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에 대해 여러 정의들이 존재하지만 필자가 가장 아끼는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는 ‘기업이나 개인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게 해내는 것’이다. 90년대부터 여러 기업과 개인의 위기 케이스들을 함께 하면서, 이런 정의를 지키지 못해 실패를 반복 경험하는 수많은 경우들을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2015년을 마무리하고 2016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들은 물론 모든 임직원들이 과연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한 번씩 찾아보았으면 한다.

먼저 회사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진들에 대한 질문이다. 혹시 마땅히 해야 할 일보다는 하지 않아야 당연한 일에 연루되어 회사에 피해를 준 적은 없는가? 그것이 개인적 연루였거나 공식적 연루였거나 할 것 없이 문제를 스스로 만들거나 방치해 키워본 적은 없는가?

위기관리의 성패는 상위 1%의 경쟁력에 의해 갈린다고 하는데, 스스로 위기를 만드는 위기요소(Crisis Maker)가 되지는 않았나 되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상위 1%가 위기를 만들게 되면 우선 그 위기관리 예후는 최악이 될 수밖에 없다.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해주어야 할 핵심 주체가 위기를 만들었으니 어떻게 관리가 가능한가? 더구나 그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신이 빠지고, 법인 차원에서 전사적 대응을 지시하면 결과가 좋게 될 리가 있을까? 이는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적시에 하지도 못하는 우를 범하는 꼴이니 필히 경계하자.

상위 1%들이 위기에 대해 가장 민감해져야 회사가 산다. 문제의 소지들에 대해 엄격한 잣대인 원칙을 들이대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 잣대의 운용이 문제가 생겨나기 전이거나, 문제가 심해지기 이전이라면 그건 적시에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위기관리란 그런 것이다.

그 다음은 임원들에게 묻는다.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했는가? 위기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하면서 자사의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서는 당연한 관심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가?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 번이라도 정독해보고 문제에 대해 논의해본 경험이 있는가? 위기 때마다 아래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최고경영진들을 평시에 트레이닝시켜줄 계획은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가? 하루하루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하면서 지내온 한 해는 아니었나? 혹시 반대로 하루하루의 문제들에 휩싸여 긴 숨을 쉬지 못하고 일희일비하지는 않았던가?

임원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를 설계 수립하고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이 하는 위기관리에 대한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는 임원들이야말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온 사람들’이다. 스스로 위기관리 시스템의 운용자이면서, 관제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임원들이다. 평소 어떤 이슈들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면서 그 해법을 찾아 상하로 공유하는 역할이 임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위기관리다.

직원들은 어떻게 답변할까? 일선에서 발견하거나 경험한 문제들을 적절하게 공유한 적이 있는가? 일종의 관습이라거나, 전임의 노하우라고 생각해서 문제를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자신에게 맡겨진 권한위임을 하나의 권력이라고 생각해 사일로(Silo)를 만들어 독점해본 적은 없었나? 위기관리 체계상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일선의 상황 관리나 커뮤니케이션 관리 역량을 제대로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이전에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를 파악해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인가? 이에 대해 ‘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은 적시에 완벽하게 해내고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는가?

현실에서 직원들은 위기 시 상부로부터 적절한 대응 지시가 적시에 내려오지 않음에 불평하곤 한다. 위에서 어떤 생각과 어떤 결정을 왜 내렸는지 자신들이 알 수 없다는 것에 분노한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위기관리 접점에서 문제를 해결보다 봉합하려 노력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이 더 힘들다 이야기한다. 사실 이 문제는 체계의 건전성에 관한 문제다. 이 또한 누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지 않아 생기는 체계의 문제다.

그 이전에 말이다. 상부로부터 대응 지시가 내려왔을 때 그 지시를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직원에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놓은 것’이 된다. 이를 위해 반복해서 훈련하고 실무를 닦는 노력들을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위기 시 적절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밑천을 드러내는 케이스들이 꽤 있다. 당연히 상부에서 지시한 적절한 대응은 요원해지고, 내부적으로 현실적 어려움과 변명들이 거래된다. 직원으로서 담당 업무 역량에 대해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놓지 않았다’는 비판이 존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관리 또한 동일하다. 지금부터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된다. 그게 위기관리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위기가 어려운 상대일 뿐, 위기관리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내는’ 작고 사소한 성과들이 모여 위기관리를 쉽게 만든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보고도 못 본 척,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안 하고 한 척하니 매번 위기관리가 어렵고 그 결과는 실패로 반복되는 것이다. 2016년 새해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꼭’ 하자. 오늘부터라도 시작하면 그게 ‘적시(Timely)’다. 그게 완벽한 위기관리의 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