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원숭이 해, 2015년 병신년을 맞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전자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물론 엄밀히 말해 병신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시대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무한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그 중심에 대륙의 늑대 화웨이가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대목이 흥미롭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화웨이가 2015년 연간 매출 3900억 위안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2014년에 비해 35.3%가 늘어난 엄청난 수치다. 스마트폰의 성장을 바탕으로 단숨에 글로벌 전자업계의 핵심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화웨이의 비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2015년 스마트폰 1억대 판매 돌파도 거뜬한 것으로 보인다.

▲ 출처=화웨이

화웨이가 비상할 수 있었던 배경은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의 공이 컸다. 글로벌 및 중국 시장이 위축되고 있으나 프리미엄과 중저가 라인업 모두 튼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에서는 아너 시리즈가 성과를 거두고 있고, 국내에서는 최근 LG유플러스와 공동으로 Y6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메이트는 당당하게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구글과의 협력으로 탄생한 넥서스6P도 순항중이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2년 후 삼성전자와 애플을 넘어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사업자가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휴대폰 포함) 출하량이 2010년 300만대에서 2015년 1억대로 30배 이상 급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수치도 아니다.

화웨이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거시적인 관점에서 중국정부의 적절한 지원 및 집단지도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조직문화, 혁신의 DNA 등이 꼽힌다. 여기에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과감성과 젊은조직,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기민한 상황판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김학수 화웨이 코리아 김학수 부사장은 지난해 연말 기자회견에서 17만 명에 달하는 화웨이 직원들의 평균나이가 31세에 불과한 젊은기업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2015년 상반기 28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0%의 성장을 거듭했으며 세계 50대 통신사 중 40개 기업에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특허강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2014년 기준 344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최진홍 기자

이런 상황에서 자국 내 경쟁자인 샤오미와의 접전도 관전 포인트다. 일단 샤오미가 혁신의 기업인 것은 충분하지만 주력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 기세가 꺾였으며, 특허 등의 문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최근 샤오미의 한국 자회사 샤오이는 액션캠을 판매하며 국내에서 높은 가격을 책정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ZMI의 1억 원 경품행사가 졸속으로 추진되었던 점도 의미심장하다. 최근에는 샤오미의 팬덤마저 무리한 보상판매에 항의하기도 하는 등, 샤오미는 중국을 벗어나며 조금씩 위기의 실체도 명확해지는 분위기다.

화웨이는 이러한 샤오미의 약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질주가 올해 병신년에도 꾸준히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대륙의 늑대가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