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 한강신도시 장기지구 전경(이코노믹리뷰 김하수 기자)

지난해 ‘반짝 활기’를 띄었던 김포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신규 분양 호조와 함께 거래시장도 활발하게 움직였던 불과 몇 개월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4일 찾은 김포 한강신도시. 일대 중개업소에는 손님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으며, 거리 곳곳에는 여전히 ‘미분양 물량 파격 할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

운양지구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인근 서울지역 전셋값 대비 저렴한 가격과 김포도시철도 호재로 거래가 늘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최근에는 거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최근 공급과잉으로 인해 분양권 웃돈도 떨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김포 한강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공급 과잉 여파와 중대형 면적대 거래 부진으로 가격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김포시 장기동에 위치한 ‘초당마을 우남퍼스트빌’ 128㎡의 경우 매매가가 3억9500만~4억3000원 선으로 전주대비 250만~1250만원 떨어졌다.

미분양 우려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기도 미분양 가구 수는 2만1809가구로 전달(1만2510가구)보다 9299가구(74.3%) 증가했다. 특히 김포시의 경우 10월 2008가구에서 11월 2994가구로 용인시 다음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1월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Ab-03에 분양한 ‘김포한강 아이파크’는 1·2순위 청약에서 122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659명만이 접수, 0.54대 1이라는 초라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구래동에 위치한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업지 인근인 구래동 아파트 시세가 평균 974만원 선인데 반해 김포한강 아이파크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025만원으로 책정됐다”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3.3㎡당 분양가 1000만원을 넘어서면서 수요자들로부터 외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단지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 2개 블록(Ac-18·Ab-20블록)에서 분양 중인 ‘에일린의 뜰’은 계약금 ‘490만원’이라는 조건으로 계약금 맞춤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김포시 내 미분양 단지들은 계약금 500만~1000만원에 중도금 무이자 혜택, 잔금납부 3개월 유예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있다.

▲ 미분양 물량 파격 할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 (이코노믹리뷰 김하수 기자)

고분양가·밀어내기 분양, 김포 주택시장 ‘발목’

김포 한강신도시 내 미분양 급증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최근 공급과잉 여파가 컸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들의 분양 밀어내기가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 기대치가 적은 곳의 미분양이 크게 증가한 것.

실제 지난해 김포시 내 아파트 분양물량은 1만6000여가구로 지난 2014년 6200여가구와 비교해 2.5배 넘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230여가구까지 떨어졌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0월 들어 2000여가구로 무려 8배 넘게 증가했다.

장기동 인근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1년 동안 수요대비 공급이 넘치며 미분양이 증가해 분양권 웃돈도 떨어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러한 분위기가 기존 입주 단지의 아파트값에도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고(高)분양가도 김포시 내 미분양 아파트 급증에 한 몫하고 있다. 지역 수요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3㎡당 분양가가 1000만원을 넘어서면서 수요자들이 청약 등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지난해 5월 분양한 ‘한강신도시 2차 KCC 스위첸’의 경우 1순위 청약 결과 1287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98명이 접수해 청약 미달 사태를 겪었다. 당시 분양가는 3.3㎡당 평균 1010만원 대였다. 한강신도시 내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 보다는 저렴한 편이었지만, 인근 중심상업지구와 떨어져 있는 입지임을 감안했을 때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어진 2순위 청약에서 1.2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현재 대부분의 물량을 소진한 이 아파트는 일부 잔여 세대를 분양 중에 있다. KCC건설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비와 옵션비가 포함된 가격으로 인근 타 아파트 대비 경쟁력 있는 분양가”라며, “현재 일부 잔여가구만 분양 중에 있으며 95%이상 물량을 소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공급 당시 역시 분양가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은 한강신도시 ‘에일린의 뜰’도 청약 흥행에 실패했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1030만~1080만원 수준으로 책정된 이 단지는 당시 1순위 청약에서 0.21대 1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인근 서울 강서구, 일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김포는 전세난 여파로 지난해 실수요자 중심의 매수세가 늘었지만 향후 가격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수연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김포시 아파트의 주된 수요층은 실거주자들”이라며 “3.3㎡당 수십만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경우 다시 대규모 미분양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 장기동 인근 김포도시철도 공사 현장 (이코노믹리뷰 김하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