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바캉스의 계절, 여름이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휴가 갈 생각에 설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여름이 모두에게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관절염 환자들에게 있어 여름은 습한 장마보다, 무더운 열대야보다, 밤새 윙윙거리는 모기보다 무서운 존재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햇볕이 뜨겁고 비가 자주 내리는 전형적인 고온다습의 계절인데 기후와 습도에 예민한 관절의 경우 평소 잠잠하던 평형 상태가 깨져 압력이 올라가고 염증이 증가돼 부종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관절 주위의 근육까지 긴장해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있는 법. 조금만 노력하면 관절염 환자들도 통증에서 자유로운 여름을 날 수 있다. 일단 여름철 관절 관리의 핵심 키워드는 ‘온도’와 ‘습도’다. 공기 중 습도가 높으면 체내의 수분이 증발하지 못하고 남아 관절의 부종과 통증을 가중시킨다. 따라서 여름철 80% 이상 되는 습도는 50% 이내로 낮춰주는 것이 좋은데,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은 환기다. 외출할 때 2~3시간 정도 난방을 하거나 습기를 조절해주는 벤자민, 고무나무 같은 화분을 키우거나 숯을 배치하는 것 등은 습기 조절에 효과적이다.

또 덥다고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은 관절 통증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차가운 공기는 관절과 주변 근육을 경직시켜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내 온도는 섭씨 26~28도로 유지하고 외부와의 온도 차이는 5도가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아무리 더워도 운동은 필수다. 여름철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은 무더운 날씨를 이기기도 좋고 체중의 부담감을 줄이면서 관절의 건강을 도울 수 있는 수영이다. 하지만 무릎을 자주 구부렸다 펴야 하는 접영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30~40번씩 일주일에 3~4회 정도 물속에서 걷는 동작만 반복해도 도움이 된다.

온 몸의 관절과 근육을 풀어줄 수 있는 맨손체조나 천천히 걷는 산책, 실내 자전거 타기 등도 도움이 된다. 위 아래로 뛰는 격렬한 운동은 피하고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 후 환자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여름이 되면 더운 날씨를 핑계로 게을러지기 마련인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체중이 늘고 아차 하는 순간 비만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으며 이는 관절염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특히 관절염은 표준 체중만 유지해도 발생률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체중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무더위 속에서 온욕과 온찜질을 하는 이열치열 정신도 중요하다. 관절염 환자라면 아무리 더워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40~42도 온도의 물에서 10~15분간 따뜻한 온욕을 하는 것이 좋다. 따뜻한 물에 통증 부위를 담가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고 온욕을 하는 동안 가볍게 통증 부위를 마사지 해주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통증이 좀 심하다 싶으면 통증 부위에 온찜질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온찜질은 혈액 순환을 돕고 근육을 이완시켜 진통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평소 의자에 앉을 때는 엉덩이를 등받이에 완전히 밀착시키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쪼그리거나 엎드리는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잘 때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두고 자면 다리의 혈액 순환을 도울 수 있다.

여름이라고 슬리퍼나 높은 굽의 샌들을 신기 보다는 운동화 등 발이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고, 적당한 높이의 굽과 쿠션이 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관절 건강에 좋다. 이와 함께 여름 갈증은 시원한 맥주보다는 냉수나 보리차로 달래자. 음주는 관절염의 최대의 적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김창우 관절·척추 전문 정동병원 대표원장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 의대 외래교수, 카톨릭의대 외래교수, 미국 코넬대부속병원 슬관절 연수,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슬관절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