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대세 상품’들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들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눈물겹도록 치열한 ‘연구 과정’이다.   

특히, 식품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수준과 요구사항이 점점 까다로워짐에 따라 각 업체들은 연구를 통한 최상의 성과를 시장에 내놓아야 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제품들의 사례를 통해 식품업계의 성공 필수전략으로 떠오른 R&D를 이야기 해보기로 한다.              

세계 최초 초슬림형 캡슐 담배   

흡연자들의 입맛(?)이 다양해짐에 따라, 세계 담배시장에서는 ‘캡슐 담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열풍은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많은 제품들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슬림형 담배를 즐기는 흡연자들이 캡슐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슬림형이 아닌 일반 담배 제품을 따로 구매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실제로 슬림형 담배는 필터 부분의 공간이 좁기 때문에 캡슐을 삽입하는데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슬림형 담배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캡슐 개발 작업이 시작됐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담배 겉부분 종이 포장의 압력에 캡슐이 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동시에 해외 담배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도용하지 않는 조건도 붙었다.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한 연구를 통해 세계최초로 슬림형 캡슐 담배가 우리나라의 독자적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렇게 출시된 신제품은 4개월만에 2억6000만 개비 이상이 판매돼 최근 4년간 국내에서 출시된 신제품 중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제품은 바로 바로 KT&G의 ‘에쎄 체인지’다.        

▲ 출처= KT&G

 

전문점 만두의 맛을 구현하라 

식품 업계에서 ‘만두’는 주로 겨울 시즌에 소비가 집중되는 품목이다. 또한 기존 장수 브랜드가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신제품 출시의 장벽이 높은 대표적인 식품이었다. 하지만 대량생산되는 만두의 맛은 비교적 천편일률적이었다. 맛이 ‘없는 것’이 아니었지만, 어떤 특별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전문점에서 직접 만든 만두들과는 좁힐 수 없는 맛의 간극이 있었다. 이에, 정말 맛있는 만두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진행됐다. 전문점의 만두는 만두소 재료의 살아있는 식감과 고기의 육즙이 특징이다. 이를 공산품으로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만두소로 쓸 수 있는 약 50가지의 식재료로 ‘무한 조합’을 시도했다. 열이 가해졌을때 속재료의 손상이 적은 만두피의 두께도 찾아냈다. 이렇게 탄생한 만두는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월간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히트상품이 됐다. 이 제품이 바로 CJ제일제당의 만두 ‘비비고 왕교자’다.

▲ 출처= CJ제일제당

       

라면, 그 이상의 라면을 위해 

‘라면인 듯 라면 아닌, 라면 같은’ 라면 신제품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기존 라면들과는 다른 고급스러운 무엇인가를 통해 라면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에, 연구진은 가장 먼저 라면의 식감을 결정하는 면발을 개선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수십 차례에 가까운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다시마에서 추출한 특정 성분이 면의 입자에 엉겨붙어 탄력을 더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반영해 신제품을 출시했고, 이는 시장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제품이 바로 농심의 ‘짜왕’이다.

▲ 출처=농심,오뚜기

프리미엄 짜장라면이 갑작스럽게 대세로 떠올랐다. 이 정도로 성공할 줄은 몰랐다. 경쟁업체는 신제품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이미 짜장 라면으로는 시장에서의 승부가 끝났음을 인정했고, 그 다음 트렌드로 ‘짬뽕라면’이 선택됐다. 실제 짬뽕에 가까운 맛을 찾기 위해 전문 연구진을 구성하고 신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짬뽕맛의 핵심은 국물의 얼큰함과, 중식 특유의 ‘불맛’임에 주목하고 이를 라면화(化)하기 위해 노력했다. 불맛은 야채를 기름과 함께 강한 불에 볶을 때 팬에 불이 붙어서 양념이 고체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향인데, 이는 라면에 별첨하는 기름스프로 구현됐다. 국내 업체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제품으로 출시된 이 짬뽕라면은 바로 '품귀현상'까지 나타나며 더 유명해진 오뚜기 ‘진짬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