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우 박사

노출의 계절, 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결심하는 것 중 하나가 다이어트다. 유태우(55) 신건강인센터 원장은 이런 이들에게 의사를 넘어 일종의 멘토처럼, 그리고 그의 다이어트 비법은 의학적 처방을 넘어 비전(秘傳)처럼 숭배 받는다.

리더십 코너에서 다이어트 유명 전문의를 인터뷰한다? 안 어울리는 조합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가 그를 섭외하게 된 것은 ‘몸=맘=삶’이란 통합적 시각을 닮고, 삶에 대한 긍정적 시각 강조란 셀프 리더십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이 특이해서였다.
그는 자신의 전공을 가정의학과로 한정하지 않는다.

스스로 정한 전공과목이 ‘몸 맘 삶’과다. 몸, 맘, 삶이 하나인데, 의료계에서 소비자인 환자 중심이 아닌 의료진 중심으로 편의대로 갈라 놓은 게 잘못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진료 영역을 만들었다는 배경 설명이다.

2008년 잘나가는 대학교수 생활(서울대학교 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을 그만두고 ‘몸 맘 삶’을 아우르는 병원을 차린 그는, 1주일에 사흘만 진료를 하며 나머지는 놀며 쉬며 세상을, 사람을 읽고자 한단다.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는 것이 미덕으로 통하는 것은 산업사회의 이야기이지, 오늘날 정보화 사회에 걸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승용차 없이 탈탈거리는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며, 발길 닿는대로 계획없이 여행을 떠나는 ‘마이 웨이’식 로망을 오십줄의 나이에도 즐길 줄 아는 그는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의사를 떠나 때로는 욕심을 초탈한 철학자같기도 했고, 때론 10대 소년의 장난기와 모험 정신까지 다락다락했다. 왜? “나는 나의 삶을 선택했으니까”로 그의 답은 한결 같았다.

유태우 박사와 몸, 맘, 삶에 관한 인터뷰를 나누며 집약된 한 단어는 ‘Choice’. 인생은 선택이다였다. “날씬해지기로, 행복해지기로, 상처받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하라.” 만성질병은 평생 관리가 아니라 질병 치유능력과 한국인 몸에 맞는 처방으로 쉽게 사라질 수 있다. “걱정과 생각을 놓고 실행에 집중하라.” 닥터유의 맘, 몸, 삶을 아우르는 통합처방이었다.

유태우 박사는 건강한 몸을 위해선 ‘난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 물어보는 게 전제라고 말한다. 병은 의사가 고치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고치는 것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이론에 내 몸을 맞추지 말고, 내 몸에 의학이론을 맞추라.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방법과 기준은 각 시대, 사람에 따르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묻는 쉬운 길을 놔두고 “내 몸을 딴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난센스”라고 말한다.

‘건강한 삶’ 답은 내 몸이 알고 있다

유 박사는 좋다 나쁘다로 재단하기보다 스스로 충만하게 즐기냐 즐기지 않느냐를 기준으로 삼으라고 말한다. 반신욕, 변비 해소, 중년이후 좋다는 오메가 3…. 늘 핫트렌드로 뜨는 건강시류와 건강약품을 허겁지겁 따라가지 말고 내 몸이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필요한가부터 챙겨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 의학의 고질적 문제점은 서양적 사고가 중심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인의 눈으로 우리의 몸을 보지 않고 그들의 눈으로 보니 ‘틀린’것이 아니라 맞지 않는 것이다.

유 박사는 한국인의 체질, 성정, 문화에 맞는 처방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가령 그가 3개월에 10킬로그램 감량등의 급속 다이어트를 이야기하는 것도 화끈한 한국인 성정에 맞춰서다. 최고, 최선보다 내 몸에 필요한 것은 최적이다.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신토불이, 실사구시의 맞춤형 셀프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생각을 버리면 마음의 평화 온다

유태우 박사가 요즘 주창하는 것이 몸 다이어트 뿐 아니라 맘, 생각의 다이어트다.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마이 웨이를 가고 즐기며, 남의 이목에 둔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음을 부여잡는 것 자체가 결핍에 대한 갈구를 초래한다. 그래서 채우고자 집착하고 결국 건강해지기 힘들다는 논리다.

반면 방심, 마음을 풀어놓아 충족시켜버리면 마음 상할, 몸 상할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화낼 때 화를 풀고, 웃고 싶을 때 웃는 자연스런 태도가 삶을 충만하게 한다. 그의 삶 역시 생각버리기를 실천한 마이 웨이 삶이다. 남에게 인정받는 브랜드(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를 버리고 자신이 하고싶은 ‘재야진료’를 선택했다.

“내가 어디에서 놀 것이냐. 어디에서 놀고 싶으냐를 결정하니 쉬운 선택이었습니다. 10년간 생각하고 7년간 아내를 설득했지요. 막상 들판에 나와보니 브랜드가 서울대 교수 시절에 비해 반토막이 나더군요. 내 선택이니까 그러려니 했지요. 맨땅에서 3년 동안 제 부족한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죠, 세계심리학회란 학회는 다 쫓아다니며 동향을 연구했지요. 심지어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데 이틀이 걸리는데 점쟁이는 한번에 알아보는게 신기해서 환자와의 쌍방향 소통방식을 살피기 위해 점쟁이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연구했습니다.

요컨대 그가 말하는 생각에서 한국인의 마음병 공통점은 인정욕이다. 빨리빨리, 지나친 이목 중시란 한국인의 기질은 ‘한강의 기적’이란 경제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 되지 않았는가. 마찬가지로 성취욕은 개인의 경력 발전에 플러스 인자가 아닐까. 이에 대해 유 박사는 의견을 달리한다. 더 나은 삶이 아니라 지지않는 삶을 위해 달리는 것은 삶을 충만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진시킨다고 봐서다.

“흔히 제로 섬 소사이어티를 이야기하지만, 한국사회는 마이너스 소사이어티입니다. 한국 사람은 기본적으로 비교를 하기 때문에 항상 합치면 마이너스입니다. 위너보다 루저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게 한국인의 심리고, ‘부자가 되면 좋으니까’가 아니고 가난이 싫어서의 한풀이식 인정 욕구가 더 큽니다.”

한국인은 관계에 죽고 관계에 산다. 유 박사는 인터넷 악플은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악플로 상처받아 자살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화병이나 한국형 우울증의 근저에는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내 진정을 알아주지 못하는 남, 세상에 대해 ‘욱’하는 한국인의 기질이 작용한다. 마음에 철갑을 두른 채 외롭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유 박사의 처방은 이렇다.

외로움 정면 돌파해야 행복 온다

첫째, 만인의 연인, 모두에게 호감을 사겠다는 헛된 욕심을 버리라. 나, 내 가족, 친밀한 지인, 뜨내기 등으로 관계의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친밀한 관계부터 회복시켜놓으라. 모두에게 잘 보이려고 고심하지 말라. 내가 행복한 것, 나에게 소중한 배우자 등, 가까운 사람부터 잘해주려고 노력하라.

둘째, 외롭다고 웅크리지만 말고 먼저 다가서라. 물론 다가갔다가 거절당한다. 유 박사 스스로도 거절당한 확률이 열에 아홉, 90%라고 고백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한명의 친구도 얻지 못했을 것 아니냐는 반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부터 친구로 삼고, 거기에서 자신감을 회복해 친구의 반경을 넓혀보라는 조언이다.

고객의 마음 안에 있는 욕구를 읽어 충족시켜 주려는 혁신가란 점에서 유태우 박사는 ‘의료계의 스티브 잡스’란 생각이 들었다.

김성회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일보>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의 리더십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