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저물고 2016년 새해가 떠올랐다. 증시에서의 새해 최대 이슈는 투자 트랜드가 산업재에서 소비재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소비 회복세가 뚜렷한 데다 중국도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경제구조를 전환하면서 소비 부문 업종의 전반적인 회복세가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높은 소비재 성장률이 나타나는 가운데 이웃나라 중국의 소비회복으로 관련 종목의 수혜가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 완만한 회복세 진입

2015년 국내 주식시장은 박스권 탈피에 실패했다. 연초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2200선에 근접했지만, 5월 이후 메르스와 중국 증시 폭락, 그렉시트 우려,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이 지속되면서 8월 말에는 1800선까지 추락했다.

이후 12월 FOMC 회의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이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국제유가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수익률에 있어서는 극명하게 갈린 한해였다. 지난해 연초 이후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의료업종은 수익률이 무려 80% 올랐으며, 생활용품, 미디어, 음식료 등 내수주들이 대부분 30% 이상의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선, IT(반도체, 디스플레이, 하드웨어), 건설, 운송 등 산업재들은 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소비재 위주의 변화가 2016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미국이 점진적인 경기 회복세에 접어든 데다 중국 역시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준의 공격적인 양적완화(QE)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에 진입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FOMC회의에서 단행된 금리 인상은 미국의 견조한 경기 흐름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미국 고용시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이다.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득의 원천이 고용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CEIC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억1500만명이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1억10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저점을 찍고 반등을 시작해 2015년에는 1억2000만명까지 확대됐다. 안정적 소득 확보가 가능한 풀타임 근로자들의 증가는 높은 소비성향을 유지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18기 5중전회와 경제공작회의에서 대규모 부양책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2016년 중국의 정책 기조 역시 소비의 경제 기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매크로 변수는 ‘소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현재 미국과 중국은 투자보다 소비의 기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사이클이 존재하는 매크로 변수가 방향을 잡게 되면, 한동안 방향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내수강화 정책…소비재 주목

2015년 기획재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올해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기재부는 “경기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중심의 경기개선을 이끌면서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는 국민들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다양하게 도입한다고 밝혔다. 우선 2015년 뛰어난 내수진작 효과를 나타낸 전국적인 할인행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매년 11월 중순으로 정례화했다. 아울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할인 ‘코리아 그랜드세일’과 연계해 행사 규모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또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한류·미용·레저·문화체험을 결합한 새 관광비자인 ‘한류산업연계비자’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30일로 제한된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체류기간을 최대 90일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사후면세점 확대도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15년 11월 사후면세점에서 건당 20만원 미만의 물건을 사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면세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의 ‘외국인 관광객 특례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사후면세점은 물품을 구매할 때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을 지불한 뒤 출국 전 공항에서 해당 세금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면세점을 지칭한다. 대상 금액은 건별 20만원, 1인당 100만원까지이며, 면세 범위는 부가가치세(10%)와 개별소비세(5~20%)이다. 사후면세점 범위 확대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높여 면세 시장을 크게 확대시킬 수 있다고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국내 내수경기 활성화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소비재 강화 정책은 내수업종과 더불어 소비재 관련업종의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 나온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흐름은 2016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이동 중인 중국의 성장 동력의 변화와 최근 미국의 점진적인 경기 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증시의 패러다임은 소비로 모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하반기 이후 정부의 추가경정 예산 집행과 소비 캠페인,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수 중심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음식료‧미디어 업종 수혜 전망

특히 구매자들의 소비여력이 줄어들어도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필수소비재 관련 업종인 제약, 유통, 음식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약산업의 경우 한미약품 등의 글로벌 수출 확대로 인해 가파른 외형성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에도 수출 성장 및 기술료 유입에 따른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펀더멘털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올해는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헬스케어, CJ헬스케어 등 대형 IPO가 예정돼 있어 제약/바이오섹터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음식료의 경우 1인 가구 확대에 따른 가정간편식(HMR)의 성장이 예상된다. 통계청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중은 1990년 9.0%에서 2013년 25.9%로 급증했다. 중국의 소비시장 확대 역시 국내 음식료 기업들에게 기회를 안겨줄 수 있다. 일부 식품 영역의 프리미엄화가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업종의 경우 콘텐츠 구매 확대와 더불어 중국 등 해외로의 판권 수출이 긍정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우리나라 대외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31억8907만4000달러에서 2013년 49억2310만달러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