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품은 포르투기저 출시 75주년 기념 모델. 사진 제공/ IWC

시계 브랜드마다 예닐곱에서 많게는 수십 개에 달하는 컬렉션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긴 세월 사람들 뇌리에 남아있는 스테디셀러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다. ‘브랜드보다 더 유명한 시계 컬렉션’을 살피는 것은 좋은 시계에 대한 안목을 기르는 첩경이다. 또한 갖고만 있어도 돈과 명예가 따르는 확실한 시테크이기도 하다. 브랜드보다 더 유명한 컬렉션의 네 번째 이야기, IWC 포르투기저(IWC Portugieser).

포르투기저는 IWC에서 가장 오래되고 잘 알려진 시계다. 아마도 포르투기저 컬렉션의 75년 역사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근현대 시계 제조사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유래는 1930년대 후반 두 명의 포르투갈인이 항해용 정밀 시계(Marine-Chronometer) 기능을 갖춘 정확한 손목시계를 IWC에 주문한 일에서 찾을 수 있다. 포루투갈의 항해 사업가였던 로드리게스와 텍세이라의 주문을 받아 IWC가 만든 이 항해용 손목시계에 훗날 ‘포르투기즈(Portuguese)’란 이름이 붙여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 1939년 오리지널 모델(왼쪽)에서 거의 바뀌지 않은 디자인이 인상적인 포르투기저 핸드와인드 8-데이즈 75주년 기념 에디션. 사진 제공/ IWC

포르투기즈는 단순히 마린 크로노미터의 정확성을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타일 면에서도 완벽한 손목시계 디자인을 추구했다. 당시에는 사이즈가 큰 포켓워치의 무브먼트만이 주문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었다. 그래서 IWC의 워치메이커들은 시계의 오른쪽에 크라운이 위치한 포켓워치 무브먼트 74 칼리버와 98 칼리버를 손목시계 케이스에 넣었다. 1939년 이렇게 새로운 포켓워치 스타일의 손목시계가 만들어졌다. 관련 서적에는 아무런 꾸밈없이 ‘큰 손목시계’라고 소개되었다. 이 시계는 시대를 훨씬 앞서가는 것이었다. 포켓 워치 무브먼트는 정확성 측면에서 표준이 되었고, 오늘날 크게 유행하고 있는 빅 사이즈 손목시계의 시초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큰 사이즈와 단순한 원형 케이스의 이 시계는 당시의 유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장식이 많은 아르데코 스타일의 사각형 손목시계가 호응을 얻고 때였고, 홈이 파인 베젤이 장착된 커다란 케이스와 직선 형태의 러그는 화려한 곡선 장식 문양과 눈에 띄는 액세서리들을 선호하던 트렌드에 크게 반하는 것이었다. 포르투기저의 전신이 된 시계에서는 아라비아 숫자가 심플한 막대 모양의 인덱스로 교체되었고, 이것은 가는 잎사귀 모양의 핸즈와 근사한 조화를 이루었다. 다이얼의 중앙은 하나의 면을 통해 분리되고, 챕터링에는 당시 포켓 워치에 널리 쓰인 철도 형태 디자인이 도입되었다. 이 그래픽 요소는 6시 방향에 위치한 스몰 세컨즈 서브 다이얼에 다시 한 번 등장한다.

 

