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성 안국 수치과 원장.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환자의 입속이지만 가끔 생경한 장면에 머릿속에서 물음표를 띄우곤 한다. 생경한 장면이란 환자의 사랑니에 번쩍거리는 골드인레이 치료가 되어 있는 경우이다. 개인 소견으로 사랑니의 가치를 상당히 낮게 평가하기에 필자가 사랑니에 ‘절대로 하지 않는’ 치료 방법이다.

구강 내에는 보통 28개 치아가 있으며 사랑니까지 포함하면 최대 32개 치아가 존재할 수 있다. 흔히 모든 자식이 귀하다는 의미에서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는 데, 귀한 치아 중엔 안 아픈 치아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랑니이다.

첫사랑을 할 때쯤 난다고 해서 ‘사랑니’, 머리가 지혜로워질 때쯤 난다고 해서 ‘지치(智齒)’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받는 치아임에도 입 안에서는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골치(骨齒)’ 대상이다.

사랑니가 만드는 골칫거리 가운데 대표적인 게 이소맹출(異所萌出)이다. 올바른 방향이 아니게 눕거나 걸려서 반만 나오거나 하는 식으로 이상한 방향으로 나오는 경우이다. 차라리 아예 안 나오면 좋을 텐데 어설프게 나와서 문제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염증이 생기고 통증과 부종이 발생한다. 사랑니 통증의 대부분은 바로 이소맹출 때문이며, 심한 경우 입을 벌리기 힘들 정도로 아프거나, 다른 사람에 눈이 뛸 정도로 얼굴이 붓기도 한다. 또한 앞쪽의 인접한 어금니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게 만들어 앞 치아 뿌리 쪽에 충치를 만드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 때문에 인접한 앞 치아를 신경치료하거나 심지어는 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랑니의 다른 골칫거리는 양치질을 힘들게 만든다는 것. 이소맹출로 양치가 힘들 수도 있지만 비교적 정상적으로 나온 사랑니조차 양치가 쉽지 않다. 과거와 다르게 현대인들의 턱이 작기 때문에 사랑니 주변 공간이 좁아 칫솔이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비교적 정상적으로 나온 사랑니일지라도 충치가 많이 생긴다.

또한 양치가 잘 안되기 때문에 치주질환(잇몸병)이 발생하기 쉬워 잇몸이 안 좋은 경우가 흔하다. 치주질환에 이환된 경우 인접한 앞 치아도 치주질환에 같이 이환되거나 앞 치아와 공유한 사이뼈가 치주질환으로 파괴되기도 한다.

이러한 골칫거리에 비해 사랑니가 주는 이득은 미미하다. 심지어 그 이득은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예쁘게 나왔다는 특정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요즘에는 잘 하지 않지만 과거에는 사랑니 앞의 어금니가 빠졌을 경우 사랑니와 앞의 어금니를 걸어서 씌우는 브릿지를 하곤 했다. 하지만 임플란트가 발달한 요즘엔 치아가 하나 빠졌을 경우 임플란트 시술이 최우선적으로 권장된다.

사랑니의 다른 활용에는 자가 치아 이식술이 있다. 어금니가 빠졌을 경우, 사랑니를 뽑아 빠진 자리에 이식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랑니의 뿌리 형태가 이식할 치아의 뿌리 형태와 어느 정도 유사해야 하며, 발치 때 뿌리가 부러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식 성공 확률이 임플란트 성공 확률보다 낮다.

“못 쓰는 사랑니로 뼈 이식을.” 과거에 뉴스에 나왔던 자가 치아 이식재를 소개하는 광고 문구이다. 굳이 사랑니만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뼈 이식이 필요한 경우, 잉여로 있는 사랑니를 이용해 뼈 이식재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비용적인 장점은 없지만 인체 내에 자기 뼈가 아닌 동물이나 타인의 뼈, 합성골 같은 것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뼈 이식이 필요한 나이는 보통 중장년층 이상이다. 언제 있을지,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뼈 이식을 위해 사랑니를 무리하게 지니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치아은행이 존재한다. 다만 보관비를 내야 하기에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 여담으로 타인이나 동물 등 합성으로 만든 뼈가 싫다면 자신의 뼈에서 채취해서 이식하면 되기 때문에 꼭 자가 치아 뼈 이식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결론적으로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랑니에 문제가 있다면 치료보다는 빼는 것을 권유하게 된다. 그러나 정말 예쁘게 나온 경우에 한해서, 환자가 빼는 것을 원치 않으면 충치 치료를 한다. 그런 경우 고가의 재료보다는 보험이 적용되는 재료로 저렴하게 치료받을 것을 권한다. 뽑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이지만 사견으로는 뽑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