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어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잘나갈 때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그땐 그런 생각을 못했죠.”, “이렇게 빨리 시장이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국내 제조기업들의 생산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는 듯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의 2016년 경제성장률이 3.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가 악화되면 2.6%에 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제조 주력산업의 하락하는 수익률만 봐도 경제위기는 쉽게 실감된다.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물론 이대로 가면 국내 제조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설립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혁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한 ‘구글’을 살펴보면 우리 제조산업 ‘혁신’에 필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구글의 혁신을 이끈 배경에는 눈에 띄는 두 가지 활동이 있다. ‘20%의 규칙(20% Rule)’과 ‘문샷싱킹(Moonshot Thinking)’이다. 전체 업무의 80%는 본연의 과업을, 20%는 새로운 과제와 프로젝트를 위해 투자한다는 업무 규칙과 ‘10%의 개선보다는 10배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 생각’을 지향한다는 구글만의 사고방식이다. 실제 구글 임직원 4만여명이 이 규칙을 따르고 있다. 여기에 수평적인 조직구조(Flat Organization)는 각기 다른 부서, 부문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원활한 협업을 지원해 조직원 개개인의 업무, 사고방식이 기업 전체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혁신은 자칫 실체 없는 전략으로 조직원들에게 업무 외 ‘부수적 활동’으로 인식되기 쉽다. 구글은 혁신이 가진 가치와 구체적 실행법을 직원들의 사고방식과 업무 규칙 안에 녹여냄으로써 ‘부수적인 것’이 아닌 일상 활동으로 만들었다. 단기적 개선과 중장기적 혁신이 병행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로 안착시켰다는 점에서 ‘혁신 아이콘’의 면모는 더욱 빛을 발했다.

20%의 규칙과 문샷싱킹은 우리 제조기업의 생산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생산 제품을 10% 좋게 만들기 위해 애쓰기보다, 10배의 비약적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제조 현장의 양대 축을 이루는 ‘현장 작업자’와 ‘엔지니어’의 활동이 변화되어야 한다. 현장 작업자는 불량 발생률을 낮추고 라인중단과 같은 문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더욱 창조적인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고, 엔지니어는 공정 품질 향상을 위한 탐색적, 도전적 과제활동이 본연의 과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문샷싱킹’으로 더 큰 성장을 목표에 둔 조직원은 현재 일하는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도록 변화되고, 그것을 20%의 규칙에 따라 매일의 습관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처한 환경과 산업 특성에 따라 위기의 해법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업무방식은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소통과 협업 문화는 어떤 산업이든 적용되는 변하지 않는 혁신 실행의 기본 가치다. 조직 환경에 맞도록 구체적으로 정의, 공유된 혁신과 그 실행력이 업무화된 조직은 외부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탁월함을 보이는 조직이 있다. 건강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혁신이 체질화 된 조직일수록 더욱 그렇다. 어려울 때 조직을 하나로 묶고 이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조직의 혁신역량에 달려 있다. 생산 현장에서의 혁신 역량이 지금과 같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대비하는 위기의 해법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