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20여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해 왔어요.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대비할 수 있었어요.”

K 씨(56)는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 경기도 모 지점에서 부지점장직을 끝으로 샐러리맨 생활을 접었다. 그는 서울 쌍문동에 커피 전문점을 차리면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매장은 약 70㎡(20평) 규모로, 따뜻한 분위기의 내부 인테리어와 각종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졌다. 오래 전부터 은퇴를 준비해왔지만 K 씨가 본격적으로 창업을 구상한 시기는 5년 전이었다.

막연하게 카페 창업을 생각해 오던 K 씨는, 자식들이 카페 일을 적극 돕는다면 인건비가 많이 줄어 해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K 씨는 “카페를 시작한 것은 아들이 커피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아들과 딸은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페 창업 동호회도 가입하고, 주변 상권조사도 시작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다소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도 억 단위로 돈이 들어가 좀 더 아낄 방법을 찾게 됐고, 아무래도 잘 아는 동네라면 프랜차이즈 도움 없이도 잘할 수 있겠다 싶어 개인 커피점을 열기로 했어요.”

너무 싼 원두를 사용하지 않는 영업 원칙도 카페가 인기를 끄는 데 한몫했다. 기본기에 충실하다 보니 K 씨의 카페를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 고객들도생겨나기 시작했다. “독립 커피점이다 보니 동네 분들과 소통을 중요시합니다. 비록 개인사업이지만 직장 일에서 손을 떼고 은퇴한 뒤라 마음이 편하죠.”

K 씨는 평소에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긴다. 은행원 재직 때도 대출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영업 마인드’로 접근한 게 아니라, 친구처럼 진솔하게 다가갔다고 한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형성 습관은 은퇴 후에도 쭉 이어지고 있다. 커피점 주변 상가 사장님들을 비롯해 동네 초등학교 교사까지 두루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인맥을 넓혀가고 있다.

“덕분에 가계 수입이 국민연금과 연금저축, 커피점 운영 수익 등 합쳐 월 500여만원가량 된다”고 소개했다.

K 씨는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것을 조언했다.

“사실 많은 직장인들이 은퇴가 코앞으로 다가와도 막연하게 ‘뭐든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재취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창업을 할 것인지 자신의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세부계획을 수립해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민국의 은퇴자들이 그렇듯 K 씨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희망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청년 인구보다 많아지고 있는데도 노년층 재취업이나 사업지원은 거의 없어요. 좀 더 새로운 지원책이 필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