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지널을 재현한 스피드마스터 '57(2015). 사진 제공/ OMEGA

시계 브랜드마다 예닐곱에서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하는 컬렉션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긴 세월 사람들 뇌리에 남아있는 스테디셀러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다. ‘브랜드보다 더 유명한 컬렉션’을 살피는 것은 좋은 시계에 대한 안목을 기르는 첩경이다. 또한 갖고만 있어도 돈과 명예가 따르는 확실한 시테크이기도 하다. 브랜드보다 더 유명한 시계 컬렉션의 다섯 번째 이야기, 오메가 스피드마스터(OMEGA Speedmaster).

하루아침에 브랜드보다 더 유명한 시계 컬렉션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이 스테디셀러고,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는 시계가 많다. 그 중에서도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는 최강의 스토리텔러라 할 만하다. 실제로 스피드마스터는 지난날 많은 우주인과 우주 기관의 구애를 받고 선택을 받았다. 평범한 시계가 지구, 아니 우주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시계 중 하나가 되었고, 우주를 향한 위대한 여정을 함께 하면서 ‘문워치(Moonwatch)’라는 환상적인 별명까지 얻었다.

 

▲ 최초의 스피드마스터(1957). 사진 제공/ OMEGA

문워치의 탄생 또한 해시계나 물시계 못지않게 드라마틱했다. 1957년에 처음 나온 스피드마스터는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애초에 씨마스터 라인의 일부로 소개된 스피드마스터는 베젤에 타이밍 눈금을 지닌 세계 최초의 시계였다. 바로 이것이 훗날 가장 아이코닉한 크로노그래프로서 스피드마스터를 대변하는 디테일이 되었다. 처음에는 우주에서 사용할 목적보다는 지상에서 스피드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디자인했기 때문에 최초의 스피드마스터, 즉 CK 2915는 자동차 마니아나 레이서 등을 타깃으로 했다. 타키미터 베젤을 다이얼과 크리스탈 바깥쪽에 배치해 외부 케이스 디자인의 일부가 되도록 디자인했는데, 이런 디자인은 오메가가 처음이었다. 매뉴얼 와인딩 칼리버 321이 동력을 제공한 스피드마스터는 비대칭을 이루는 우아한 케이스 디자인에 일명 ‘브로드 애로(Broad Arrow)’로 통하는 넓은 화살표 모양의 바늘 스타일까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한 시계였다.

 

▲ 오메가와 우주 탐험과의 인연이 시작된 2세대 스피드마스터. 사진 제공/ OMEGA

스피드마스터와 우주 탐험과의 인연은 1962년 나사(NASA)의 우주인 월터 쉬라와 르로이 고든 쿠퍼가 우주 탐험용 시계로 스피드마스터 2세대 모델을 구입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산 크로노그래프를 머큐리 프로그램 비행에서 쓸 요량이었다. 실제로 우주 미션을 함께 한 첫 스피드마스터는 쉬라가 머큐리-아틀라스 8 미션 중에 착용한 CK 2998이었다. 2년 반이 지나 머큐리 프로그램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그는 운영 책임자 디크 슬레이튼에게 훈련과 비행에서 쓸 수 있는 공식 시계를 선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실제로 1964년 9월, 디크 슬레이튼은 제미니와 아폴로 비행 대원들이 사용할 견고하고 정확한 크로노그래프가 필요하다는 내부 메모를 작성했다. 이 메모는 엔지니어였던 제임스 레이건의 책상 위로 전달되었다. 그는 몇몇 매뉴팩처에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의 스펙 시트와 함께 견적서를 요청했고, 오메가를 포함한 네 개의 브랜드가 제임스 레이건에게 답변을 했다. 뉴욕에 있는 오메가의 미국 지사에서 나사의 요청에 따라 시계 세 개를 보냈다. 바로 1963년에 소개된 3세대 스피드마스터(ST105003)였다.

