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최근 회사에 큰일이 생겨 언론에서 난리가 났는데요. 기사를 보고 도와주겠다는 회사와 전문가들이 연락을 많이 해오더군요. 기사를 빼주겠다. 온라인을 깨끗이 청소해주겠다. 여러 군데서 위기관리를 해주겠다고 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런 제안은 어떻게 하죠? 믿을 만한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회사에 위기가 발생해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당연히 많은 에이전시나 컨설턴트, 심지어 변호사들과 로펌들로부터도 연락이 쏟아집니다. 평소 다양한 위기관리 경험을 직접 해본 사람도 최고의사결정자들과의 인맥을 동원해 출사표를 던지지요. 아주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보입니다.

일정 기간 위기관리를 경험해본 실무자들은 경험했겠지만, 위기 속성도 그렇고 위기관리라는 것 자체가 그리 장기전의 성격을 가지지는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 즉 하루나 이틀간의 의사결정, 대응과 실질적 움직임이 전체 위기관리 성패의 90%를 좌우합니다.

즉, 이 타임라인을 본다면 언론 기사를 보고 연락해오는 에이전시, 로펌, 컨설턴트들의 경우는 적절한 초기 조언이나 실행의 골든타임이 일단 지난 뒤 움직이는 전문가들인 셈입니다. 회사 실무자들이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어 본 후 팀워크를 만들고, 그들의 전략을 받아, 의사결정하고, 실행에 연결하다 보면 이미 버스는 지나고 난 뒤가 되는 거죠.

일단 환자와 병원의 비유를 한번 들어 볼까요?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해 언론을 통해 해당 사실이 불거져 버렸다는 것은, 환자로 이야기하면 특정 질환이 중해져서 수술대에 오르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이 돼버린 것과 같습니다. 이때 환자 식구들은 여러 병원을 고민합니다. 당황하고 여기저기 좋은 병원과 의사 선생님들의 정보를 찾게 되지요. 시간은 계속 갑니다.

한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연락이 와서 자기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하겠다고 합니다. 다른 병원도 그러고요. 여기저기에서 앰뷸런스를 보냅니다. 여기저기 의사들을 만나보고 상담해보는데 그 과정에서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져 버립니다. 큰일이죠. 일단 급한 마음에 한 병원이 괜찮은 것 같아서 환자를 실어 보내 수술을 준비하는데요. 이때부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여러 사전 검사를 하고, 의사들끼리 수술 준비를 하고요. 수술 시간을 잡아서 메스를 쓰는 시간까지도 꽤 긴 시간이 흐릅니다. 환자는 더욱 더 혼수상태로 빠져듭니다. 근데 이 의사가 해당 수술을 잘한다면 모르겠는데요, 사실은 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을 대충 마무리하거나, 중간에 못하겠다고 손들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병원의 다른 의사를 수술실에 조인시켜 볼까요? 중간에 다른 앰뷸런스를 불러 더 나은 병원으로 옮겨야 하나요?

기업 위기관리도 이런 환자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연락해오는 에이전시나 컨설턴트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기업은 진정한 의미의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위기 때는 항상 믿을 수 있는 전문가들과만 일해야 합니다. 그래도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환자들이 평시 주치의와 대화하듯,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평소 함께 위기관리를 준비하고, 여러 번 위기를 함께 관리해온 위기관리 주치의들과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믿을 수 있는 위기관리 주치의들과 일하면서 발생한 위기의 성격에 따라 그 주치의의 조언을 받아 믿을 수 있는 전문가들을 더해가는 위기관리가 더 안정적입니다.

이런 평소에 주치의 시스템이 있으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당황함 없이 초기 대응이 가능합니다. 아마 위기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전 미리 그 상황을 예측하고 상당한 수준의 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당연히 골든타임을 제대로 활용 가능하게 됩니다. 차근차근 여론의 흐름을 읽어 가면서 이해관계자들과 평시보다 훨씬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됩니다.

실무자들 차원에서도 위기관리 주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위기 때 일하기 편합니다. CEO가 처음 보는 컨설턴트를 데리고 대책회의에 들어가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CEO에게 컨설턴트를 소개하고, 다른 임원들에도 인사시키는 과정 말입니다. 그 대신 이미 CEO와 임원들이 평시 트레이닝과 여러 일선 자문들을 통해 알고 친해진 컨설턴트들을 대책회의 때 부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연스럽게 원팀이 됩니다. 분위기와 결과가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빨리 앰뷸런스를 부르는 것은 좋습니다. 단, 그 앰뷸런스가 주치의에게 가는 앰뷸런스라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