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수제 머핀 가게 '고로롱'

지난 10여년간의 맛집 인생을 돌아보면 밀가루와 함께한다. 대게 일주일에 한 번은 동네 빵가게에 들리고, 타지로 여행을 가면 지역 별로 유명한 빵집은 꼭 갔다. 항상 전국의 맛있는 빵집을 도장깨기 하듯 정복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  ’우주최강‘? 그런 내게 건물 외관에서부터 ‘우주최강 머핀 shop' 이라고 크게 적혀있는 ’고로롱‘은 한눈에 들어왔다. 소소한 서촌의 골목에서 만날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자신만만한 어필이었다. ’어디 한 번 먹어보자‘ 싶은 마음에 가게로 들어갔다.

 

고로롱은 우주 최강 머핀 가게라는 설명에 걸맞게 머핀을 메인 메뉴로 판매한다. 종류는 15가지 남짓. 무화과 머핀, 오디 머핀, 토마토 머핀, 얼그레이 머핀, 귤 머핀, 크림치즈에 코코아 머핀 등 다양했다. 머핀 외에도 치즈무스 케익과 플레인 치즈 케익도 판매했다. 음료는 커피와 차, 스무디가 있다. 가장 많이 팔린다는 ‘바나나 머핀’을 주문했다. 밤 머핀과 아메리카노 한 잔도 추가했다.

곧 데워진 머핀과 커피가 나왔다. 표면이 촉촉하고 바삭해보이는 바나나 머핀에 먼저 눈이 갔다. 머핀의 위에 올려진 바나나조각은 딱 괜찮은 질감이었다. 너무 무르지도 마르지도 않았다. 머핀의 겉면도 딱 입천장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바삭했다. 따뜻한 단맛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바나나가 자체가 맛있었고, 재료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밤 머핀에서도 재료를 아끼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면을 갈라보니 바삭한 윗부분 아래로 밤이 꽉꽉 차 있었다. 밤 조각 찾기 게임을 해야하는 프렌차이즈 빵과는 달랐다. 식감이 정말 좋았다. 비정제당으로 만든 머핀답게 많이 달지 않고 밤의 자연스러운 단 맛이 났다.   

 

고로롱의 포인트는 자연스러운 맛이었다. 보통 머핀을 생각하면 달고 기름진 맛이 먼저 떠오른다. 또, 색소를 넣어 알록달록한 색상도. 하지만 고로롱은 그런 화려한 머핀과는 대척점에 있다. 수수한 색깔에 건강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맛의 비결로 사장님은 정직함을 꼽았다. 머핀에는 약간의 베이킹 파우더를 제외하고는 인공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속재료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만드신다. 예를 들어 기자가 먹은 밤은 캔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직접 말린 밤을 불린 것이다.

고로롱은 수제 머핀치고는 저렴한 가격이나, 비싸다는 반응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적절한 가격에서 최대한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재료를 사용하되 속재료는 손수 만들고, 유기농은 아니지만 비정제당을 사용한다. 타협하지 않는 점도 있다. 비싼 속재료를 쓴 신메뉴가 머핀의 맛과는 어울리지 않아 전부 폐기한 적도 있다. 머핀을 만드느라 음료 메뉴를 늘리지 않으며, 다량으로 생산하지도 않는다. 한 번은 적은 수량이 아쉬웠던 손님이 찾아와 귤 까는 것을 도와줄테니 더 만들어 달라고 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고양이가 기분 좋거나 편할 때 내는 소리라는 ‘고로롱’. 단골이 많을 수밖에 없는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왔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누상동 53-1 102호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직진, 떡 가게 ‘빚은‘ 앞에서 마을버스 종로09번을 타고 박노수 미술관 하차, 걸어서 내려오는 길에 위치)

▶문의: 010-6377-5168 

▶영업시간: 월요일 휴무 / 12:31 pm ~ 21:01 pm

▶가격정보: 머핀 3000~3500원. (치즈무스케익 4500원 /조각케익 3500원 /홀 치즈케익 13000원 /홀 치즈케익 no.2 26000원) 

(기타: 뜨거운 커피 3000원 /아이스 커피 3500원 각 리필시 2000원/차 3000원 / 스무디 4000원 / 플레인 요거트 3500원 /블루베리잼 9000원 오디잼 9000원)

▶비고: 머핀 종류 (토마토, 녹차, 얼그레이, 오디, 밤, 사과, 캬라멜, 무화과, 라즈베리, 바나나, 크림치즈, 파인애플, 코코아, 블루베리, 아삼잎사귀, 귤, 원두 크림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