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이해와 오해

계절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는 나른한 몸, 황사 바람으로 껄끄러운 입안, 경제 불황을 몸소 느끼고 있는 예민해진 신경 등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입맛은 없고 몸은 축나는 요즘 스트레스와 피로함을 한꺼번에 날려줄 특효약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비타민이 인기다.

그러나 별다른 처방 없이도 약국은 물론 인터넷, 시장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비타민·피로회복제가 ‘내 몸에 맞는지’ 혹시 ‘잘못된 비타민 복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비타민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로 꼽히는 ‘비타민 전도사’ 서울대 이왕재 교수의 강의가 있는 날이면 각 동네 약국마다 비타민제가 동이 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굳이 별도로 먹을 필요 없이 식품만으로도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비타민 결핍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비타민,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하나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타민’을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내 몸에 효과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비타민을 올바르게 섭취하려면 기름에 녹는 지용성인지 물에 녹는 수용성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B, 비타민C, 엽산은 많이 먹어도 배출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반면 레티놀, 레티놀에테르 성분의 비타민A를 비롯해 비타민D, 토코페롤로 불리는 비타민E, 비타민K 등의 지용성 비타민은 과다 복용할 경우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만큼 반드시 적정량만 복용해야 한다.

미즈메디 강남병원 가정의학과 신동혁 과장은 “비타민A의 경우 중독성이 있어 흡연자가 과다 복용할 경우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며 “‘몸에 좋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비타민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선 ‘근거가 있는 영양제인지’, ‘나한테 필요한지’를 반드시 따져보고 먹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철분의 경우 가임 여성들이 꼭 먹어야 할 영양소이지만 남성과 폐경기 여성에게는 독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남성은 반드시 철분이 없는 종합비타민을 먹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철분을 많이 먹는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당뇨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철분이 간에 침착돼 심한 경우 간이식을 받은 사례도 있다며 비타민의 오남용에 대해 경고했다.

천연비타민이 더 좋다고?
‘천연’이라는 말에 소비자들은 더 신뢰하고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렌지를 몇 개나 농축시켜야 1000mg의 비타민C를 만들어낼수 있을까? 이 경우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 수많은 오렌지를 먹어 섭취된 칼로리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배제한다고 해도 농축시켜서 비타민C만 추출해내려면 화학공정을 거쳐야 하기 마련이다. 천연비타민이나 합성비타민이나 화학공정을 거치는 만큼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또한 합성을 한 합성비타민이나 동·식물이 만들어낸 천연비타민의 구조는 똑같다.
신동혁 과장은 “천연비타민이 더 좋다는 근거는 없다. 차이는 상술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령, 직업, 식사습관 따라 복용도 차이
연령, 식사습관 등 개개인의 차이가 비타민 과다 혹은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노인의 경우 우유를 마시지 않으면 칼슘 결핍, 외출을 하지 않으면 비타민D 결핍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 50세가 넘으면 위산 분비가 줄어들어 비타민B12가 부족해질 수 있다.

만약 평소 채식주의자라면 비타민B6, B12와 칼슘, 철분, 아연 등을 보충해 주는 게 바람직하며 지방 함량이 적은 메뉴를 즐기고, 견과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비타민E가 함유된 비타민을 복용하는게 좋다. 특히 골격이 형성되는 시기의 10대의 경우 칼슘 보충이 필수인 만큼 비타민C, D를 함께 먹으면 칼슘 섭취에 도움이 된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도심 속 환경오염에 자주 노출되는 직장인들은 항산화 기능이 있는 비타민C와 셀레늄, 망간 등을 섭취하면 좋다. 또한 비타민E는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능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임산부나 특별한 영양소 결핍 등이 우려되는 사람들은 약사·의사의 조언을 듣는 게 바람직하다.

유은정 기자 app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