▲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더블 문(2003). 사진 제공/ IWC

이후 포르투기저는 IWC에서 가장 사랑 받는 컬렉션이자 역사에 남을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꾸준히 선보이는 컬렉션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 주역이라 할 만한 포르투기저의 레전드들이 있다. 1967년 IWC는 바젤 시계 박람회에서 요트 클럽 오토매틱을 선보였는데, 이것은 현재 IWC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포르투기저 요트 클럽 크로노그래프의 전신이다. 효율적인 펠라톤 와인딩이 장착된 무브먼트가 이중으로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 내구성과 실용성이 잘 조화를 이룬 시계였다. 이후 IWC는 창립 125주년인 1993년에 포르투기저 컬렉션을 정비했다. 1930년대에 나온 남성용 포켓워치의 전설과 현재를 이어주는 시계들을 ‘포르투기저’라고 부르고 한정판 시리즈로 출시한 것. 이 애니버서리 에디션(Anniversary Edition)은 오리지널 모델로부터 심플한 다이얼 디자인과 볼륨감 있는 포켓워치 무브먼트의 전통을 물려받았다. 그 뒤로 몇 년간 포르투기저 라인은 늘 새로운 컴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995년에는 매우 정교한 미닛 리피터와 스플릿 세컨즈 핸드를 장착한 크로노그래프를 출시했다. 2000년에는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2000의 7-데이즈 5000 칼리버가 오토매틱 무브먼트 역사의 한 획을 그었는데, 양방향 펠라톤 와인딩과 브레게 스프링을 장착한 밸런스가 통합된 이 칼리버를 만드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이 한정판 모델은 순식간에 모두 판매되었다. 그리고 2003년 퍼페추얼 캘린더와 퍼페추얼 문 페이즈 디스플레이, 펠라톤 폴 와인딩을 장착한 7-데이즈 파워리저브를 하나로 묶은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가 등장했다. 시계 위의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재현되는 달의 주기와 실제 달의 주기와의 오차가 577.5년 동안 단 하루에 지나지 않는다.

 

▲ 포르투기저 요트 클럽 크로노그래프(2010). 사진 제공/ IWC

2005년에 나온, 핸드 와인딩이 장착된 포르투기저 F. A. 존스 한정판은 IWC 샤프하우젠 매뉴팩처의 설립자를 위한 기념비 같은 모델이었다. 이 시계의 98290 칼리버 안에서는 초창기 F. A. 존스 무브먼트의 스타일인 가늘고 긴 인덱스나 제네바 스트라이프 무늬로 장식된 4분의 3브릿지 등이 들어있었다. 2007년에는 포르투기저 컴플리케이션에 개별의 시, 분, 초 디스플레이를 가진 레귤레이터가 추가되었다. 2008년에는 1939년 오리지널 모델처럼 철도 형태의 챕터링과 아치형 전면 글래스를 가진 포르투기저 핸드와인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2010년 IWC는 라인업을 다시 한 번 정비하며 포르투기저의 해를 맞았다. 컬렉션을 대표해 포르투기저 그랑 컴플리케이션이 앞장을 섰다. 포르투기저 투르비용 미스테르 레트로그레이드는 공중에 떠있는 듯한 투르비용과 단번에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데이트 디스플레이의 논리를 연결시켰다. 포르투기저 핸드 와인드는 다양한 스타일로 오리지널과 현재 모델 사이를 이어주었다. 포르투기저 요트 클럽 크로노그래프는 포르투기저 컬렉션에 스포티한 감각을 부여했다. 그런가 하면 2011년 선보인 포르투기저 시데럴 스카푸시아는 포르투기저 라인을 풍요롭게 했다. 이 시계는 IWC가 이제껏 만든 시계 중에 가장 특별하고 복잡한 것으로 개발하고 제작하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다. 특허를 얻은 항력 투르비옹, 항성시, 일출 시간과 일몰 시간 같은 컴플리케이션은 IWC 워치메이커들의 창의력을 증명한다. 개별적으로 계산된 별자리 지도와 수많은 선택 사항의 조합은 시계 하나하나를 세상에 둘도 없는 고유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 칼리버를 조립하는 IWC 샤프하우젠의 워치 아뜰리에. 사진 제공/ IWC

