는 매물이 꽤 있어서 살려고 하면 살 수 있죠. 가격대가 높아서 타겟층이 한정돼있구요.” (부산 H공인업소 관계자)

 

브론드 헤어의 젊은 여성이 강아지 목줄을 손에 쥐고 여유로이 산책을 나선다.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나른한 주말을 보내는 외국인 커플도 보인다. 흡사 홍콩이나 싱가포르 해변을 걷는 기분이다. 하지만 여기는 부산 해운대다! 부산의 신흥 부촌으로 통하는 이곳은 강남 고급 주상복합이나 고층빌딩 보다도 높은 스카이라인을 자랑한다. 게다가 도시와 바다를 접한 장관이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의 마음도 사로잡는다.

이처럼 매년 관광객으로 붐비던 부산 해운대가 최근 들어 고급아파트 시장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해운대구에서도 마린시티와 센텀시티를 중심으로 부자들이 모이고 있는 추세다. 쉽게 보면,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육지 방향으로 둘러보면 보이는 동네다. 단일 아파트 사상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엘시티더샵’도 이곳에 자리했다. 이곳은 편리한 도심 인프라와 바다조망으로 고급아파트가 들어설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곳은 10억 이상의 고급아파트 시장 매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매가 10억 이상 되는 아파트 거래건수는 2014년 139건에서 지난해 161건으로 증가했다.

▲'엘시티 더샵' 공사현장. 해운대 백사장과 맞붙어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유영 기자

“실수요자보다 전문직, 외국인 등의 세컨드 하우스 개념”

지난 10일 해운대 마린시티 (Marine City)를 찾았다. 과거 수영만 매립지였던 이곳은 현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단지가 빽빽이 들어섰다. 주위를 둘러보면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아파트가 줄지어 서있다. 부산 파크 하얏트 호텔과 도보 5분 거리인 ‘해운대 아이파크’는 올해 입주 5년차를 맞았다. ‘해운대 아이파크’에 사는 주민 A씨는 “함께 사는 주민들을 보면 대체로 대기업 고위층 인사나 의사, 변호사, 판사 등 전문직 종사자, 돈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에 산다”며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많이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3개동, 72층, 1631세대로 이뤄져 있다. ‘해운대 아이파크’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수퍼펜트하우스(423㎡) 2가구가 57억636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3.3㎡당 4500만원 수준이다.

▲ '해운대 아이파크'.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유영 기자

이 외에도 ‘해운대 두산 위브 더 제니스’, ‘더샵 아델리스’, ‘트럼프월드 마린’, ‘우신 골든 스위트’ 등 초고층 최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의 경우 전용 209㎡가 30억원이다. 바다 조망권을 가지면 36∼37억원에 시세가 형성된다. 조망권 유무에 따라 6억 이상 분양가 차이가 나는 셈이다. 마린시티 내 주상복합 건물이 주목받는 이유는 해운대 해수욕장이 근접해 있고 주변 경치와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다. 또한 바다를 끼고 영화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 외 티파니21 뷔페 유람선 선착장과 하얏트 호텔, 한화리조트 등이 위치해 있어 흡사 외국에서 사는 기분을 준다. 센텀시티(Centum City)는 해운대구 재송동~우동까지의 수영강 변에 있다. 이곳은 종합 전시장, 쇼핑 센터, 문화 시설, 공원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 '엘시티 더샵' 부지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출처=포스코건설

지난해 말, 이곳에 또 하나의 역사가 기록됐다. 바로 포스코건설이 해운대 백사장을 앞마당으로 둔 ‘해운대 엘시티 더샵’을 분양한 것.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건물 높이 뿐만 아니라 분양가도 주목 받았다. 엘시티 더샵 320㎡(97평형) 펜트하우스는는 3.3㎡당 7000만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가액인 67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웃돈은 4~5억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엘시티 더샵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730만원이다. 전용 면적 161㎡(구 65평형)으로 보면 20억 1300만원 선이다. 이는 부산 평균 분양가(3.3㎡당 1244만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및 가계대출 규제 등 국내외적인 요소로 전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예상되는 분위기에 부산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할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은 “부산은 해운대 센텀시티 주변에 고가 분양가 주택이 공급되면서 분양과 가격면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인구유입에 비해 주택 거래량과 분양권 전매량이 약간 오버된 경향이 있다”며 “투기적 가수요가 올해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판단돼서 이들 지역의 가격상승이 지속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함 센터장은 “담보대출규제 추가상승여력에 대한 기대심리 위축, 공급과잉 등 전반적인 시장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아서, 지난해보다 시장 환경은 안 좋아졌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해운대 해수욕장 상권, 설 연휴 앞두고 ‘소강국면’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상권이 예전만 못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불금’인데도, 해운대 주변에는 유동 인구가 거의 없었다. 젊은층은 서면으로 빠지고, 해운대 주변 소비인구가 현저히 줄었다는 게 현지 주민과 택시기사들의 얘기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 것도 아니다. 밖에서 바라본 커피숍 안에도 손님이 없고, 길거리는 유동인구가 더더욱 없었다. 문을 여는 주점마다 1~2개 테이블만 착석했을 뿐이다. 해운대 인근 주민은 “설 연휴 대목을 앞두고 사람들이 소비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대 유명호텔 클럽도 사람이 없어 텅텅 비었다. 클럽 직원은 “최근 1~2달 전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고 했다. 해운대 우동의 한 음식점 직원은 “옛날에 해운대하면 동네장사치고 객단가도 괜찮고, 여름 한철 뜨내기 장사를 해도 반년은 먹고 산다고 했는데, 요즘은 돌아가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 정보원 이사는 “지난해 부산 상권은 저금리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한동안 좋았다가 지금은 소강 상태”라며 “그 이유는 상가 공급이 많고, 부동산 전반적인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이사는 “해운대는 여름철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계절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