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이 코앞이다. 을미년은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올해 게임시장은 어땠을까? 여러 새로운 흐름이 감지됐다. 특히 모바일게임이 게임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6년에는 더욱 비중이 늘어날 걸로 전망된다.

어느덧 모바일게임이 탄생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초 모바일게임은 ‘스네이크(Snake)’다. 흑백 휴대폰인 노키아 6110에 탑재된 게임이다. 1997년 12월 탄생했다. 좌우 버튼을 눌러 뱀으로 먹이를 먹는 방식이다. 먹을수록 꼬리가 길어지면서 난이도가 올라간다. 지금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흑백 게임일 뿐이다.

▲ 출처=게임빌

단순 흑백게임은 시간이 흘러 PC온라인과 콘솔 게임을 능가할 정도로 발전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근 20년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 중심으로 서술했다. 10여년의 세월을 7분 정도만 들이면 이해할 수 있도록 압축했다. 자연스럽게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의 미래를 엿봤다.

1990년대 "모바일로도 게임 OK"

1990년대는 국내 모바일게임 태동기다. 모바일게임은 휴대폰 발전과 궤를 같이했다. 국내엔 1984년 모토로라가 최초로 휴대폰을 들여왔다. 이후 1993년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 휴대폰을 출시했다. 이어 다양한 후발주자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과 함께 휴대폰 기술이 발전을 거듭했다.

휴대폰 보급률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휴대폰 기반의 여러 산업이 태동했다. 그 대표가 모바일게임 산업이다. 1998년 모바일게임 전문 국내 게임사가 탄생했다. 컴투스다. 이들은 1999년 LG텔레콤에 모바일게임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당시 ‘퀴즈 심리 테스트’, ‘다마고치’ 등 게임 5종을 제공했다. 국내 최초 모바일게임의 탄생이다.

2000년대 초 "2D 흑백에서 3D 컬러로"

2000년대 초에는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게임 서비스가 이뤄졌다. 모바일게임을 별도 구매해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 다운로드할 때 별도 정보이용료와 패킷 요금이 부가됐다. 지금과는 달리 최초 다운로드 이후 업데이트와 같은 서비스 관리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게임사들은 신작 개발에만 전념했다.

▲ 출처=컴투스

인기 게임도 속속 등장했다. 이때 게임빌이 등장해 컴투스와 시장을 이끌었다. 컴투스는 ‘미니게임천국’, ‘붕어빵타이쿤’ 등을 흥행시켰다. 모바일게임 업계 강자로 올라섰다. 2000년 설립한 게임빌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독특한 모바일게임을 주로 출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특히 2003년 2월에 선보인 ‘놈’이 돋보였다. 휴대폰 본체를 돌려가며 플레이하는 새로운 방식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시리즈물로 명맥을 이어나갔다. 2007년에 누적 다운로드 240만 건을 돌파했다. 당시로서는 대박이다.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다.

▲ 출처=게임빌

이 시절 무선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동시 접속이 가능한 게임이 출시됐다. ‘삼국지 무한대전’은 출시 1년 만에 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2003년 엔텔리전트가 출시한 게임이다. 게임빌이 2005년 출시한 ‘삼국쟁패 패왕전기’ 역시 호응을 얻었다. 친구를 초대해 실시간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게임이다.

컬러 모바일게임의 등장도 이 시절 이뤄졌다. 당시 휴대폰 보급률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단말기 성능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결과 디스플레이는 저해상도 흑백에서 고해상도 컬러로 바뀌었다. 사운드도 풍부해졌다. 처리 속도도 빨라져 모바일게임 구동이 한층 원활해졌다. 모바일게임의 비약적인 발전은 수순이었다. 제약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모바일게임과 모바일게임사가 생겨났다.

심지어 모바일게임을 위한 단말기가 출시되기도 했다. 2003년 10월 출시된 SPH-X9300이 대표적이다. 3D 기능을 강화한 제품이다. 단말기엔 리코시스의 3D 게임 ‘로스트 플래닛’이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이후 컴투스는 ‘크레이지버스’를, 게임빌은 ‘하이퍼 배틀’을 출시하면서 3D 모바일게임의 인기를 이어갔다.

▲ 출처=게임빌

3D 모바일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자 SK텔레콤과 KTF는 3D 게임 전용 서비스를 선보였다. ‘GXG’와 ‘GPANG'이 그것이다. 이들은 전용 단말기 생산에도 참여하며 열의를 보였다. 삼성전자 말고도 LG전자, 팬택앤큐리텔, 모토로라도 게임 전용 휴대폰 개발에 나선 바 있다.

3D 게임폰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우선 포터블 게임기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3D 게임의 가격이 일반 모바일게임에 비쌌다는 것도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2005년을 기점으로 열기가 식었다.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일반 모바일게임의 인기는 계속됐다. 캐주얼 게임을 중심으로 시장에 활기가 이어졌다. 게임빌의 ‘놈’, ‘프로야구 시리즈’를 비롯해 컴투스의 ‘미니게임천국’, ‘타이쿤 시리즈’ 등이 당시 인기작이다. 각각 누적 다운로드 100만 건이 넘었다.

