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공유경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빚쟁이다. 잘 아는 사람은 물론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낮이건 밤이건 나만 보면 내놓으란다. 그나마 궁핍한 삶은 아닌지라 큰 재산은 없어도 빚이 없는 것이 자랑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빚이 있었단 말인가! 속내는 이러하다.

공유경제는 도깨비 방망이

기본적으로 공유경제를 정의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다고 전제한 바 있다. 또한 공유경제는 ‘유휴한 재화와 서비스’를 활용하고 ‘한번 생산된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함께 나눠 쓰는 경제활동이다’고들 한다. 그러므로 공유경제는 결코 실패할 수 없는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사람들은 재능을 내놔라, 공간을 내놔라, 시간도 다오, 정보도 내놔라, 물건도 내놔라 외친다. 공유경제를 하기 전 같으면 나더러 뭔 소리냐, 언제 내게 빌려준 적 있느냐고 따지겠지만 지금은 그러한 독촉이 고맙기까지 하다.

아하! 이제 이 분들이 공유경제가 뭔지 대강은 아시나보다 싶다. 공유경제는 공급형 공유경제와 수요형 공유경제가 있다. 어차피 남아돌아가는 인간의 재능과 경험, 공간, 시간, 정보, 물건 등을 마치 내가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양 쏟아낸다. 재능 나와라 뚝딱! 공간 나와라 뚝딱! 시간, 정보, 물건 한꺼번에 나와라 뚝딱!

얼마든지 내어 놓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범위 외라면 적어도 ‘방망이’는 안겨 다오. 그 방망이를 휘둘러 재능이건 공간이건 시간이건 정보건 물건이건 한껏 내어 놓으마. 그 방망이의 이름은 ‘플랫폼(platform)’이다.

도깨비 방망이는 플랫폼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플랫폼이란 본래 기차를 승·하차하는 공간이나 강사, 음악 지휘자, 선수 등이 사용하는 무대·강단 등을 뜻했으나 그 의미가 확대되어 특정 장치나 시스템 등에서 이를 구성하는 기초가 되는 틀 또는 골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컴퓨터 시스템·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본 구조, 상품 거래나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 반복 작업의 주 공간 또는 구조물, 정치·사회·문화적 합의나 규칙 등이다’라고 한다.

‘주간경제’에서는 플랫폼의 속성과 근본 원리는 비슷하고, 공통의 활용 요소를 바탕으로 본연의 역할도 수행하지만, 보완적인 파생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제조할 수 있는 기반이며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서비스와 연계를 도와주는 기반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의 형태도 포괄하는 개념인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 공유경제는 워낙 광범위한 것만큼이나 다양하고 다채롭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 공유경제와 관련해 ‘플랫폼’은 하나의 쇼핑몰로 생각하면 그 이해가 빠를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쇼핑몰처럼 각 층에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는 쇼핑몰과도 같은 것이다. 쇼핑몰은 기본적으로 재화를 중심으로 하지만 공유경제 쇼핑몰은 서비스 부분도 아주 중요하다. 하드웨어도 중요하고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물건도 공유하지만 재능이나 경험도 공유한다.

이제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쇼핑몰에서 쇼핑하듯이 공유경제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 쇼핑몰의 5층, 인간의 재능경험 공유경제관에는 국내 최대인 29개 언어 문화 네트워크로 세계인과 교류 할 수 있는 다국어, 다문화 지식 허브 커뮤니티 ‘조인어스코리아’,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이벤트 비즈니스 플랫폼 ‘온오프믹스’, 모든 사람이 멘토와 멘티로 연결되어 새로운 스토리를 발견하는 멘토링 서비스 ‘소셜멘토링 잇다’ 등이 입점해 있다.

4층에는 공간 공유경제관으로서 IT인을 위한 무료 복합문화공간 ‘알럿’, 스터디룸, 회의실, 대관정보 등 각종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스페이스쉐어’, 좋은 사람들과 공간을 연결하는 정보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 등이 있다.

3층에는 시간 공유경제관인데 누구든지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배움을 만들어나가는 ‘오픈컬리지’, 인천·경기지역 초등학교 교사 8명이 모여 사교육비 절감과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제공하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 ‘학습놀이터’, 대학 졸업한 백수·직장 없는 외국인 혹은 직장은 있지만 생활이 여유롭지 못한 뮤지션들을 선생님으로 모셔서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소규모 과외 수준의 레슨을 해드리는 공간 ‘공간 숨바꼭질’ 등이 있다.

2층 정보 공유경제관에는 저작권 권리처리가 된 공유저작물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 ‘공유마당’이 있다. 시민에게 행정정보와 행정과정 중에 축적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공개·공유하는 ‘서울시 정보소통광장’도 있고 공공정보를 민간에 공개하고 소통해 새로운 공공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 열린 데이터 광장’도 있다.

1층 물건 공유경제관에는 중고물품과 도움을 가까운 이웃과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N마켓’, 중고물품을 사고팔고 바꾸고 위탁하고 공유하며 자원의 선순환을 실천하는 ‘마켓인유’, 집에 남는 물품을 이웃에게 대여하고 대여 받을 수 있는 소셜 대여 서비스로 개인 간 대여에 최적화된 ‘원더렌드’ 등이 있다.

그러니 누구나 구매하고 유통하고 소비할 수 있다. 누구나 구매공유, 유통공유, 소비공유를 할 수 있다. 물론 무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공유경제’는 ‘경제’이므로 많든 적든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할인도 있고 원플러스원도 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카드를 발행하거나 정보를 제공해야할 수도 있다.

플랫폼은 119

플랫폼은 119이다. 단순한 쇼핑몰에는 재화와 서비스만이 입점해 있고 사용할 수 있지만 공유경제 쇼핑몰, ‘플랫폼’에서는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하고 다채로운 것들이 들어가 있다.

특히 지역과 주민들을 위한, 지역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발전을 계획하는 소통과 나눔의 열매, 일자리 창출과 창업을 지원하는 열매들이 매일같이 쏟아나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백화점이 유용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일정 지역의 일정한 쇼핑몰과 마트를 더 많이 애용하며 방문한다. 플랫폼 역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필요로 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를 가져갈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그 ‘속해있는, 애용하는’ 테두리를 ‘구(區)’ 단위를 기준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부산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미 16개 구군 중 4개 구가 공유경제 촉진 조례 등이 통과하였고 2개 구가 의회에서 5분 발의 예정이며 나머지 구가 계속해서 조사·분석 및 학습하며 준비 중이다.

공유경제 플랫폼은 향후 시 단위로 확대 운영될 수도 있지만 결국 주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공유경제 쇼핑몰은 구 단위를 기반으로 할 것이다.

구 단위 공유경제 쇼핑몰은 공공기관이든 민간이든 또 그 융합된 것이든 누가 하든지 간에 서로 소통하고 나누는 장이 될 것이다. 불이 나면 제일 먼저 달려와서 불을 끄고 사람이 아프면 제일 먼저 달려와서 응급처치 하는 119처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소통과 나눔의 119가 될 것이다.

문제는 과연 누가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할 것이며 얼마나 좋은 상품을 얼마나 좋은 가격에 공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서두르지 않는 공공기관은 명백한 ‘직무유기(職務遺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