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마케팅이 20~30대 여성 타깃에서 남성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의 커피전문점 마케팅은 20~30대 여성 감성 소비자를 기반으로 해 브랜드의 디자인적 측면을 중시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트렌드섹터 성향의 20~30대 남성 고객층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매장에서는 흡연실을 따로 둬 새로운 수요층을 유인하는 수정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중이다.

스타벅스 ‘된장녀’라는 이름 붙이기는 이미 2007년을 고비로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된장’이라는 호칭을 붙이기에는 이제는 너무나도 보편화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급스러운 커피 취향을 말하려면 어떤 원두를 어떻게 로스팅했느냐까지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즉, 커피전문점이 성장 초기에는 자신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수준을 과시하기 위한 ‘쇼잉(Showing)’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브랜드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소비하는 ‘품격의 소비’였다면, 이제는 커피전문점이라는 장소가 갖는 공간적 의미, 즉 사회적 만남과 대화의 장소로서의 ‘넥서스’의 소비가 부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커피전문점 시장의 최종 진화는 커피 매장이 사회적 담론 교환의 공간으로서, 복합매장으로서, 취향의 품격을 뒷받침하는 상징으로서, 그리고 가정 내에서의 원두 커피 소비를 위한 소매처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2010년까지의 커피전문점의 공통된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특정한 고급스런 사회적·문화적 상징들을 소비시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고급 주택가화)의 상징인 스타벅스나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카페베네의 스타 마케팅 모두 기본적으로 매스티지(masstige, 명품의 대중화) 마케팅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심 상권에서의 입점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주변부와 지방으로의 입점이 확대되면서 특히 토종 브랜드와 후발 주자들의 마케팅 방법은 변화를 겪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즉 거시적 이미지의 소비가 아닌, 소수의 특정 계층을 겨냥한 특화된 마케팅이거나 맛을 강조해 커피 마니아 층을 공략하거나 혹은 커피전문점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재규정해 소비의 장소가 아닌, 관계와 소통의 장소로서 변용시키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커피전문점의 주 고객층이 과거 20~30대의 여성에서 이제는 남성들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한 조사(트렌드리포트 3월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5대 커피전문점의 경우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5:5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커피전문점에 흡연실을 설치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 같은 고객층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한편으로 남성들도 문화적 소비라는 프레임워크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감성 소비층이라고 불리는 여성들만큼 크지는 않다.

이들은 커피전문점을 공·사적인 일을 위한 보조적인 장소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코피스족(coffee+offic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세종대학교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랜차이즈 창업·유통 및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