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 매년 연말 즈음이면 한 해를 정리하는 뉴스나 기사에 절대 빠지지 않는 사자성어다. 좋은 일, 혹은 나쁜 일을 포함해 많은 일이 있었다는 의미지만 그 속뜻은 한 해 동안 힘든 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 생각해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다사다난’ 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늘 어렵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연말이면 지난 한 해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고 기억하고자 애쓴다. 지난 일들에서 교훈을 찾고 다시는 같은 어려움으로 힘들어하지 않으리라는 일종의 학습(學習)이다.

그런 의미에서 ER 유통경제팀은 올 한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여러 가지 이슈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ER을 포함한 기존 언론에서 다뤄진 뉴스 키워드가 유통업계에 미친 파급효과와 지속성 등을 고려해 중요도를 구분했고 그 결과 대략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어떤 이에게 읽혀지더라도 2015년 유통업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쉽게 이해가 가도록 핵심을 집어내는 것에 주력했다.

이번 시간에는 전체 10가지 키워드 중 7위~10위에 선정된 4가지 뉴스 키워드를 소개한다.

10위 – 키덜트(Kidult) 
  
어른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공개되기엔 다소 조심스러웠던 일부 매니아들의 ‘은밀했던’ 취미가 이제는 어엿한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캐릭터 산업백서(2014)를 통해 지난해 키덜트 시장의 경제규모를 약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 어벤져스 피규어. 출처=핫토이

키덜트 관련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키덜트의 핵심이 되는 문화 콘텐츠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됨에 따라 소비되기에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미국 마블(MARVEL)社의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는 전 세계 영화 개봉 수익으로만 30억 달러(한화 약 3조 5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와 같은 인기에 힘입어 어벤져스 캐릭터들을 모티브로 한 장난감‧의류‧식품은 키덜트 매니아들의 지갑을 열면서 영화 개봉 못지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9위 – 아웃도어 패션업계의 위기 

▲ 출처=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센터폴

연 30%대 성장률을 유지하던 아웃도어 패션업계는 2011년을 기점으로 점점 그 성장세가 약화됐다. 2014년에는 10%대 성장률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최초로 한 자릿수 성장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점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장의 약세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과거 호황을 누렸던 아웃도어 업체들은 고전하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적인 한 아웃도어 업체는 올해 생산 공장 하나를 정리했고, 어떤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제품 공급과 더불어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웃도어 의류 제품의 가격, 안이하게 대처했던 마케팅 전략 등을 위기의 이유로 분석했다. 그에 따라 업체들의 전략적 대응이 이뤄졌다. 몇몇 업체들은 현재와 같은 불황 시기에도 신제품을 완판시키는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분위기 반전의 가능성을 보였다.  

8위 – 프리미엄 라면 경쟁 

올해 11월까지 주요 업체에서 출시한 신제품 라면은 총 11가지였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구도를 나타냈다. 이렇게 출시된 라면 제품들은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기존의 라면들과는 차별화된 맛을 강조했다(심지어는 가격도 프리미엄으로 차별화 헀다).

▲ 농심 짜왕과 오뚜기 진짬뽕. 출처= 각 사

본 경쟁의 전반전은 농심이 ‘짜왕’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뒤늦게 다른 업체들이 뛰어드는 형국이었다. 이에, 오뚜기는 복수의 칼(?)을 갈며 시장의 반전을 도모했고 짜장에 이은 프리미엄 짬뽕라면 ‘진짬뽕’을 가장 먼저 출시해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라면보다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움에도 해당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12월 이마트에서는 프리미엄 라면 제품의 매출은 성장한 반면, 일반 라면 제품의 매출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7위 – 식품 안전성 논란(가공육‧알루미늄)   

지난 10월 27일 WHO(세계보건기구)는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내용을 발표했다. 햄‧소시지와 같은 가공육 제품, 그리고 적색육(붉은 색을 띄는 고기)을 담배‧석면과 같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이다. 이에 가공육 소비가 많은 미국이나 유럽의 가공육 업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일부 업체들은 WHO가 근거로 채택한 발암물질 기준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었으며, 국내에서도 한동안 대형마트의 가공육 매출이 급감하는 등의 불안심리가 지속됐다.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WHO는 “가공육의 과도한 섭취를 지양하라는 의미였다”며 뒤늦게 해명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한국인의 가공육 섭취는 미국인들의 약 1/40 수준으로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라며 “건강 식습관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가공육 섭취의 기준도 추가할 것”이라고 밝히며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가공육 논란이 일단락 된지 약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식품 내 ‘알루미늄 함량’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7일 국내에 시판되는 106개 식품의 알루미늄 함량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당면 제품과 베이킹파우더‧커피 등에서 다른 식품에 비해 많은 양이 검출됐고, 당면의 경우 유럽에서 제시하는 면류 기준(10㎎/㎏)을 약 9배 이상 초과하는 제품들도 있었다. 소비자원은 알루미늄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들과 연관지어 각 제품들의 안전성을 지적했다. 이에 식약처는 “유럽의 기준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명목이 강해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당면을 생산하는 주요 식품업체들도 “자연 상태의 식품에서도 최대 100㎎/㎏의 알루미늄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맞대응했다. 

- 다음 시간에는 유통업계 핫 키워드 4위~6위가 이어집니다.