2000년대 중반 "모바일게임 한류 첫발"

모바일게임 시장 경쟁이 심화됐다. 돈이 되자 여러 업체가 난입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2006년 게임빌은 업계 최초로 미국에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진출 직후 AT&T, 버라이즌 등에 ‘놈’을 직접 서비스했다. 이어 ‘프로야구 시리즈’, ‘물가에 돌 튕기기’ 등도 서비스하며 글로벌 입지를 다졌다. 컴투스는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2007년 7월에는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 출처=컴투스

2000년대 말 "아이폰의 등장, 생태계 뒤흔들다"

2000년대 인기 모바일게임 대부분은 아케이드·퍼즐 등 캐주얼 장르였다. 2000년대 말에 접어들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에 변화가 감지됐다. 온라인게임 주류 장르인 RPG가 모바일 플랫폼에도 속속 등장했다. ‘언데드 슬레이어’, ‘헬로 히어로’ 등이 인기를 얻었다.

이때 모바일 RPG ‘제노니아’가 탄생했다. 2008년에 출시됐으며 현재까지도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시기를 모바일 RPG 인기의 시발점으로 본다. 이후 넷마블게임즈의 ‘몬스터 길들이기’, 넥슨의 ‘히트(HIT)’,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등 초대박 모바일 RPG가 탄생했다.

세계 모바일게임 산업은 2007년 거대한 변화를 맞는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다.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게임 생태계가 급변했다.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건 2009년 11월이다. 당장에 모바일게임 유통구조가 달라졌다. 통신사와 단말기 중심 시장구조가 앱스토어 기반으로 재편됐다.

▲ 출처=게임빌

무료 게임이 급증한 것도 이 당시 벌어진 일이다. 별도 정보이용료를 지불하고 게임을 구매하는 형태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게임빌은 ‘프리투플레이(Free To Play) 방식’의 모델을 주도했다. 현재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일반적인 스타일로 자리를 잡았다.

무선인터넷(Wi-Fi)의 등장은 모바일게임 산업 발전의 발판이 됐다. 게임 내 결제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게임사 수익모델이 바뀌기도 했다. 이런 생태계는 인기 게임 개발자들에게 기회가 됐다. 당시 가장 인기를 끈 게임은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앵그리버드’다. 2009년 출시되어 현재까지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누적 다운로드는 17억 건에 달한다.

▲ 출처=로비오엔터테인먼트

2010년대 "카카오게임 등장, 국민게임의 시대"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모바일게임 한류를 주도했다. 컴투스가 2009년 출시한 ‘홈런배틀3D'는 미국 유료 애플리케이션(앱)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애플에서 선정한 앱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에는 게임빌의 ’제노니아2‘가 한국 모바일게임 최초로 미국 애플 앱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2011년에는 ’에어펭귄‘이 미국 앱스토어 유료 게임 전체 1위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카툰워즈 블레이드‘가 일본 유료 게임 순위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모바일게임사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대작을 선보여 글로벌 시장에 파고들었다. 2010년 에픽게임즈가 선보인 ‘인피니티블레이드’가 대표적이다. 뛰어난 그래픽과 게임성을 바탕으로 당시 모바일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대규모 스케일을 자랑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2012년 7월에는 카카오게임 플랫폼이 등장했다. 국내 모바일게임 생태계가 다시 한 번 뒤흔들렸다. 카카오는 메신저 이용자와 게임을 이어줬다. 이용자가 친구들과 점수 경쟁을 벌이며 아이템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며 호응을 얻었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플라이트’ 등은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국민게임’이라 불렸다.

▲ 출처=카카오

국내 앱스토어 게임 순위 상위권은 카카오게임들이 독차지했다. 그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카카오게임 플랫폼의 성공으로 네이버도 게임 플랫폼 사업을 진행했다. 게임 플랫폼 경짐이 본격화됐다. 한편 2013년 게임빌이 컴투스 최대 주주가 되면서 두 회사 연합이 출현했다. 두 회사는 서로의 방대한 글로벌 고객 풀을 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모바일 기기의 하드웨어는 상향평준화됐다. 모바일게임 그래픽도 함께 급속도로 발전했다. 콘솔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갖춘 모바일게임이 속속 출시됐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전년 대비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 성장률은 190%에 달한다.

이 시절 게임빌의 ‘별이되어라!’,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넷마블의 ‘레이븐’, 네시삼십삼분의 ‘블레이드’를 비롯해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 킹닷컴의 ‘캔디크러쉬사가’ 등이 출시되어 인기를 얻었다.

▲ 출처=게임빌

모바일게임 흥행 주기에 대한 편견도 깨졌다. 과거 모바일게임은 흥행 주기가 짧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온라인게임과 같이 장기 흥행하는 게임이 등장하고 있다. 게임빌의 ‘몬스터워로드’가 대표적이다. 2012년 출시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출이 꾸준하다. 현재 중남미, 유럽, 중동 등에서 앱마켓 게임 매출 톱 50을 고수 중이다.

2016년 "다시 시작하는 게임 한류"

병신년 모바일게임 시장 화두는 다시 ‘글로벌’이다. 올해 국내 게임사 다수가 해외 진출을 타진했다. 해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회사는 소수에 불과했다. 다수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특히 떠오르고 있는 시장인 중국에서 쓴맛을 본 게임사가 많았다. 그 사이 해외 게임사들의 한국 진출이 이어졌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률로 떨어지는 추세다. 그런 까닭에 글로벌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다. 지속 가능한 시장이 되려면 그래야만 한다. 위기인 셈이다. 위기를 극복할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게임빌·컴투스와 같이 일찍이 글로벌 공략에 나서 성과를 거둔 게임사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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