 

▲ 나사의 극한 테스트를 통과한 유일한 크로노그래프였던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사진 제공/ OMEGA

나사에서 시계를 테스트했는데, 말 그대로 시계를 망가뜨리기 직전까지 가는 극한 테스트였다. 그들은 시계를 이틀 동안 71~93°C에 이르는 온도에 노출한 후 다시 -18°C 조건으로 바꿨다. 93°C의 진공 상태에 놓는 테스트 후에는 70°C까지 온도를 높이고 다시 -18°C로 냉각시키는 테스트가 이어졌다. 이 테스트는 15회 연속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시계는 여섯 가지의 다른 위치, 그리고 고압과 저압 상태에서 40G 중력 가속도의 힘을 받았다. 93%의 습도와 부식되기 쉬운 100% 고산소 환경에서 제 기능과 성능을 다하는지도 체크했다. 130데시벨에 이르는 소음 수준을 견디는 테스트도 거쳤다. 8.8G의 평균 가속도에 달하는 진동도 이겨내야 했다. 이 모든 테스트를 마친 후 딱 하나의 시계만 살아남았다. 바로 스피드마스터였다. 사실 그 당시 오메가는 휴스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실제로 나사의 선택 과정에서도 오메가 본사가 직접 관여한 바가 없었다는 후문. 스피드마스터는 그 사이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크로노그래프의 푸셔와 크라운을 보호하기 위해 시계 케이스의 오른쪽 부분이 더 커지는 등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 비대칭적 케이스 디자인은 스피드마스터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1964년 다이얼에 ‘PROFESSIONAL’이라고 새긴 ST105.012 모델을 통해 이 디자인이 처음 세상에 선보였다.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한 스피드마스터는 1965년 3월, 모든 유인 우주 미션을 위한 비행에 적합한 시계로 ‘발탁’되었다. 3주 후 버질 거스 그리솜과 존 영은 우주에서 제미니 3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처음으로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했다. 1965년 6월에는 에드워드 H. 화이트가 제미니 4 미션 중에 진행된 미국의 첫 우주 유영에서 스피드마스터를 찼다. 4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사는 최초의 달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폴로 프로그램을 위해 나사는 한창 생산중이던 ST105.012와 ST145.012 등 스피드마스터의 최신 버전들을 모두 채택하고 있었다. 1969년 7월 21일 2시 56분(GMT), 닐 암스트롱은 이글(Eagle)에서 발을 떼어 또 다른 세계인 달에 발을 디딘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버즈 올드린이 15분 후 그의 뒤를 따랐다.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 달에서 착용한 최초의 시계가 되는 순간이었다! 스피드마스터는 이후 4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수히 많은 미션을 함께 하며 우주 비행에 적합한 시계로서 위용을 만방에 떨치고 있다. 그 어떤 시계도 머큐리, 제미니, 아폴로, 스카이랩, 소유즈, 살리웃, 스페이스 셔틀, MIR, 그리고 국제 우주 정거장 프로그램에 모두 투입된 사례가 없다. 이것이 바로 스피드마스터를 우주 시계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 견고한 라운드 타입의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마크 Ⅱ(1969). 사진 제공/ OMEGA

1969년 그 해에 클래식한 스피드마스터 문워치를 재해석한 첫 시계가 바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마크 Ⅱ다. 실제 매뉴얼 와인딩 스피드마스터 2세대의 직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에 ‘마크 Ⅱ’를 붙였다. 다양한 버전(블랙 다이얼의 스테인리스 스틸, 그레이와 오렌지 레이싱과 요팅 다이얼의 스테인리스 스틸, 골드 다이얼의 골드 플레이팅, 그리고 희귀한 18K 옐로 골드 모델)으로 선보인 이 시계는 칼리버 861이 동력을 제공했다. ‘파일럿 라인’ 케이스라고도 불리는 마크 Ⅱ의 배럴 모양 케이스는 오메가가 당시 착수하고 있던 비밀 프로젝트에 기원을 두고 있다. 달 표면에서 더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스피드마스터를 제작하는 연구가 바로 그것이었다. 작전명 ‘알래스카’로 불린 이 야심찬 연구는 10년 이상 계속되었고, 그 결과 후디드 러그(hooded lugs)와 프로텍티드 크라운과 푸셔를 갖춘 라운드 형태의 더욱 견고한 시계 케이스가 완성되었다.

