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의 질병 여부를 원격으로 파악한다? 이 말에 과거 조류독감, 구제역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축산 농가가 떠오를 뿐 아니라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원산지 표기를 살피는 소비자들이 생각났다. 이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 유기농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유라이크코리아는 어떤 기업이기에 기자로 하여금 수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 것일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우선 인터뷰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라이크코리아의 기술은 너무 놀라워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김 대표 또한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유라이크코리아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실시간 가축 질병관리 모니터링 서비스인 ‘라이브 케어’(Live Care)를 본격 론칭했다. 이 시스템은 소의 체온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해 질병 사전예방 및 품질관리가 가능한 서비스를 구현한다.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는 “최근 가축 질병에 대한 이슈가 상당히 많다. 과거 조류독감, 구제역 등의 피해는 물론 이후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축에 과도한 항생제 투여되고 이러한 가축을 음식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이는 등 연쇄적인 반응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가축들에게 항생제를 먹이는 이유는 가축 각 개체의 건강이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축의 건강 여부를 떠나 질병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가축을 고기의 형태로 소비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항생제를 과다 투여한 고기를 섭취하면 인체 내 박테리아가 약물에 더 큰 내성을 갖게 돼 위험하다.

만약 가축의 질병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무분별한 항생제 투여가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 가축의 질병 발생으로 인해 애먹은 가축까지 대량 살처분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만큼 소비자들도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유라이크코리아는 가축의 질병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까. 그 핵심은 다름 아닌 빅데이터에 있다.

“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가축은 질병 등 이상 현상이 생기면 체온이 변한다. 하지만 가축의 체온을 측정한다는 것은 자체가 쉽지 않은 데 반해, 라이브 케어는 온도 및 PH센서를 접목한 경구투여 방식의 바이오캡슐을 개발해 체내 측정이 가능하다.”

바이오캡슐에 내장된 각종 센서가 소 체내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이는 다시 실시간으로 컴퓨터로 전달돼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 유라이크코리아는 원격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농장주들이 직접 소를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구현했다.

“현재는 수많은 가축 중 소에 집중하고 있다. 수요가 가장 많은 직군이기도 하지만 소는 야생동물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손을 타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체 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분만 사고만 줄이거나 발정 시기만 놓치지 않더라도 개체 수에 대한 문제가 일부 해결된다.”

기자의 한 마디 “믿을 수 없다”

실제 유라이크코리아는 최근 사례를 공개했다. 당시 유라이크코리아는 한 농장의 소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농장주에게 알렸다. 하지만 농장주는 ‘경험상’ 아직 분만일이 임박하지 않았다며 유라이크코리아의 조언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농장주에게 소식이 전달된 후 다음날 오전 8시 실제로 송아지가 태어났다.

실제로 기자가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출산 전 소의 체온이 변화하는 이상 현상이 기록돼 있었다. 이날 인터뷰 장소는 서울이었지만 기자는 같은 시간 지방에 있는 소들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직접 확인했다.

“우리는 가축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바이오캡슐을 통해 가축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가축의 이상 여부를 파악한다. 최첨단 IT 기술을 동원해 개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으다 보니 이상 현상에 대한 특정 패턴이 나타나고, 이는 하나의 또 다른 정보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장주에게 위험성을 알려 가축 관리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개체 수가 명확히 파악돼야 가축에 대한 추가 연구가 가능하지만 사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가축 개체 수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라이브케어 시스템은 개체 수 파악은 기본이고 이상 여부 파악과 함께 가축의 위치추적까지 가능해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수백~수천 마리의 가축이 있더라도 그중에서 이상 현상이 감지되는 가축을 정확히 골라낼 수 있다는 뜻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기자 또한 눈으로 해당 시스템을 보면서 믿을 수가 없었다. 모든 개체들의 이상 현상이 실시간으로 감지된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지속적으로 빈틈없이 데이터들이 모이면서 정확한 분석과 예측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우리도 우리의 데이터를 보면서 놀란다. 일부 데이터들에서는 기존에 나온 연구 논문 결과와 다른 점도 발견된다. 향후에는 소뿐만 아니라 돼지, 닭 등 사람이 주로 먹는 것을 대상으로 영역을 넓힐 것이다.”

유라이크코리아의 기술은 가축의 이상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 먹거리 안정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가축에 대한 다양한 연구 논문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건의 재구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은 이 기술을 통해 질병 확산을 제한할 수 있고 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구제역 등에 대한 ‘무분별한’ 불안감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의 또 다른 한 마디 “해외로 나가라”

여기서 기자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이러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여전히 스타트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러브콜이 많이 들어온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스타트업 3년이 고비라는데 이제는 안정권에 들어섰다. 하지만 더 성장을 하고 싶어도 국내에서는 마음처럼 쉽지 않다.”

김 대표는 이 부분에서 말을 아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아도 기자는 이미 그 내막을 알고 질문은 던진 것이다. 축산업 분야도 이른바 기득권이 득실거린다. 인터뷰 내내 유라이크코리아의 기술을 이러한 기득권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김 대표에게 “해외로 나가라. 애국심도 중요하지만 한 번 보여줘야 한다. 누군가는 분명 ‘또’ 후회할 것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 또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는 과거에도 몇 번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몇 번’의 기회를 수없이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 오로지 ‘돈’을 쫓고 이권을 따지는 것이 현실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중국 사람들에게 멜라닌 파동 악몽은 여전히 잊히지 않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중국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으며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원한다. 분유를 사기 위해 홍콩으로 원정쇼핑을 떠나는 중국인에게 이러한 불안을 해소해 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먹거리는 그 어떤 신기술보다 위대하다. 인간은 IT 없이 살 수 있지만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산업이자 세계 먹거리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유라이크코리아의 기술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영광이었으나 현실에 부딪힌 스타트업들의 한계에 기자는 혼자 분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희진 대표는 “우리는 우리의 기술로 반드시 성공할 수 있고 자신 있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우리가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겨냈고 여기까지 왔다. 나도 아기가 있는 사람이다. 내 아이는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없앰은 물론 학술 논문도 제출해 잘못된 생각을 바꿀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 말에 기자의 분노는 사그라졌다. 또한 유라이크코리아를 통해 스타트업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으며 아직 한국도 기회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만 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에 좌절하는 기업은 없다. 그래서 여전히 한국은 희망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