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사기꾼 새×들아. 이딴 경품 걸고 이벤트 하면 단통법 칭찬할 줄 알았냐? 단통법은 할부원금 상향평준화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운 좋으면 싸게 살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너도나도 비싸게~ 국민 호갱 만들기 프로젝트.”

미래창조과학부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다. 한 게시물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하나뿐인 악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일까. 미래부가 자초한 일이다. 2015년 9월 미래부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단말기유통법! 여러분의 의견은?’이라는 제목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 출처=미래창조과학부

2014년 10월 시행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벤트였다. ‘좋아요’를 많이 얻은 댓글을 작성한 참가자에게 선물을 준다고 했다. 선물이 걸려 있다고 해서 미래부 입맛에 맞는 댓글이 달리진 않았다. 수백 건의 댓글은 대부분 단통법에 비판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단통법 시대를 좋게 보지 않았다.

성공과 실패, 편향과 기만

그래서 단통법은 실패일까. 일단 단통법이 무엇을 바꿔놓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크게 두 가지가 달라졌다. 첫째는 지원금이 투명하게 공시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든 공시된 지원금을 동일하게 받게 된다. 예전같이 잘만 찾아가면 ‘폭탄 지원금’ 받던 시절은 지나간 셈이다.

소비자 차별 소지가 줄어든 건 분명하다.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환경을 바로잡은 것이다. 그런데 지원금 상한제가 있으니 이야기는 달라진다. 규정에 따르면 통신사가 책정할 수 있는 최대 지원금은 33만원이다. 유통 대리점이 추가로 줄 수 있는 최대 15% 지원금을 더하면 37만9500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이 이상으로 지원금을 주면 불법이다. 소비자는 ‘싸게 팔면 불법’이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단통법이 “통신사와 제조사 배만 불려주는 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점이다. 실제로 통신사 마케팅 지출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지표가 공개되기도 했다. 의혹은 사실의 무게감을 얻었다.

“단통법은 실패한 정책이다.”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주장이다.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통계 숫자를 제시하며 반박할지 모른다. 단통법 효과가 일정 부분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규제로 통신 시장에 인위적인 불황을 조장했다.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위기의식을 느낀 업체들은 제 살을 깎아가며 소비 진작을 유도하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기대치엔 크게 못 미친다. 단통법이 정책 성공사례라고 말하기엔 몹시 부족하다. 특히나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이 한 목소리로 단통법이 악법이라 외치는 상황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통계에는 긍정적인 지표가 나타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체감 효과에 대한 평가는 부정으로 기울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적’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편향이며 기만이다.

도마 위의 단통법과 착시효과

그간 여러 차례 개정 혹은 폐지 논의가 있었다. 도마에 올랐지만 매번 그 위에서 무사히 내려왔다. 찬반이 팽팽하게 갈리며 난항에 빠지길 반복하자 변화를 주장한 진영은 추진력을 서서히 잃어갔다. 규제당국 관계자들은 “단통법이 시장에 안착해 소비자 이익이 증진되고 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2015년 11월엔 단통법이 일본에 수출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 관계자들이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찾았다. 단통법 도입 이후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일본에 유사 법안 도입을 앞두고 벤치마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단통법은 창조경제 모범 사례다. 규제당국 관계자들의 편향된 믿음은 견고해졌다.

20% 요금할인 제도는 또 어떤가. 소비자가 지원금을 포기하고 이 제도를 택하면 매달 기본요금의 20%를 깎아준다. 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할인율이 12%에서 20%로 상향되면서 가입자가 대폭 증가했다. 어느덧 300만명을 돌파했다.

소비자들은 이 제도를 단통법 시대에 내리는 단비로 여겼다. 정부는 20% 요금할인 제도를 단통법 시대 또 하나의 성공 사례로 치장하려 한다. 그런데 정책적 실패를 무마하기 위한 후속 대책의 효과로 봐야 하지 않을까. 또 ‘단통법 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른 착시효과로 볼 수도 있겠다.

실패는 복구돼야 한다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최근 정부 부처끼리 단통법을 두고 승강이를 벌였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휴대폰 지원금을 대폭 올리겠다고 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그런 것을 검토한 바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단통법이 완전무결한 성공 사례가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알아서 시인한 셈이다.

소비자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하다. 가뜩이나 시장 포화로 고심 중인 제조사와 통신사에겐 부담이 늘었다. 여기에 소비자는 업체들과 정부의 담합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적 실패에 따른 피해는 물론 그 책임까지도 업계가 떠안은 꼴이다. 한편 많은 유통 대리점 종사자가 가게의 줄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여론전은 장기전이 되고 있다. 단통법에 대한 문제제기도 예전과 같은 활력을 읽었다. 시선은 다른 이슈로 옮겨갔다. 예컨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결정으로 불거진 방송·통신 융합 논란과 같은 사안으로 말이다. 단통법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보완책이 논의되지 않은 건 아니다. 분리공시 도입과 상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이미 오래전 준비됐다. 그러나 계류가 장기화되고 있다.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자 단통법 여론을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마케팅 수단으로 삼을 뿐 실질적인 개정·폐지 의지는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역설적으로 단통법의 실패는 정책의 성공 조건을 알려준다. 일부 통계적 숫자만을 근거로 정책의 성공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긍정적 지표에 국민적 지지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비로소 성공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병신년(丙申年)엔 단통법 실패에 따른 피해가 복구될 수 있을까. 전망은 암울하지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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