성공적인 아폴로 11 미션을 기리기 위한 골드 스피드마스터(1970)도 역대급 스피드마스터이다.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달 착륙을 기리기 위해 만든 이 모델은 1969년 가을부터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28개의 스페셜 시리즈로 선보였다. 받는 이의 이름과 함께 ‘To mark man’s conquest of space with time, through time, on time(시간과 함께, 그리고 시간을 통해 이룩한 인간의 우주 정복을 기념하기 위해)’라는 문구를 품고 있는 이 시계는 1969년 11월 25일 휴스턴 호텔 워윅(Hotel Warwick)에서 열린 갈라 디너에서 당시 활동한 우주인들에게 선사되었다. 이 시계의 성공에 힘입어 1972년까지 총 1014점의 제품이 생산되어 각기 다른 주인들의 손목 위에 놓였다.

 

▲ 스피드마스터 아폴로 13 실버 스누피 어워드(2015). 사진 제공/ OMEGA

스피드마스터는 소중한 유산인 동시에 왕성한 현재진행형 컬렉션이다. 풍부한 스토리텔링에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 등을 접목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스피드마스터 아폴로 13 실버 스누피 어워드(Speedmaster Apollo 13 Silver Snoopy Award)이다. 이 시계를 보면 오버랩 되는 장면이 있다. 1970년 4월 17일, 전 세계는 지구 20만 마일 밖에서 갑작스럽게 위기를 맞은 아폴로 13호가 태평양에 착륙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폴로 13호는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일곱 번째 유인 임무인 동시에 달에 착륙하기 위해 떠난 세 번째 미션이었다. 하지만 보조 우주선에 있는 두 개의 산소 탱크 중 하나가 도중에 폭발하면서 이 목적은 안타깝게도 좌절되었다. 미션은 즉시 취소되었고, 우주인들은 다시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수 있는 궤적을 도출하기 위해 몇 가지 중간 수정 작업을 해야 했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아폴로 13 실버 스누피 어워드는 이제는 거의 잊혀진 45년 전의 이 미션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사령관 짐 로벨과 두 조종사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힘이 된 탁월한 팀워크, 빠른 결정력, 순발력, 용기에 찬사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이얼에 ‘What could you do in 14 seconds(14초 안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문장이 있다. 아폴로 13호에 타고 있던 우주인들이 우주선에 들어있는 예비 타이밍 장비인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이용해 14초 동안 도출해낸 중간 수정 과정을 의미한다. 가격은 800만 원대이다.

 

▲ 스피드마스터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2015). 사진 제공/ OMEGA

지난 2015년 오메가는 우주 탐험의 역사를 함축한 듯한 세라믹 워치 컬렉션인 스피드마스터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Speedmaster Dark Side Of The Moon)에 네 가지 모델을 추가했다. 폴리싱한 블랙 세라믹 케이스, 매트한 블랙 세라믹 다이얼, 그리고 블랙 코팅한 나일론 패브릭 스트랩의 블랙 세라믹 클래스프가 특징인 블랙 블랙, 브러싱 처리한 블랙 세라믹 케이스에 18K 세드나 골드 베젤 링, 아플리케 인덱스, 바늘 등을 갖춘 세드나 블랙, 매트한 블랙 세라믹 다이얼 위 모든 요소를 슈퍼-루미노바로 코팅한 피치 블랙, 브라운 컬러 인덱스와 바늘, 가죽 스트랩이 ‘빈티지’ 슈퍼-루미노바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빈티지 블랙 등 네 가지 ‘문워치’는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을 소유하고 있다. 가격은 1천400만 원대. 오리지널 스피드마스터도 재현되었다. 오메가 코-액시얼 칼리버 9300을 비롯해 몇 가지 기능이 업데이트되었지만, 반세기 동안 아이코닉 워치로 추앙받아온 1957년 오리지널 스타일만큼은 그대로이다. 41.5mm 사이즈,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스피드마스터 ‘57(Speedmaster ‘57)은 브러싱 처리한 베젤과 타키미터 눈금이 존재하는 한, 언제 어디서나 주인을 돋보이게 할 것이다. 스피드마스터 ‘57의 가격은 1천만 원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