2015년은 포르투기저 컬렉션 출시 75주년이었다. 혼용되던 이름은 포르투기즈에서 포르투기저로 통일되었다. 더 특별한 의미가 담긴 75주년 기념 컬렉션의 중심에는 이미 4가지 포르투기저에 장착된 52000 칼리버 시리즈가 있다. 이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품은 참신한 디자인의 애뉴얼 캘린더가 첫 선을 보이고, 디지털 빅 데이트가 장착한 퍼페추얼 캘린더 컴플리케이션도 포르투기저 포트폴리오에 처음으로 합류한다. IWC는 52000 시리즈 외에도 향후 69000과 42000 두 가지 시리즈를 더 선보일 계획이다. 이 인하우스 무브먼트들은 무엇보다도 정확성 면에서 크게 기여한다. 추가적인 세라믹 부품 덕분에 오토매틱 와인딩은 실제로 거의 마모 없이 작동한다. 슬림한 비율의 로터는 시계 내부의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시야를 확보해준다. 52000 시리즈 칼리버들이 들어간 프리미엄 모델의 로터는 18캐럿 솔리드 레드 골드로 제작된다. 여기에 정교한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필수와 같은 블루 컬러의 스크류도 쓰인다. 페를라쥬와 제네바 스트라이프 무늬 장식, 붉은색 루비, 푸른색 스크류, 검은색의 세라믹 부품들과 레드 골드의 로터가 어우러져 하나의 품격을 완성하는 듯하다. 정교한 장식에도 불구하고 무브먼트들은 고유의 기술적인 면모를 유지한다. 이렇게 IWC 샤프하우젠은 설립자인 F. A. 존스가 당대 가장 현대적인 생산 방식으로 초석을 놓은 엔지니어링 정신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기념비적인 포르투기저 75주년 기념 모델 5

1. 포르투기저 애뉴얼 캘린더

 

IWC 최초로 도입한 애뉴얼 캘린더 모델로 12시 방향에 위치한 3개의 반원 모양 디스플레이 창에 월, 일, 요일이 각각 표시된다. 애뉴얼 캘린더의 전환 매커니즘은 각각의 달마다 다른 날짜 수는 인식하지만, 2월의 상이한 날짜수나 윤년은 고려하지 않는다. 세 개의 디스플레이 디스크를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추가적인 토크는 두 개의 배럴을 가진 인하우스 무브먼트 52850 칼리버에서 제공된다. 가격 미정.

 

2.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디지털 데이트 먼스 75주년

 

이제 포르투기저 컬렉션도 날짜와 월을 나타내는 대형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가진 모델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 특별한 시계는 퍼페추얼 캘린더, 디지털 빅 데이트, 윤년 디스플레이, 플라이백 기능과 혁신적인 디스플레이를 갖춘 크로노그래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더블 폴 오토매틱 시스템과 퀵 액션 스위치를 장착한 인하우스 무브먼트 89801 칼리버까지 IWC의 모든 기술을 45mm의 케이스 안에 집약시켜 놓았다. 플래티넘 버전 25점, 레드 골드 버전 75점 한정판으로 출시된다. 가격 미정.

 

3. 포르투기저 핸드와인드 8-데이즈 75주년

 

심플한 디자인을 보면 1930년대 출시된 오리지널 포르투기저가 절로 떠오른다. 바뀐 게 거의 없는 디자인이지만 시계 안에 내장된 8일간 파워리저브와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59215 칼리버는 첨단 기술의 바로미터다. 일주일에 한 번 손으로 태엽을 감는 것을 아름다운 일과로 만들어준다. 가격 미정.

 

4.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퍼페추얼 문 페이즈 디스플레이는 IWC에서 나오는 가장 환상적인 결과물 중 하나다. 더블 문 버전의 다이얼은 다양한 달의 경로가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서로 반사된 모습으로 연출된다. 포르투기저의 전형적인 디자인 요소인 레일 웨이의 챕터링으로 단장되어 오리지널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싱글 문 버전은 최소한의 디자인 변경 외에 외관상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의 더블 문과 싱글 문 두 버전과 총 9가지의 기능 역시 새로운 동력원인 52000 칼리버 시리즈에 의해 작동된다. 가격은 싱글 문 버전이 4천670만원(IW503302)과 5천40만원(IW503301), 더블 문 버전이 4천790만원(IW503404)과 5천160만원(IW503401)이다.

 

5. 포르투기저 그랑 컴플리케이션

 

출시 5주년을 맞는 포르투기저 그랑 컴플리케이션은 659개의 정밀한 부품들이 시계의 정확성을 위해 쉬지 않고 맞물려 움직인다. 시간 표시와 크로노그래프 기능 이외에 날짜, 요일, 월과 년, 10년, 세기를 나타내 주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퍼페추얼 문 페이즈 기능이 시계의 가치를 드높인다. 여기에 기계식 워치메이킹 예술의 절정인 미닛 리피터까지 추가된 오뜨 올로제리의 걸작이다. 레드 골드 버전과 플래티늄 버전이 각각 250점 한정판으로 나온다. 3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