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글로벌경영 대장정이 본격 개시됐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6월17일부터 20여일 동안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5개국을 방문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동남아시아 5개국 방문을 통해 태양광발전, 플랜트건설, 금융, 석유화학, 방위산업 등 한화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현장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또한 방문 국가의 정·관계와 재계 인사들을 만나 투자 및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이는 한화가 기존의 글로벌화 전략이 중국과 중동, 미국 등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다고 보고 그동안 취약했다고 판단한 지역에 대한 비즈니스 강화의 일환이다. 현재 한화그룹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 신규 사업 진출 시 성공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호주, 서남아시아 등 5개 지역으로 나눠 글로벌 시장개척단을 파견해 시장조사와 투자에 대한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런 김 회장의 행보는 이미 연초부터 계획되었던 일이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앞으로의 10년이 한화그룹의 글로벌 선진화를 이룩할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외 주요 사업부문이 해외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과 글로벌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연초에 동남아시아 지역 본부를 베트남 호치민에 설치하고 ㈜한화의 박윤정 상무를 지역 본부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새롭게 뜨는 세계경제 성장축

김 회장은 동남아 5개국 방문을 통해 태양광사업 신규 진출 및 발전소 부지 확보, 생명보험업 진출, 사회간접자본 시설 인프라 투자 및 발전소 등 플랜트 건설, 자원개발, 방위산업 진출 및 확대 가능성을 조사하고 해당 국가 정·관계와 재계 인사들을 만나 투자 및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베트남을 비롯해 이번에 방문하는 동남아시아 5개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새롭게 떠오르는 세계 경제의 중요한 성장축으로, 부존 자원과 인적 인프라, 성장성을 감안해 향후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으며, 한화그룹도 그룹의 역량을 동원해 글로벌 경영의 새로운 신시장 개척지로 삼고 있다.

이번 한화 그룹의 동남아 진출 산업은 태양광, 건설, 금융, 자원개발, 방위산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진출한 태양광사업은 폴리실리콘부터 태양광 발전까지 전 분야에 걸친 수직계열화를 완벽하게 갖췄고, 이를 바탕으로 한화그룹은 한국·중국·미국에 글로벌 태양광 R&D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강점을 띠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8조원대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을 수주한 한화건설은 장점인 플랜트 및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통해 동남아시아 인프라 건설 및 발전산업 진출에 힘을 쏟는 전략을 세웠다.

금융부문에서는 2009년 베트남 보험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보험시장 진출 및 연관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자원개발은 부존자원이 풍부한 동남아시아의 자원개발 시장에서 조림산업, 유연탄 개발, 팜유 개발 등을 추진하고, 방위산업의 경우 교역량 확대 및 신규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국가원수·정재계 인사와 만남

그 첫 걸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김승연 회장은 지난 21일 오후, 하노이 정부청사에서 호앙 쭝 하이(Hoang Trung Hai)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예방하고, 생명보험, 신도시개발, 태양광발전, 석유화학 등 한화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베트남 진출을 위한 투자 및 협조를 구했다.

이 자리에서 김승연 회장은 “동남아시아는 개발 잠재력에 비해 개발 속도가 늦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번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5개국 현장을 피부로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향후 그룹의 투자 방향도 모색하겠다”고 이번 순방의 의미를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생명보험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사업으로 한국이 높은 교육열을 통해 교육보험상품을 많이 개발했듯이,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우수 연구 인력이 많은 베트남도 향후 보험시장의 잠재력이 뛰어나다”며 베트남 보험시장 확대 의지를 밝혔다.

보험시장 이외에도, 최근 72억불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수주 등 도시건설에 장점을 가지고 있는 한화건설의 베트남 호치민의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진출을 타진했고, 태양광과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호앙 쭝 하이 베트남 경제부총리는 “베트남은 향후 20년간 교육, 인재개발 인프라 구축, 법률 시스템 정비 등 세 가지 중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하노이 시내에서 한국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소주와 김치는 이미 베트남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상품이듯 한·베트남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한화그룹의 베트남 투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같은 날 부반닝(Vu Van Ninh) 재무장관과도 만나 신재생에너지 사업, 바이오, 석유화학산업 등 베트남 투자에 대해 논의했다. 김 회장은 23일엔 두 번째 행선지인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방문, 훈센(Hun Sen) 총리를 예방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크라체 주 삼보지역 조림사업’ 투자에 대한 지원을 논의했다.

프놈펜 북동쪽에 위치한 크라체 삼보지역 조림사업은 향후 3만4000ha(여의도 80배) 규모로 하이브리드 아카시아와 티크, 알베지아 묘목을 조림하는 사업이다. 한화그룹은 캄보디아 2차 조림사업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한상오 기자 hanso11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