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일본의 한 유명 여행사인 A 사에서 연락이 왔다. 협력업체인 숙박업체 B 사가 A 사의 오픈마켓 사이트에 게시한 사진에 대해, 저작권자인 X 사가 법률사무소를 통해 저작권 침해를 경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것이다. 필자는 A 사에 경고장을 보내달라고 했다. 경고장을 읽어보니, B 사가 A 사의 사이트에 게시한 숙박업소의 사진이 X 사가 운영하는 사진라이브러리 사이트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므로 200만원 내외의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 고소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즉각 A 사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았다. 우선 X 사가 주장하는 원저작물과 A 사 사이트에 게시된 사진을 비교해 보니 두 사진은 동일한 저작물로 보였다. 또한 A 사는 B 사로부터 전달받은 사진을 사이트에 게시한 것이고 B 사는 문제된 사진을 유료로 구입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필자는 X 사의 경고서한에 대해 다음과 같은 회신문을 작성했다.

첫째, X 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사진은 저작물의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사진이라고 해서 언제나 저작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이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 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 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44542 판결). 그러한 부분에 최소한의 창작성도 없다면 저작물로서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햄(Ham) 제품에 대한 광고용 카탈로그 사진(대법원 2001. 5. 8. 선고 98다43366 판결), 일식 음식점의 내부 공간을 촬영한 광고 사진(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5도3130 판결), 고주파수술기를 이용한 수술 장면 및 환자의 환부 모습과 치료 경과 등을 충실하게 표현해 정확하고 명확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실용적 목적을 위해 촬영된 사진(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44542 판결)들에 대해 저작물 성립을 부정한 바 있다. 이 사안에서 문제된 사진은 단순히 특정 숙박업소의 방을 촬영한 사진이기 때문에 누가 찍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그 촬영에 특별한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둘째, 저작권의 침해 방법에 대해 검토해 보았다.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했다고 해서 언제나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그 외의 방법으로 저작물을 이용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위 사안에서는 B 사가 문제된 사진을 A 사의 서버에 업로드한 것이 아니라, A 사가 B 사로부터 사진을 전달받아 직접 업로드를 했으므로 복제권 침해가 성립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였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회신문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셋째, 저작권법에 따른 온라인서비스제공자(Online Service Provider)의 면책 규정이 적용된다고 항변했다. 저작권법은 이용자들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저작물을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102조 제1항). 일부 요건에 관해 A 사가 필요한 조치를 취했는지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었으나, 회신문에는 모든 요건을 갖추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넷째, A 사에게 저작권 침해의 고의가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형사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의로’ 저작권 침해 행위를 해야 한다. 필자는 A 사가 저작권 침해 경고장을 받은 즉시 문제되는 사진을 사이트에서 삭제했고, 해당 사진을 통해 어떠한 직접적인 이득도 취한 바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A 사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섯째, X 사가 산정한 손해배상액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했다. 저작권법상 손해액은 저작권 침해로 인해 침해자가 얻은 이익 또는 저작물 이용을 위해 통상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통상의 실시료) 등으로 정해진다. 그런데 경고장에서 X 사는 이러한 기준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무제한 다운로드 및 영구 이용 라이선스’의 가격이 약 200만원이라는 점을 이유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이에 필자는 (ⅰ) A 사가 문제된 사진을 사이트에 게시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어떠한 경제적 이득도 얻지 않았다는 점, (ⅱ) A 사가 침해한 저작물은 한 장의 사진에 불과하다는 점, (ⅲ) 다른 사진 라이브러리 사이트에서는 사진 한 장당 300원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면서 X 사의 손해배상액이 극히 부당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나아가 X 사가 계속 과다한 손해배상액을 주장할 경우 형법상 강요죄,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X 사가 처음에 주장한 손해배상액보다 대폭 감액된 금액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합의금을 지급해야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A 사의 사이트에 게시된 사진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합의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었다. 첫째, X 사는 자신이 문제된 사진의 저작권자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둘째, X 사는 향후 X 사가 보유하고 있는 저작물을 A 사가 이용함에 있어서 저작권 침해 등의 주장을 하지 않는다. 셋째, X 사가 보유하고 있는 사진에 대해 제3자의 저작권 침해 주장 등이 있는 경우 X 사는 그로 인해 A 사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 넷째, A 사와 X 사는 향후 합의 사실 및 그 조건을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 무분별하게 발송되는 저작권 침해 경고장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경우 저작권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고, 설령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더라도 저작권자의 과다한 손해배상 주장에 대해서는 그 부당성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