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부터 ‘BEPS’라는 낯선 국제 조세 관련 용어가 업계 안팎에서 회자되곤 했다.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란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을 뜻하는데 국가 간에 세법 차이, 조세조약 또는 국제 조세제도의 미비점 등을 이용하여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른바 ‘구글세(Googles Tax)’ 도입이다.

이 같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조세를 구글세라고 하는 것은, 미국의 IT 대기업 구글이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세금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 대표적인 법인이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우리나라에도 애플리케이션(앱), 광고 수익 등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으로 수익을 돌리며 탈세 의혹을 받아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세금 쇼핑’, ‘역외탈세’, ‘세금 이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BEPS는 구글 외에도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취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마존, 스타벅스, 페이스북 등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화된 국내 기업도 구글세 시행 시에는 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20개국(G20)은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행위를 방지하기 과세당국 간 정보 교환과 같은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총 15개의 이행 과제가 포함된 BEPS에 대한 대응 방안이 최종 승인됐다. OECD는 BEPS로 인한 세수 손실액이 매년 100억달러에서 최고 24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고 ,이는 전 세계 법인세의 4%~10%에 이르는 수치다.

여기에 우리 정부도 다국적 기업의 무형자산을 활용한 조세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기업 과세의 일관성 재고, 국제 조세기준 남용 방지, 국제 거래의 투명성 확보의 큰 줄기를 잡고 있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세무컨설팅 등을 제시하는 회계법인 혹은 세무법인은 납세자로 하여금 BEPS 관련 거래에 대한 정보를 과세당국에 보고하도록 강제할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업계로서는 일거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전에는 오히려 원가회계 부분에 국세를 적게 신고하는 방법으로 조세 감면을 하는 등 BEPS의 의미를 조세회피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번 OECD의 공동 대응을 통해 절세와 탈세의 의미를 명확히 선진 문화에 한 발 나아가는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다.

이제 문제는 어떤 부분이 절세이고 어느 부분이 탈세인지를 가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규 및 판례를 바탕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기재부는 더욱 신중히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안다.

2016년부터 시행되는 ‘국제거래통합정보보고서’는 제출 대상이 최종 모회사 및 현지법인이다. 최종 모회사는 다국적 기업의 조직구조, 무형자산, 연결재무제표 등의 재무활동 내용을 담은 마스터 파일을 작성하여 모회사의 과세관할 국세청에 제출해야 하고, 현지법인은 특수관계사 사이의 거래 내용 및 금액, 이전 가격 결정 방법 등을 작성한 로컬 파일을 현지법인의 과세당국에 제출하면 된다. 현재 ‘국가별 보고서’는 2017년부터 도입 예정인데 예정 제출할 내용은 최종 모회사가 조세관할권별 소득, 세금, 사업 활동의 배분 내역, 거주법인 목록 등이다.

OECD에서 이행 과제는 총 15개인데 이 중에서 눈여겨볼 만한 규정은 ‘피지배외국법인(CFC)에 대한 과세 제어(Designing Effective Controlled Foreign Company Rules)’이다. 필자가 이 항목에 주목하는 이유는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나열된 항목 안에서는 이중과세 제거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소득세법상 배당세액공제 효과와 마찬가지로 이중과세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에 대해 세액공제로써 차감한다는 것이다.

배당세액공제에 대해 간략이 설명하자면 법인이 법인세를 납부하고 난 다음에 주주로써 받는 배당에 대해 소득세를 납부하게 되면 이중과세가 적용된다. 그런데 이 이중과세를 완화하기 위해 개인소득세법상 배당세액공제라는 제도를 통해 일정 부분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이다. BEPS 관련해서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적용하려고 하는데, 국가 간 세법 정책 목적이 다르고 다른 정책 및 세법 등에 대한 이중과세 완화 규정으로 볼 수가 있다.

국제 사회가 함께 선진문화를 나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정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 다국적 기업의 자각과 각국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