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대표님과 여러 고위 임원들은 온라인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왜 빼지 못하느냐고 난리를 치십니다. 근데 기사가 하나둘이 아니고, 한 시간에도 여러 매체에서 수십 개 연속해서 올라오는데 이걸 어떻게 뺄 수 있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언론계나 커뮤니케이션 학계에서는 이미 반세기 그 이전부터 ‘미디어는 컨트롤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2016년을 사는 기업의 일부 리더 중 아직도 ‘미디어는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 분들이 있습니다. 놀라운 생각이죠.

홍보를 하는 실무진들에게 물어도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물론 미디어를 컨트롤할 수는 없죠,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다각도로 미디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은 찾아야 합니다.” 이해는 됩니다. 홍보 담당으로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문제는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목격되는 일종의 ‘타협’입니다. ‘미디어는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 경영진들과 ‘(미디어를 컨트롤하기는 너무 힘들지만) 한번 해보겠다’ 답하는 실무자들의 타협입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커집니다. 실무자들 스스로 “이 많은 기사들을 어떻게 빼야 하지? 내가 역량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아는 지인들을 총동원해 어떻게든 기사들을 빼볼 수는 없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물론 최근에는 부실한 온라인 매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위기관리는 예산 싸움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실무자들도 있습니다. 몇 백에서 몇 천만원이면 기사 관리가 가능하다는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실무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시각에서는 분명 ‘미디어는 돈으로 컨트롤되더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기관리라는 큰 관점에서 볼 때, 위기 발생 후 1000개의 부정 기사들 중 500개를 ‘예산 투입’을 통해 빼버렸다고 해서 그 위기가 관리된 것인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현실적으로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지 돌이켜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위기 시 ‘미디어는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을 실무자 스스로 먼저 믿어야 합니다. 최소한 실무자들이라도 그런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실패의 타협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업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빨리 생각해 내십시오. 기업은 자사의 메시지를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자사의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자사의 직원들과 채널들과 예산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컨트롤 가능한 자산들을 전략적으로 컨트롤하십시오. 그에 집중하십시오.

빨리 부정적인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내부 결단을 이끌어내십시오.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할 메시지들을 정리하십시오. 그리고 가용한 모든 채널들을 통해 자사의 메시지가 압도적인 SOV(메시지 점유율)를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십시오. 필요하다면 리더가 나가 머리를 숙이십시오. 예산을 기사를 빼는 데 집중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해 개선하는 데 투입하십시오. 모든 컨트롤 가능한 것들을 빠른 시간 내에 컨트롤하십시오. 그게 우선이자 최선입니다.

일부 기업 실무자들은 위기 시 여기저기 뛰어 다니면서 기사를 빼달라고 하고, 내용을 조정해 달라고 사정하고, 예산 네고를 하고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 때문에 실제 더 급한 컨트롤 가능 자산에 대한 컨트롤이 어려워지는 사례들을 수없이 봐왔습니다. 더 안타깝게는 쏟아진 100개의 부정기사들 중 유력지에 실린 기사 2~3개를 뺐다고(?) 이를 위기관리 성공 사례로 내부 셀링하는 실무자들도 보았습니다. 이런 생존을 위한 타협이 있으니 경영진들은 계속 ‘미디어는 컨트롤하라고 있는 것’이라 믿게 되는 겁니다.

아직도 ‘미디어는 컨트롤 가능하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직원들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전문적인 미디어트레이닝 세션을 통해 현실감을 키워주십시오.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정신은 비즈니스에서라면 빛을 발할 수 있으나, 미디어를 대상으로는 불가능하고 별반 의미가 없다는 것을 공유하십시오.

미디어를 컨트롤할 수 없으니 나는 실무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프로답지 못한 생각도 버리십시오. 미디어가 아닌 메시지를 컨트롤해서 위기를 돌파하고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분명 있습니다. 전략적 메시지를 운용해 미디어가 자사를 따라다니게 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전략적 메시지로 미디어에게 영향을 주십시오. 만약 미디어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그건 메시지를 통해서일 것입니다. 예산이나 실무자들의 피땀이 아니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